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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북한을 버렸다고?

석달 전 '北의 동북4성화' 우려한 보수언론의 널뛰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기어이 미사일을 쏘아 올린 데 대해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자 한국의 언론, 특히 보수 언론들은 '중국이 북한을 버렸다'고 규정한 것이다.

중국은행(BOC)의 북한 계좌가 동결됐고(24일), 중국 정부가 선양의 미국 영사관에 들어간 탈북자들의 미국 직행을 허용했다는(25일) 소식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거론됐다.

보수언론들은 이같은 상황을 '북-중 혈맹 균열'의 조짐으로 대서특필하며,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북한에 등을 돌린 중국을 본받을 것'을 일갈했다.

25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지금의 중국은 북한이 이렇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북한 자금 동결과 탈북자의 망명 허용, 두 가지 모두를 자신들의 국익 판단에 따라 처리하는 나라"라며 중국의 변화를 한껏 추켜세우며 "이 정권의 책임자들만 그걸 못 보고 발을 헛디디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음날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중국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정부는 주변 환경의 급변에는 눈을 감고 딴소리만 하고 있다"며 "국제정세에는 어둡고 '자주'라는 허상에 빠져 '반(反)미·일, 친(親)중'이라는 단선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불과 3개월 전엔 중국경제의 대대적 북한 진출을 걱정했던 보수언론
▲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을 표하는 왕광야 중국 유엔 대사. ⓒ연합뉴스

중국은 정말 북한을 '버린 것'일까?

지난 4,5월만 해도 보수 언론들은 중국 자본의 북한 진출은 동북 3성(省)의 경제권을 한반도로 확대해 북한을 동북 4성으로 만들려는 경제적 차원의 동북공정(東北工程) 성격이 강하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을 크게 보도하며, 북한 경제의 중국 예속을 우려했었다.

그렇다면, 불과 3개월 만에 혈맹을 넘어 '흡수'까지 걱정되던 북중 관계가 북한이 중국이 원치 않는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탓에 한 순간에 파탄이 났다는 것이 보수언론의 풀이인 셈이다.

그러나 급변했다고 판단하고 우리 정부에게 본받기를 촉구하는 중국의 '실리적인 태도'는 90년대 이후 북한과 중국이 상호간에 꾸준히 취해 온 흐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시에도 북중간 교감이 없었던 것처럼 핵심적 안보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라면, 한반도의 긴장 고조에 반대하는 것이 중국의 한결같은 주장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유엔 결의안 채택에 협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이 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유엔 결의안에 찬성했다는 행위 하나만으로 중국이 북한을 고립시키려 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결의안 찬성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대북 경제제재와 같은 압박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일본이 최초로 초강경 '제재결의안'을 제출하자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으로 안보리 합의의 격을 낮추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제재결의안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강경 드라이브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한 부분을 삭제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국제사회에 '위협'이 된다는 표현을 뺀 '비난결의안'을 추진했다.

이에 영국과 프랑스는 유엔헌장 7장의 원용을 끝까지 고집했던 일본을 설득해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결의안에 더 가까운 수정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중국의 이같은 '인내'는 대북 제재를 향한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에 결코 발을 맞추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중국이 북한에 변심했다'는 해석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의 '5자회담' 수용, 중국 의도 제대로 파악 못해 나온 실책"

금방이라도 이뤄질 것으로 보였던 '북한을 뺀 5자회담'이 사실상 무산되는 과정을 봐도 그렇다. 우리 정부는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되자 중국의 참여 가능성을 섣불리 예단해 공개리에 5자회담 추진 사실을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도 5자회담 가능성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중국의 전략 변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21일 베이징에서 니시다 일본 외무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을 뺀 5자회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5자회담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 리 부장의 그같은 입장은 중국이 '북한 포위 전략'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북한에 등을 돌렸다'는 판단과는 역시 거리가 멀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는 27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한국정부가 북한의 미사일발사 이후 소위 미국의 '5자회담' 구상에 대해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던 것은 중국의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에서 나온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대다수 안보전문가들이 북한의 행위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현재 북핵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 원인은 미국에게 있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중국이 압력과 제재를 통한 문제해결을 추구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태도 '급변'을 강조하는 언론들에 대해서는 "북중 관계의 구조를 이해하지 않은 채 정치적 의도가 과도하게 개입된 논조로 상황을 실제와 다른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언론이 '북중 균열'의 징후로 제시한 중국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은 중국 정부가 주도했다기보다 중국은행 측에서 국제적 룰에 따라 자금의 출처를 명확히 따지는 과정에서 취해진 조치이고, 탈북자 미국 직행은 탈북자의 난민 위치를 인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이 교수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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