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시아파 출신 사형 집행자들에 의해 조롱당하며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면서 오히려 시아파가 후세인을 영웅으로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의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로노트와의 인터뷰에서 후세인의 처형 장면은 야만스러운 것이었다며 시아파들이 후세인을 순교자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무마라크 대통령은 특히 이라크 정부가 이슬람 최대의 명절 가운데 하나인 희생제(이드 알-아드하) 축제일의 첫날 후세인을 처형한 것을 언급하며 후세인 사형에 종교적ㆍ종파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한 이라크 정부와 시아파들의 실수를 지적했다.
그는 "희생제 첫날 사형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그들은 왜 그렇게 처형을 서둘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 희생제 축제일에 사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전까지 우호적인 관계였다가 쿠웨이트에서 이라크군을 축출하는 군사행동에 가담하며 후세인과 멀어진 무바라크는 이어 "사담이 사형을 받을 만 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겠다"고 말해 사형 자체에도 비판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후세인의 범죄에 대한 기억마저 지워버린 시아파
한편 뉴욕타임스도 6일 후세인이 시아파의 조롱 속에 처형당했지만 이로 인해 아랍권에서 수니파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후세인의 사형 장면이 공개된 이후 신문과 인터넷은 물론 거리에서도 죽음 앞에서 평온하고 침착하게 시아파 사형집행인들의 조롱과 모욕을 감내한 수니파의 영웅으로 후세인을 칭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후세인의 대중적인 이미지가 죄 많은 독재자에서 존경과 경외심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그의 비참한 최후에 대한 분노가 그의 범죄행위들에 대한 기억을 흐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죽음의 공포에 의연하게 맞선 후세인의 마지막 모습과, 그에 대한 조롱과 독설을 퍼부었던 시아파 사형 집행인들의 대조된 모습이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사형을 선고받아 마땅한 독재자였던 후세인을 죽는 순간까지 위엄을 지킨 순교자로 바꿔 놓았다는 것이다.
"미국과 맞섬으로써 과오를 씻어냈다"
후세인에 대한 이같은 인식은 비단 머릿속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이슬람권 곳곳에서 실제 행동으로 드러나고 있다.
후세인 사형집행 소식이 전해진 후 희생제 축제마저 취소한 리비아는 이탈리아의 침공에 저항하다 교수형을 당한 국가영웅 아마르 알-무크타르의 기념조형물 옆에 교수대에 선 후세인의 모습을 묘사한 조형물을 설치키로 했다.
모로코와 팔레스타인에서는 후세인을 추앙하고 미국을 비난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도 후세인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리는 등 수니파들을 자극한 후세인 사형집행에 대한 반발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이집트와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의 언론도 후세인을 순교자로 묘사하고 있으며 복수를 촉구하는 글들이 연일 게재되고 있다.
요르단 언론인인 무하마드 아부 룸만은 일간 알 가드를 통해 후세인이 초기에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대다수에게 그는 순교자로 남았다면서 그는 미국에 맞서고 그들과 협상을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과오를 씻어냈다고 칭송했다.
레바논 내 기독교도인 롤라 하다드 조차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후세인이 독재자였으며 수천 명을 살해했다는 사실이 잊혀지고 있다면서 그에 대한 혐오가 갑자기 점령군과 동조자들에 의해 부당한 취급을 받고 생을 마감한 그에 대한 동정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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