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일로 예정됐던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 방문이 돌연 취소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14일 "17일부터 2박3일간 금강산 관광 8주년 기념식에 참여하기로 했던 이종석 장관의 계획이 13일 저녁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취소됐다"고 밝혔다.
퇴임을 앞두고 있는 이 장관은 17~18일 열리는 관광 개시 8주년 기념식과 축하연에 참가하고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함께 금강산을 등반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번 기념행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현대아산 수뇌부가 모두 참석해 북한 핵실험 이후 위축된 금강산 관광의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취지였다. 이 장관의 금강산 방문이 취소됐지만 현대아산은 예정대로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북측이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직후 단행된 대북 쌀·비료 지원 중단 결정 과정에서 이 장관이 결정의 중심에 있었던 것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민주노동당 대표단에게 남측의 쌀·비료 지원 중단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던 것은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다른 한 편에서는 청와대가 이 장관에게 퇴임 후 재기용, 대북 특사 등 모종의 임무를 맡기기 위해 갑자기 회동 일정을 잡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또 북핵 사태 속에서 금강산관광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상황에서 장관이 금강산을 찾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여겼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17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는 점이 감안됐을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같은 추측이 확산되자 이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실에 들러 "분명한 건 인사문제나, 북에서 오지 말라고 했다거나, 누가 가지 말라고 한 건 100% 아니라는 점"이라며 "추측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금강산에 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다" "나중에 말하겠다"는 등의 말로 즉답을 피해 각종 추측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이 장관은 "지난 일요일 (퇴임 후 돌아갈 전 직장인) 세종연구소에 가서 짐 정리를 하고 장관실에 있는 책을 갖다 놨다"며 "퇴임 하면 곧장 세종으로 가겠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