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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이틀째 만남도 "…"

6자회담 연내 개최 물건너가나…北, '고민' 깊어질 듯

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28일에 이어 29일에도 6자회담 사전준비를 위한 양자협상을 계속했지만 회담 의제와 관련된 양 측의 입장차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아 결론없이 헤어져야 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중재로 만나 약 6시간 동안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회담 일정 등 구체적인 결과물은 도출해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내달 4일이나 11일이 시작되는 주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됐던 6자회담이 연내에 열리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회담 직후 김 부상과 힐 차관보는 회담 결과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회담장을 떠났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김 부상이 '귀국 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 결렬도 합의도 아닌 '유보'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리들이 미국과의 협상에 불만이 있을 때 연출하는 '장외' 기자회견도 하지 않은 채 일체의 언론 접촉을 피한 김 부상의 태도는 그가 미국의 제안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음을 웅변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3개국 대표들이 수차례의 3자 또는 양자 회담을 통해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솔직하고 심도 있게 상호 이해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틀간의 북미 협상이 사실상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힐 차관보는 김 부상의 극적인 태도변화가 없다면 추가적인 만남 없이 30일 오전으로 예약한 워싱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핵폐기 인센티브, 대미 불신 이길 수 있을까

지난 이틀간 총 10시간이 넘도록 양자회담이 진행됐으나 양측간 접점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핵폐기와 관련된 미국의 사전조치 요구와, 북한이 요구하는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 동결 해제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종료 및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라는 현안을 두고 북미 간 입장차가 너무나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회담에서도 6자회담이 재개되면 BDA 계좌를 풀어달라는 북한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핵폐기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의 선후관계를 두고도 양자간 기싸움이 계속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힐 차관보는 28일 회동 직후 "내달 중순에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표면적 진통 기류 아래에서는 긍정적 신호가 오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특히 하노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핵이 폐기된다면 북한과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서면으로'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번 북미 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위적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을 개발하고 체제 안전보장을 요구해 온 북한으로서는 비록 선(先)핵폐기라는 물러설 수 없는 전제가 달려있긴 하지만 '서면 서명' 수준의 제안이라면 고려해 볼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힐 차관보가 전한 여러가지 '인센티브' 조치들을 검토하며 깊은 고민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각종 핵폐기 유인책이 그간 누적돼온 대미 불신감을 이겨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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