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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는 선거의 필요악?

[2007 대선감상법⑥]알면서 속고, 모르면서 속고

2007년 대선에서도 지역 대결구도는 반복될까?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하면서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후보의 4자대결로 진행됐던 87년 대선부터 지난 20년 간 치러진 크고 작은 선거들은 줄곧 뚜렷한 지역 간의 대결구도를 기본으로 전개됐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도 이러한 추세는 그대로 이어졌다.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전북 91.6%, 전남 94.1% 등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경북 75.5%, 경남 65.3%의 지지를 받아 뚜렷한 동서 분할 구도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2007년 대선에서도 결국 지역대결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쳤다. 호남, 충청지역에서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어 호남 지역주의가 일부 약화된 듯 보이지만 결국 지역주의는 다시금 맹위를 떨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호남 약진? 글쎄…

신년을 맞아 각종 언론에서 쏟아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남에서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은 18.1% (리서치플러스), 20.8%(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한나라당 지지율도 9.3%(미디어리서치), 14.8% (코리아리서치)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두 대선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얻은 표가 각각 3.3%(97년), 4.9%(2002년)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약진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호남인의 의식이 실사구시적으로 흐르고 있다"며 "호남의 지지는 결코 허수가 아니"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 87년 민주화 직후 부터 20년 간 한국 정치는 지역주의라는 덫에 걸려 있었다. 2007년 대선엔 달라질까? ⓒ프레시안

그러나 이를 두고 호남권 민심이 한나라당을 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이 많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제대로 대선 구도가 갖춰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명박 거품'이 반영된 허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의 안부근 소장도 "지난 2002년 대선보다는 다소 약화되는 경향이 있을지 몰라도 지역주의 구도가 온존되리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소장은 "지금은 호남의 지역주의가 약화되는 것처럼 보여도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현재 강화되고 있는 영남의 지역주의에 대해 호남 역시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즉 영남 지역주의의 강화가 호남에 위기의식을 불러 여권의 대선 주자가 드러나는 시점에는 그를 중심으로 호남 민심이 재결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남의 결집은 호남의 역결집을 불러

안 소장의 분석대로 한나라당에 대한 영남의 지지도는 일찌감치 과거 수준을 회복했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지난 4년간 지속적으로 영남 공략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탄핵 여파 등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이 가장 높았던 2004년 총선 때의 여야 득표율과 최근의 조사 결과를 대비해보면 이같은 추세는 바로 드러난다.

지난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영남 득표율은 51.3%였다. 반면 최근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북권(대구.경북)의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70.8%, 경남권(부산.울산.경남)은 63.9%에 달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등 한나라당 주자들에 대한 지지율을 합하면 경북권 77.7%, 경남권 71.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2년 이회창 후보가 대구(77.1%), 경북(72.2%), 부산(66.3%), 경남(66.6%)를 얻은 것을 능가하는 수치다.

이에 비해 총선 당시 32%를 영남에서 득표했던 열린우리당에 대한 최근 지지율은 경북권6.2%, 경남권 7.6%로 곤두박질 쳤다. 고건 전 총리에 대한 지지율(경북권 4.6%, 경남권 7.4%)를 합해도 10% 초반에 그친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서 얻은 25%에도 한참을 못 미친다.

이런 현상은 표면적으로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전국적인 반발여론,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에 대한 높아진 호감도가 맞물린 산물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여권이 영남에 대한 획기적인 유인책을 내놓지 못하는 이상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몰표를 막을 도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영남의 유권자 비율은 호남에 비해 무려 2.5배 가량이나 높다. 만약 영호남 대결 구도로 선거판이 형성될 경우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간단한 산술만으로도 답이 나온다는 얘기다.
▲ 대선 주자들은 일찌감치 지역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경남 진주시를 방문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왼쪽), 부산에서 지지자와 악수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가운데), 전남 나주시를 방문한 고건 전 총리(오른쪽) ⓒ뉴시스

여당도 야당도 기본은 '지역'

이같은 현실적인 조건은 선거 승리를 위해 여권이 모종의 기획을 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여권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호남의 장악+충청권과 수도권 흡인+개혁세력의 결집'을 통해 영남 보수 세력에 대한 포위 구도를 만드는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호남의 절대적인 지지를 토대로 각각 DJP 연대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워 서부벨트를 장악했다. 여기에 한반도 문제 등을 준거로 '개혁 대 수구' 구도를 창출해 수도권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 집권의 기본 공식이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영남 지역주의가 온전한 이상 올해 대선에서도 여권의 집권 전략은 크게 달라질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도 이같은 현실적인 조건에 주목한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대선은 결국 호남을 기반으로 한 서부벨트가 한나라당에 대항해 영남에서 얼마나 득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며 "말하자면 (영남) 지역주의에 대한 공략 아니면 재집권의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영남에서 40% 이상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내야만 호남의 지지율이 85%에 그치더라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영남 후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 회귀냐, 영남 공략이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탄핵 와중이던 지난 2004년 4월만 해도 지역주의를 막아달라며 국회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실제로 일부 청와대 참모들과 친노계 진영에선 2002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호남의 지원을 받는 영남후보' 전략이 심심치 않게 거론돼 왔다. 이는 경주 출신인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인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왜 유력한 '노무현의 카드'로 회자되는지를 설명해준다.

유 장관 외에도 김두관 전 장관, 김혁규 의원 등 친노계의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이 모두 영남권 출신이라는 것이 우연의 일치만은 아닌 셈이다.

이에 비해 통합신당파는 다소 시각이 다르다. 노 대통령과 함께하는 영남 공략은 오히려 효과가 반감된다고 본다. 게다가 호남의 집토끼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져 필패의 지름길이 된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를 묶는 범여권 통합으로 전통적 지지세력을 복원하고 개혁적 시민사회 진영 및 전문가 그룹을 규합해 '개혁 대 수구' 구도를 안착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충청권 출신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영입 1순위로 거론되는 것이다.

지역주의의 조장자인가? 노예인가?

여권에서 크게 대분되는 이같은 두 가지 전략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대선 때까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할 수도 있고, 반대로 '호남+충청+수도권+영남 개혁세력'의 극대화된 연합전선을 구축해 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여권의 집권 전략이 어느 쪽이든 기본적으로 지역주의 논리를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집권 전망이 영남의 한층 견고해진 지역기반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이상 더욱 그렇다.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 타파'나 신당파의 '지역주의 청산' 슬로건도 결국은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포장하기 위한 명분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지역구도 극복의 효과를 내기는 난망하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지역주의 극복의 슬로건은 여전히 구두선에 불과한 것인까? 지난2002년 대선에서도 그런 슬로건은 넘쳐났지만 결국 민주당의 동진(東進)과 한나라당의 서진(西進)이라는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한 포장술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올해 대선을 앞두고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지역주의의 조장자인가, 아니면 그 노예인가? 그 비좁은 틈바구니에서 유권자가 설 땅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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