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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이라는 카스트로의 일상생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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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이라는 카스트로의 일상생활은?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92> 쿠바 일간지, 카스트로 편지·사진 공개

한 달 넘게 병상에 누어있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전세계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과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베일에 가려진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는 카스트로 의장의 개인적인 일과는 서방언론들의 평가를 빌리자면 '국가기밀'에 해당된다. 쿠바의 국가기밀(?)이라는 카스트로의 하루 일과와 카스트로 이후 쿠바를 이끌어갈 실세들의 면면을 카스트로 수행원들의 단편적인 증언과 쿠바 출신 언론인들, 쿠바에서 특파원을 지냈던 남미의 언론사 기자들의 회고를 통해 간략하게 조명해본다.

장출혈 증세로 입원하기 전까지 카스트로는 80세의 고령에 비하면 비교적 건강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건강유지의 비결은 무엇일까?

카스트로 스스로는 "건강유지를 위해 매일 실내체육관에서 체력단련운동을 하며 일주일에 2~3번씩 수영을 즐긴다"고 밝혔었다. 아르헨티나 방문 중 '건강유지비결'을 묻는 현지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서다.

카스트로의 수행비서들은 "카스트로 원수는 업무와 휴식을 적절히 조절하는 절제된 생활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쿠바 출신 학계 인사들은 카스트로의 통치철학에 대해 "호세 마르띠의 문학적인 기본 위에 마르크스 혁명사상을 접목시킨 사상을 기본 통치개념으로, 쿠바국민 개개인의 필요를 고려할 줄 아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들과 직접적으로 호흡을 함께하며 서로 교감하기를 원하는 지도자라는 설명이다.
▲ 카스트로의 집무실 일부 ⓒ쿠바 정부

항상 부지런하며 강철 같은 굳은 의지와 인내를 가진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카스트로는 매일 아침 기상과 동시에 쿠바 관련 주요 외신들의 기사를 읽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며 특별히 미국 언론들의 쿠바 관련 기사를 빠지지 않고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트로는 영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영어 독해능력은 수준급이라는 게 현지 학계의 전언이다. 하지만 그는 영어보단 스페인어로 번역된 내용을 선호한다고 한다.

아침식사를 겸한 신문 훑어보기가 끝나면 정부 각처에서 올라온 각종 보고서를 세심하게 검토하고 그 내용이 신뢰할만한가를 확인해본다. 그는 법학도 출신답게 논리적이고 통계적인 뒷받침이 첨부된 정확한 보고서를 선호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보고서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주요현안을 스스로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라는 게 카스트로와 가까운 현지 정치가들의 한결 같은 견해다.

각종 서류보고서 검토가 끝나면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방문자들을 만난다. 그는 방문자들로부터 주로 듣는 입장을 취하지만 일단 자신이 평소에 궁금히 여겼던 사항이 대화에 등장하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만나본 인사들은 "피델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면서 "일단 대화 중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슈가 등장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고 회고했다. 고립된 사회에서 살다 보니 외부세계의 새로운 소식이나 정보에 목말라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카스트로는 자신을 방문한 외국인사들에게 입버릇처럼 "쿠바의 의학도들이 암을 정복하는 의약품 개발을 머지않아 이루어 낼 것"이라면서 이것이야말로 "평생앙숙인 미국을 능가하는 외교적인 힘을 배양하는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주장한다는 것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그는 2~3시간을 활용해서 경제서적과 역사적인 주제의 책을 즐겨본다고 한다. 마이크를 한번 잡았다 하면 경제와 역사 등 3시간이 넘게 강연하는 그의 연설의 기초가 되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과학과 IT(정보통신)산업에 관한 서적들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인터뷰를 한 경험을 가진 남미의 기자들은 "피델과의 인터뷰는 평상시보다는 긴 시간을 각오해야 된다"면서 "짧아야 3시간"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카스트로는 자신과 인터뷰를 하는 기자들이 자신의 의도를 충분하게 이해했나를 꼭 확인해 본다는 것이다. 만일 어설픈 지식을 가지고 피델과 인터뷰를 신청했다간 톡톡히 망신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게 그를 만나본 기자들의 증언이다.

현지 기자들은 카스트로와의 대화에서 꼭 지켜야 할 한가지 금기사항은 후계구도에 대한 질문이라고 귀뜸했다. 아무리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더라도 '누구를 후계자로 생각하느냐"든지 "언제쯤 은퇴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는 지난 7월 아르헨티나의 꼬르도바에서 미국 유력지의 한 특파원이 카스트로를 향해 "언제쯤 은퇴할거냐"라고 당돌하게 질문하자 카스트로가 그 기자를 한참 동안 쏘아보다가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느냐(망령이 든 노인으로) 보이느냐"고 호통을 치고 서둘러 자리를 뜨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하기도 했다.
▲ 최근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방문을 받은 카스트로가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쿠바 일간<그란마>

'포스트 카스트로' 체제를 이끌 후보들

그렇다면 병석에 누어 있는 카스트로를 대신해 쿠바를 이끌고 있는 실세들은 누구일까?

현지 언론들이 밝힌 카스트로의 실세 중 서열 제1위는 두말할 것도 없이 라울 카스트로(75세) 국방장관 겸 의장 임시대행이다. 하지만 그는 쿠바 군을 통솔하는 일에 전념하고 실제로 쿠바국정을 움직이고 있는 건 금년 69세인 리까르도 알라꼰 국회의장과 까를로스 라헤(54세) 내각비서 등 카스트로의 각별한 심임을 받고 있는 인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사 출신으로 전통적인 공산주의자들인 호세 라몬 벤뚜라(75세)와 호세 라몬 발라구에르(74)도 카스트로의 심복이자 실세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카스트로가 경제문제에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주목을 받는 인사는 경제학자 출신인 에스떼반 라소(61세) 경제고문이다. 카스트로는 고질적인 쿠바의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라소 고문의 조언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프란시스코 소베론(62세) 쿠바 중앙은행 총재가 실세로 분류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펠리페 페레스 로께(41) 외무장관이 포스트 카스트로 체제를 이을 인사로 특별한 관심을 집중시킨다는 평가다. 로께 장관은 학생들과 쿠바 내 소장파들의 대표주자이며 카스트로 뺨치는 카리스마와 달변가로 당은 물론 정부각료들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이 현재 공석중인 카스트로를 대신해 쿠바를 이끌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이며, '7인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쿠바일간 <그란마>가 발표한 카스트로의 회복된 최근 모습. ⓒ<그란마>

한편 쿠바 일간 <그란마>는 4일(현지시간)자로 카스트로가 쿠바 국민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회복중인 카스트로의 사진을 새롭게 공개했다. 이 편지에서 카스트로는 자신은 "현재 만족할만한 수준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곧 외부 방문객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스트로는 이 편지에서 이례적으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이냐시오 라모네 편집장과 통화해 곧 발간 예정인 <피델 카스트로와의 100시간>('피델 카스트로, 두 목소리의 전기' 스페인어 표현)에 대해 최종 마무리작업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는 병석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카스트로가 곧 발간 예정인 자신의 전기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피델 카스트로와 100시간>은 지난 2003년 1월부터 12월까지 라모네 편집장과 카스트로 간의 100시간에 걸친 마라톤 인터뷰를 엮은 것으로 카스트로의 통치비사와 비공개 된 개인 사생활을 다룬 전기집이다.

자신의 동생과 평소 자신이 신뢰했던 7인의 실세들에게 쿠바의 국정을 의탁한 카스트로는 최근 한 방문자가 "의장님이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숙원사업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나의 마지막 임무는 미국대륙의 한 구석(쿠바)을 지키기 위해 굳게 서 있는 것"이라고 짧게 대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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