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실, 41년 만에 '왕자' 출산

일왕 둘째 며느리 아들 낳아…열도 축제 분위기

일본 천황의 둘째 며느리인 기코(39) 여사가 6일 오전 입원중인 도쿄(東京)도 내 아이쿠(愛育)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아들을 출산했다.
  
  왕실 업무를 관장하는 궁내청은 기코 여사가 이날 오전 8시30분께 건강한 남아를 출산했다고 발표하면서, 신생아의 체중 2558g, 키 48.8cm로 표준보다는 작지만 임신 37주째의 발육이 충분한 상태에서의 출산이어서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 태어난 남아는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와 아키시노 왕자 다음의 왕위 계승 서열 3위가 돼 일본 왕실의 부계 왕위의 적통을 잇게 된다. 아키히토(明仁) 천황 내외로서는 4번째 맞는 손주이며, 남자 손주로는 처음이다.
  
  극심한 남아 기근이 계속돼 온 일본 왕실에서 남아가 태어나기는 지난 1965년 천황의 차남인 아키시노 왕자가 태어난 이후 41년만이다. 천황의 장남인 나루히토 왕세자는 4살짜리 여아 한 명만을 두고 있으며, 아키시노 왕자도 앞서 딸만 두 명을 낳았다.
  
  일본 정부는 여계.여성 천황을 인정하는 내용의 왕실전범 개정을 추진해 왔으나 이날 남아가 태어남에 따라 당분간 전범 개정 논의가 수그러 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왕실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하기는 처음이며, 천황 일가가 궁내청 병원 이외의 민간병원에서 출산한 것도 처음이다.
  
  왕실은 당초 자연분만을 예정했으나 지난달 정기검진에서 태아가 자궁 입구에 위치하는 '전치태반(前置胎盤)' 진단을 받아 출산시 대량 출혈이 예상됨에 따라 시기를 앞당겨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했다.
  
  아이쿠병원은 유명 연예인 등이 이용하는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기코 여사는 일 주일 정도 요양한 뒤 퇴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홋카이도를 방문중인 아키히토 천황 내외는 투숙중인 호텔에서 남아 출산 소식을 전해듣고, 탄생후 최초의 의식으로 손자에게 보신용 검(劍)을 하사했다. 이름은 7일째인 오는 12일 붙여지게 된다.
  
  일본 방송과 통신 등 언론들은 왕실의 남아 출산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했다. 특히 TV 방송들은 출산한 병원과 궁내청을 번갈아가며 생방송으로 연결해 특별 방송을 내보내는 등 일본 열도가 축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이날 "산모와 신생아가 건강하다는 소식을 국민들과 함께 기쁘게 생각한다"고 반기면서 앞으로 왕실 전범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을 들어 신중하게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