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당정청 기구' 일단 환영…효과는 글쎄?

"언제 기구가 없어 문제였나"는 싸늘한 반응도

6일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오찬결과에 대해 우리당 의원들은 말을 아끼며 '두고보자'는 자세를 취했다.
  
  실명을 내건 의원들은 대체로 당정청 고위모임의 신설 등을 두고 '당청갈등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결과를 도출했다"며 환영하는 태도를 취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이번 갈등의 핵심인 문재인 전 수석의 법무장관 임용 여부에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또한 '모임'의 성격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의견이 엇갈렸다.
  
  또한 이번 회동에 대해 부정적인 의원들은 "할 말이 없다" "다음에 통화하자"는 등으로 말을 아껴 앙금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것은 물론 자칫 이번 봉합이 다른 갈등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의사소통 통로 생긴 것은 잘된 일"
  
  김병준 부총리 논문 논란에 대해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 더 공격을 받는다"며 엄호한 바 있는 장영달 의원은 이날 "당청간 원만한 합의를 통해 협조해나가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하며, 문재인 법무장관 기용 논란과 관련해서는 "청문회라는 객관적인 평가수단이 있는데 그런 틀을 놔두고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기 전부터 개인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 출신의 양형일 의원도 "진작부터 당정청 모임을 가졌어야 했는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상경 의원은 "그간 청와대와 당 간의 공식적인 의사소통 경로가 없고 상호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불신이 생기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이러한 통로가 생긴 것은 잘됐다"면서 "일반적인 정책 결정과는 달리 특히 인사문제는 내부 협의를 통해 갈등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러한 협의체를 통해 대통령이 당의 의견에 보다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문제가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당정청 모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유일한 부산 지역구 의원으로 친노직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당정청 모임라고 해야 청와대와 당지도부가 논의를 하는 것일 텐데, 그런 식의 모임은 비공식적으로 계속 있어 왔다"며 "당청갈등은 그러한 협의체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오히려 이러한 모임은 잘못 운영되었을 경우 그간의 당정분리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로 비춰질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러한 봉합으로) 당 지도부가 당 전체의 마음을 다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의장의 측근으로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 역시 "우리도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다"면서 "다만 당의 의견이 충분히 전달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던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당의 의견과 인사권이 앞으로도 계속 충돌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 때 가봐야 안다"고만 답했다.
  
  여전히 남아 있는 '문재인 불씨'
  
  이러한 당정청 비공식 모임을 마련함으로써 일단 당청갈등은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모양새지만 청와대가 다시 문재인 전 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하려 할 경우 당청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대변인은 "현 단계에서는 노 대통령이 문 전 수석을 임명할 가능성과 안할 가능성이 거의 반반인 것 같다"며 "그러나 만일 임명하게 된다면 논의는 새로운 상황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당이 우회적이지만 완강히 반대 의사를 표한 만큼 노 대통령이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친노그룹의 다른 초선의원은 "문 전 수석만한 법무장관 감이 누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당도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문 전 수석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번에도 측근을 장관으로 기용하면 벌써 세번째라는 국민들의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경 의원은 문 전 수석이 능력이 있다는 평에 대해 반박했다. 이 의원은 "문 전 수석이 능력이 있지만 측근이라 안 된다는 것은 레토릭에 불과하다"며 "참여정부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는 원인으로 대통령 보좌진의 잘못이 많이 거론되는데, 문 전 수석은 그 한가운데 있지 않았느냐"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다시 충돌할 가능성 농후"
  
  한편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중심으로 정권재창출을 준비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친노그룹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의원은 "최근 논의되는 오픈 프라이머리 등에 대해 대통령이 갖고 있는 관심과 걱정이 일부 드러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한 초선의원은 "당내에는 틀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 장기적으로는 당의 의견과 대통령의 생각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