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이후 중국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에 조심스런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최근 며칠간 미국 고위관료들이 잇따라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 측의 적극적인 노력을 치하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미국의 동북아 구상의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시 행정부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 정도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체니 "북핵문제 대하는 中 관점이 변화"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3일 <CNN> 방송에 출연해 "중국이 매우 강력한 동반자로 떠올랐다"며 "북한의 핵실험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지금처럼 서로 이해 관계가 잘 부합했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미국은 (6자회담의) 동반국들과 협조를 해나갈 것이며, 그러한 협조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바로 이것이 나와 같은 외교관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 역시 지난 20일 중국 지도자들과 연쇄 회담 뒤 중국이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 채택에 동참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중국의 대북 관점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추켜세웠다.
라이스 장관은 "한 번에 다 되지는 않겠지만 중국이 미국에 중요한 동반자가 되려는 징후를 감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딕 체니 부통령도 22일 발행된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해 국제사회가 대응하는 데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면서 "북핵문제를 대하는 중국의 관점에 중요한 변화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에 군사조치를 포함하느냐 여부를 두고 중국과 알력을 보였던 열흘 전과는 미국 측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이다.
"제재 동참하라"…한국 압박은 계속
반면, 남북 경협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으로 "라이스 장관을 실망시킨"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미국의 제재 동참 압박이 한층 강해졌다.
잭 크라우치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23일 대북 비확산구상(PSI)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이 "매우 희망적(very hopeful)"이라고 못 박으며 한국 정부의 등을 떠밀었다.
크라우치 부보좌관은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일본 <아사히 신문>이 CSIS에서 공동주최한 미-일관계 세미나에 참석한 자리에서 "최근 라이스 장관의 동북아 순방 결과를 보고 이들 문제에 관해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러시아간 협력을 기대(expect)할 수 있다는 낙관을 어느 정도 갖게 됐다"며 "이들 나라는 한반도에 대한 전면봉쇄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함에 따라 PSI를 위한 효율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점도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 논의 과정에서 유엔헌장 7장 원용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존 볼턴 유엔주재 미 대사는 아예 다음달 초 쯤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대사 측이 먼저 강연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기회에 한국에도 들르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한국 고위 당국자들을 직접 만나 안보리 결의안 이행을 강력하게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부시 행정부 내 강경 매파로 분류되는 볼턴 대사는 지난 15일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호 이행과 관련해 한국과 중국 등이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할 것을 촉구해 왔을 뿐 아니라, 유엔 결의안 채택 당시 안보리 결의에 거부의사를 밝힌 뒤 퇴장한 박길연 주 유엔 북한대사의 뒤통수에다 대고 "유엔은 북한을 축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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