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북한이 외국 담배를 위조해 해외에서 유통시키고 있을 것으로 보고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집권 자민당은 일본에서의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대북 금융제재 법안의 골격을 마련하며 새로운 대북 제재의 발길을 떼어 놓았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계획은 30일 미국 재무부의 스튜어트 레비 차관이 2000년 완화했던 대북 금융 조치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근거로 하루에 하나씩 교대로 대북 제재안을 발표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온 후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인 반면, 일본의 계획은 구체적이고 세밀하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조총련계 금융기관 겨냥 금융제재 법안 마련
일본의 <교도통신>은 31일 스즈키 세이지 관방 부장관이 이날 총리관저에서 열린 정부의 납치문제특명팀 '법집행반' 회의에서 북한이 만들어 유포시키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위조 담배의 실태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결정은 '마일드세븐' 등 일본담배산업(JT) 회사 브랜드의 위조 담배가 중국과 북한 국경 부근에서 많이 나도는 것으로 보고된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 금융제재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일본 자민당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제재 법안은 북한의 자금 세탁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은행 등 금융기관을 정부가 지정하고, 국내의 다른 금융기관들에 대해 해당 기관과의 일체의 금융 거래를 금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 법안은 특히 일본 국내의 조총련계 금융기관을 겨냥한 것으로,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현행 외환관리법보다 쉽게 제재를 발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외환관리법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유엔이나 다자간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합법 계좌까지 문제 삼을까?
한편 레비 미 재무부 차관의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북한에 광범위한 경제 재제를 다시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며 레비 차관의 전날 발언을 확인했다.
몰리 밀러와이즈 대변인은 "현재 검토되고 있는 여러 옵션들 가운데 대북 경제제재 방안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밀러와이즈 대변인은 미 재무부가 취할 구체적인 대응책은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미국은 3년전 시작한 6자회담의 틀 내에서 시기와 장소,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측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의회조사국 래리 닉시 박사는 미 행정부가 북한의 불법행위와 관련된 계좌뿐 하니라 고위층들의 합법적인 계좌까지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전망해 주목된다.
닉시 박사는 1일<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광범위한 불법행위에 깊숙이 관련된 만큼 미국은 북한의 불법행위와 관련된 금융계좌뿐만 아니라 북한 고위층들이 전 세계의 은행에 가지고 있는 합법적인 계좌까지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과 미국은 중국 내 은행의 북한관련 계좌와 관련해 비밀리에 논의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부시 행정부가 중국 당국에게 북한이 더 이상 불법행위와 관련된 금융거래를 중국 내 은행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