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최경환 자진 사퇴…"나에게 돌을 던지라"

박근혜 "충정에서 스스로 결정한 것… 충정을 존중"

'친박계' 대표주자로 꼽히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비서실장 최경환 의원이 7일 비서실장직을 자진 사퇴했다.

최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저에게 돌을 던지라"며 "저 최경환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당내 불화와 갈등을 끝내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박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3선의 최 의원은 최근 박 후보의 지지율 부진 등으로 당내에서 제기된 '친박계 2선 후퇴론' 대상자 중 한 명으로 거론돼왔다. 당내 갈등이 점차 심화되자 최 의원이 이날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우리끼리 '네 탓, 내 탓' 할 시간이 없다"며 "더 이상 논란을 벌이는 것은 분열이고 후보 흔들기로 비추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솔직하게 돌아보자"며 "친박이니 핵심측근이니 하는 분열적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후보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당부했다. "생사를 넘나드는 그 엄혹한 시간에도 '대전은요?'라는 한 마디와 함께 당원동지 여러분 곁으로 달려갔던 그 분, 바로 그 분이 지금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작은 차이는 서로 포용하고 작은 이해는 서로 양보하면서대선승리를 향해 하나가 되자"고 말했다.

최 의원의 사퇴 소식을 전해들은 박근혜 대선후보는 "충정에서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충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회 한마음 전국의사가족대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최 의원 사퇴에 대한 입장을 물은 데 대해 이같이 밝혔다.

박 후보는 추가 인적쇄신 가능성에 대해선 "자꾸 인위적으로 친이, 친박으로 나눠서 혼란을 줘서는 안 된다. 화합으로 가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피바람' 예고전?… 물갈이 어디까지?

문제는 당내 인적 쇄신 갈등 사태가 '최경환 사퇴'만으로 봉합될지 여부다.

'친박계 2선 물갈이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배경에는 연이은 측근 비리와 과거사 파문으로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된 데에 있었다. 친박계 내부의 '읍참마속' 없이는 계속되는 부진 상황을 타개할 방도가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선대위 부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후보를 바꿀 수는 없으니 나머지를 다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위원장인 남경필 의원도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영입을 해서 그 자리를 채우게 하고 나머지 분들은 좀 뒤로 물러나는 게 맞겠다"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주장했다.

위기감이 고조되는 당내 분위기를 볼 때, 정치적 책임을 떠안는 이는 최 의원 한 명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은 "누구 한 사람한테 책임을 귀속시킬 수 없지만, 그간 당 조직들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던 것에 대한 상황을 쇄신하는 차원에서 이해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최 실장의 사퇴에 따라 박 후보의 비서실 규모도 함께 줄어들 전망이다. 비서실 부실장인 이학재 의원이 실장 업무를 이어받고, 그간 후보 비서실에서 맡아왔던 박 후보의 일정 기획 업무는 권영세 전 의원이 이끄는 선대위 종합상황실로 넘겨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