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한일정상회담에서 동해를 '평화의 바다' 혹은 '우의의 바다'로 부르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견을 그 자리에서 거부했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8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가 노 대통령의 이같은 의견 제시를 확인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지지통신>은 동해를 일본이 '일본해'로 부르는 반면 한국측은 '동해'로 주장하면서 국제기구 등에 명칭변경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거듭해 왔으나 '평화의 바다'로 바꿀 것을 정상회담에서 제기하기는 처음이라며 노 대통령의 제안이 한일관계에 미묘한 영향을 줄 것 같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노 대통령의 제안이 확인됐으나 일본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즉석에서 거부라는 말이나 의사표현은 한 것은 없었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도의 화답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90년대부터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
이 보도에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대통령의 제안이 돌발적인 것이었냐'는 질문에 "동해 문제나 역사 문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협의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며 부인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정상회담을 하면 양국의 현안과 추진방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보고하는데 그 맥락에서 ('평화의 바다' 문제를) 보고했고 협의했다고 이해해 달라"며 "동해를 '청해(淸海)로 하자는 등 90년대부터 아이디어로 쭉 나왔던 것이어서 사전에 협의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그는 동해를 단독으로 표기하거나 최소한 일본해와 병기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정책상의 변화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
그는 "그동안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 인식의 전환 차원에서 노력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하나의 예시로 한 것"이라며 "그 자리에서 일본에 제의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세계일보 어처구니없고 무책임"
한편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처음 보도한 <세계일보>를 향해 전적인 책임을 돌렸다. 청와대 안보수석실은 이날 오후 청와대브리핑의 언론대응 코너인 '바로잡습니다'에 '세계일보의 어러구니 없는 시비'라는 글을 실어 "대통령의 발언 맥락과 전혀 다른 부정확하고 무책임한 보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보수석실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시 대통령은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하자고 제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보수석실은 노 대통령이 "가령, 동해 바다를 한국은 동해라고 하고 일본은 일본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두 나라가 '평화의 바다', '우의의 바다', '화해의 바다'라고 한다면 두 나라 사이에 대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요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안보수석실은 "대통령은 일본이 한일관계나 동북아 문제에서 기존의 입장만 고수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기 때문에 과감하게 새로운 발상을 해야 하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상의 전환을 위해 예를 들어 설명한 것일뿐 교섭을 위한 공식 제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과 같이 이날 오전 청와대 관계자도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대통령께서 참모들과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말한 바 있어 석연찮은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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