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사형 확정 이후 30일 이내에 교수형에 처해질 예정인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마지막 편지'가 대중에 공개됐다. 11월 5일 이라크 특별 법원에 의해 1심에서 사형을 언도받은 직후 작성한 이 편지에는 자신을 권좌에서 몰아낸 미국에 대한 적의와 재판 과정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드러났다.
"사형 언도는 '침략자들의 지시'"
후세인은 1심의 사형선고가 최고 법원에서도 번복되지 않을 것을 예상한 듯 "이제 나는 내 영혼을 신에게 희생으로 바치겠다"며 "신이 원한다면 나를 순교자들이 있는 곳으로 이끌 것이고 나는 평온 속에서 신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후세인은 그러나 "만약 신이 그 결정을 연기한다면 신은 최고의 자비를 베푸는 것이며 나는 그의 결정에 의지해 '불의한 나라들(unjust nations)'에 대항해 나갈 것"이라며 자신을 극형으로 몰아간 세력에 대한 보복을 경고했다.
후세인은 9개월간의 재판 과정에 대해 "재판장은 우리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우리 측에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 침략자들의 지시에 따라 형을 선고했다"며 '불공정 재판'이라고 단정한 뒤 "나는 피난처 되시는 자비의 신과 함께 할 것이며 신은 정직한 신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분"이라고 사형을 면할 가능성에 대한 강한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후세인 축출 후 이라크는 40여 년 간 중앙 권력을 독점해 온 수니파와 새 정부를 주도하고 있는 시아파 간의 권력 투쟁 양상이 유혈 충돌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26일 후세인에 대한 사형이 확정된 직후에도 수니파는 후세인 석방을 주장한 데 반해 시아파는 즉각 처형을 외치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후세인은 이를 의식한 듯 "신이 우리를 사랑과 용서의 상징으로 세우셨음을 명심하고 형제애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지하드와 무자헤딘이여 영원하라"며 결국 수니파 무장 단체의 분발을 촉구했다.
고대 아라비아어로 쓰인 이 편지는 요르단에 있는 후세인 변호인단에 의해 공개됐고 외신들에 의해 영어로 번역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편지 내용을 자세히 전하면서도 "후세인이 직접 이 편지를 썼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바트당 "미국과 미국의 이익에 보복할 것"
후세인의 편지에 자극을 받은 듯 후세인의 축출과 함께 해산됐던 과거 바트당 인사들은 27일 성명을 통해 "후세인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다면 미국에 대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들은 "바트당과 저항세력들은 어떤 대가를 지불하든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미국의 이익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후세인을 처형하는 것은 꼭두각시 정권인 이라크 현 정부가 아니라 미국이기 때문에 후세인에 대한 책임도 당연히 미국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백악관은 "후세인을 처형할 경우 그 지지자들로부터 일정 이상의 보복행위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후세인 사형에 대한 위험부담을 시인하는 모습이었다.
스코트 스텐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부시 대통령이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는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과 이라크 군들도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텐젤 대변인은 "우리는 적들이 과거 폭력을 조장하기 위해 어떤 구실을 내걸어 왔는지를 봐 왔다"면서 "이들이 이번에는 어떤 구실을 내걸 것인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텐젤 대변인은 그러나 후세인 전 대통령 처형 시기 결정에 미 행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그 문제는 전적으로 주권국가인 이라크 국민들이 정의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이며 우리는 그저 지켜볼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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