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중인 미군이 '최악의 10월'을 보내고 있다. 내달 7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본국의 여론이 악화된 데에다가 라마단 기간을 맞아 이라크 내 무장단체들의 공격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 측은 30일 10월 한 달 동안 이라크에서 100명의 미군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100번 째 사망자는 지난 29일 서부 안바르 지역 전투에서 사망한 해병이었다. 그는 후세인 정권 몰락 이후 2813명 째 미군 사망자로 집계됐다.
올 10월은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네 번째로 미군 사망자가 많은 달로 기록됐다. 월간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때는 한 달에만 137명이 죽은 2004년 11월이었다.
그러나 2004년에는 팔루자, 나자프 등지에 대한 대공세가 있었던 반면 최근에는 대규모 작전이 없었다는 점에서 사망자가 100명을 넘은 이 달의 상황은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이에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 쪽은 라마단을 사망자 급증의 요인으로 꼽았다. 천사 가브리엘이 예언자 무하마드에게 코란을 전수한 달을 축하하며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을 하는 라마단 기간 중에 점령군에 저항을 하면 신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신앙이 이슬람 신도들 사이에 퍼져 있고, 이에 매년 10월이면 폭탄테러 등 유혈사태가 급증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주둔군과 정부군이 이라크에서 인심을 잃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인 만큼 라마단 자체가 미군에 대한 공격을 급증시켰다기보다는 이들의 바그다드 내 치안 회복 작전에 대한 무장 단체들의 반격이 라마단을 계기로 본격화 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해들리 이라크로 급파
이라크 내 미군 사망자가 급증했다는 소식은 선거를 앞둔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에 비보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백악관은 30일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을 이라크로 급파해 미군 사망자 급증 문제와 이라크 자치 정부와의 균열 조짐 등 악재 봉합에 나섰다.
지금 상황에서 해들리가 특별한 해결책을 내놓기는 어려우나 백악관이 직접 이라크 내 미군 동향과 자치정부와의 관계를 챙기는 제스처를 노출함으로써 악화된 여론을 무마해 보려는 심산으로 깜짝 방문을 감행한 것이다.
백악관은 해들리의 방문이 "실무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해들리가 현장에서 사태를 평가하고 부시 대통령에게 직보할 기회를 갖게 된 것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해 해들리가 이라크에서 들고올 보따리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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