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北 화물 검색에 협력 요구"…정부의 선택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北 화물 검색에 협력 요구"…정부의 선택은?

안보리 결의안 PSI 적용 여부 두고 美-中 대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4일 채택한 대북결의안 1718호는 군사제재와 관련된 유엔 헌장 7장을 포괄적으로 원용하지는 않았지만 광범위한 경제제재를 포함한 7장의 41조가 총망라돼 '한국전쟁 이후 국제사회가 북한에 취한 가장 강력한 조치'(<뉴욕타임스>)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중에도 가장 예민한 대목은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에 대한 검문검색을 가능하도록 한 제재 규정으로 논의 과정에서부터 이 규정의 포함 여부를 두고 기싸움을 벌였던 미국과 중국은 결의안 채택 후에는 이 규정의 적용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화물 검색 조항', 의무규정에서 '촉구' 선으로 수정

대북결의안 1718호 중 화물 검색이 규정된 8조 (f)항은 다음과 같다.

"모든 회원국들은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특히 핵 및 화생방무기의 밀거래와 이의 전달수단 및 물질을 막기 위해 안보리 결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북한으로부터의 화물 검색 등 필요한 협력조치를 취하도록 요구(call on)한다."

당초 미국은 PSI 정신을 결의안에 담으려는 의도로 '협력조치를 취하도록 결정(decide)한다'고 규정했으나 표결 직전 중국과 러시아의 항의로 '요구한다' 선으로 수정했다. 유엔 192개 회원국들에 북한의 화물검색에 대한 협력조치를 '의무화'한 것은 아닌 것이다.
PSI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2003년 5월 미국이 주도한 비확산 구상으로 일본, 호주, 영국, 프랑스 등이 참여하고 있으나 한국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참여 국가들은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 수단, 즉 미사일의 수송을 차단하기 위한 모든 합법적 수단을 강구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즉, 공해 및 영해에서의 검문, 영해 및 영공 통과 거부, 경유지 기항 및 급유 거부 등의 방법으로 무기 관련 수송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자는 계획인 것이다.

▲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해상검문을 '요구'한 대북제재결의안을 유엔 회원국들에 PSI 참여를 확대하는 근거로 사용할 전망이다. 사진은 작년 7월 PSI 참여국인 싱가포르가 모의 훈련을 하는 모습 ⓒ연합

이에 PSI 참여를 거부해 온 중국의 왕광야 유엔 주재대사는 결의안 채택 직후 이 조항을 PSI에 의한 해상선박 검문검색에 법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북한 화물의 검색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도 더불어 밝혔다. 해상의 북한 화물선에 대한 미국 등 다른 유엔 회원국들의 화물검색은 양측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왕 대사는 안보리에서 중국은 화물 검색을 이유로 해상 선박에 승선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를 "도발적 조치"라고 표현하고 다른 나라들에 이런 조치를 하지 않도록 촉구했고 러시아도 공감을 표했다.

반면, 미국의 존 볼턴 유엔주재 대사는 이 조항이 "어떤 면에선 PSI, 특히 대북 PSI의 성문화인 셈"이라고 말해 대북 PSI의 국제법적 근거로 활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이같은 해석차는 앞으로 구성될 안보리 내 제재위원회에서도 계속 쟁점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결의안 적용 과정에서도 양 국간 갈등의 소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주 라이스 방한, PSI 참여 확대 압박할 듯

'화물 검색' 조항을 PSI 참여의 법적 근거로 활용할 것인지의 여부는 우리 정부가 고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한국의 PSI 참여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반도 특수상황을 감안할 때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단 '신중한 접근' 외에는 아직 정리된 입장이 없는 우리 정부로서는 대내적으로 이미 정치권 내의 논란이 고조된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다음주 서울을 찾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협의가 입장 마련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당 의장이 "PSI 확대 참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가운데 지난 13일에는 열린우리당 의원 77명도 "PSI에 따른 해상 검문, 검색과 해상봉쇄는 원치 않는 물리적 충돌을 불러올 위험성이 있다"는 골자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나라당을 제외하고선 다른 야당들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이 서울에 와서 보다 강력하게 한국의 PSI 참여확대를 요청할 경우 한미간의 입장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이에 우리 정부는 안보리 결의가 해상 검문을 강제하는 수준은 아닐 뿐더러 여권내 반대 주장이 분명해 우리 정부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판단 아래 남북대결 가능성이 낮은 방향의 협조만을 확대하는 선에서 이 문제 대한 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