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안'이란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중 3자 수석대표 회담에서 중국이 제시한 것으로 일본 아사히신문은 10일 복수의 회담 소식통을 인용해 그같은 내용을 전하며 그 '독자안'이 6자회담의 재개를 이끌어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이 전한 중국의 제안은 6자회담이 시작되면 북한이 영변의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는 초기이행조치를 취하고, 그 대신 미국은 금융제재 문제에 관한 검토회의와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밝힌 북-미, 북-일 국교정상화, 경제·에너지 지원 등에 관한 검토회의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 입장으로는 해결 난망' 판단에 따른 듯
중국이 이같은 절충안을 낸 것은 미국과 북한이 내놓은 제안은 상대방이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베이징 북미중 협의에서 6자회담이 시작되면 북한이 취할 초기조치로 △영변 핵시설 가동중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핵 계획 신고 △핵실험장 폐쇄 등 4가지 사항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2008년까지 핵을 먼저 포기하면 경제·에너지를 지원하고 한국전쟁 종결 서명을 한 후 관계정상화에 이른다는 미국의 마스터플랜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제안은 핵폐기에 대한 보상이 과거에 비해 다소 구체적이라는 점만 다른 뿐 '선핵폐기'라는 대전제는 엄존하고, 초기이행조치 역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이라는 9.19공동성명의 기본 원칙에서 어긋난다는 것이 북한의 시각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초기조치에 난색을 표하는 동시에 자신들은 핵실험을 한 '핵 보유국'임을 강조하고, 금융제재에 대한 해결책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간극이 이처럼 큰 것을 확인한 중국은 지난달 29일 북-미-중 회의에서 독자안을 내 절충을 시도했다. 회담 후 미국은 이 안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음을 중국에 전달했으며 북한도 미국의 이러한 대응을 확인한 뒤 회담 복귀에 응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통상 핵폐기 절차를 '동결(동결 여부에 대한 사찰까지 포함)-신고-검증-폐기'의 4단계로 크게 나눌 때 미국의 제안은 2단계인 '신고'까지를 상정한 것이고, 중국의 제안은 1단계인 '동결'까지만 상정한 셈이다.
관계 소식통은 이에 대해 "핵시설을 당분간 가동 중지하는 것은 북한에 있어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선을 제시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시설 가동정지에 관해 약속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6자회담에서 난항이 예상된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북한은 베이징 협의가 끝난 후 러시아 통신사를 통해 미국이 한국과 주변에서 핵무기를 없애지 않으면 자신들의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간접적인 입장만을 흘릴 뿐 미국의 제안에 대해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8일 최근의 북미관계가 2000년 클린턴 미 행정부 당시의 북미관계와 유사하다고 평가해 미국의 제안에 긍정적인 답을 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이같은 북한의 알쏭달쏭한 태도는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미국의 일방적인 페이스에 밀리지만은 않을 것이며 적어도 중국식 절충안을 중심으로 협의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이 초기이행조치에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논의해 볼 수 있는 정도는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6자회담 18~19일 경 시작될 듯
한편 당초 16일 재개될 것으로 보였던 6자회담이 막판 변수로 18~19일께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비공식 브리핑에서 "18일 시작하는 주에 차기 회담이 시작된다는 예상 하에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날짜에 대한 협의가 진행중이지만 의장국인 중국이 이르면 오늘 중 회담 재개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위 관리도 6자회담이 18일 재개돼 3~5일간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9일 말했다.
중국은 당초 16일 개최안을 제시했으나 북한과의 절충이 지연되면서 18일 또는 19일 개최하는 방안을 놓고 북측과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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