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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끌어안기 나선 차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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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끌어안기 나선 차베스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79> 그가 밝힌 중남미 통합 구상

'볼리바리안 혁명'을 외치며 중남미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제2단계 통합을 추진하며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이제 남미는 어느 정도 통합 가시권까지 접근했다고 판단한 차베스의 다음 목표는 북중미 최대시장 멕시코를 남미공동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21일 아르헨의 꼬르도바에서 폐막된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 직후 필자를 포함한 현지기자단의 끈질긴 인터뷰요청에 응했다. 다만 이 자리에는 메르꼬수르 국가 공식기자단 일부와 아르헨 현지유력 언론사 기자단만을 따로 불러 중남미의 장래를 위한 자신의 구상과 미국과의 향후 관계 설정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

차베스는 "이제 중남미 통합을 위해 마지막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멕시코를 남미공동시장으로 합류시켜 명실상부한 라틴아메리카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호언했다. 차베스는 만일 멕시코가 메르꼬수르에 합류한다면 인구 4억이 넘는 거대한 단일시장으로서 규모나 교역량 등에서 유럽연합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북미지역 국가들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차베스는 멕시코의 메르꼬수르 가입이 가시화될 때까지 미국과의 극한 대결구도를 어느 정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첨예한 대결구도로 긴장관계를 유지할지라도 경제분야는 양국 기업들에게 숨통을 열어주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차베스의 의중이 대다수 반영된 43개항에 이르는 메르꼬수르 정상들의 공동선언문 사본. ⓒ김영길

멕시코 역시 차베스의 이런 의도를 간파하고 이번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에 외무장관을 대표로 참가시켜 향후 메르꼬수르와의 관계증진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제30차 메르꼬수르 정상회담 폐막식에서 회장국이 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도 "멀지 않은 장래에 메르꼬수르 깃발에 베네수엘라에 이어 별 두 개가 더 추가될 것으로 본다"며 "볼리비아와 멕시코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에 찬 전망을 하기도 했다.

아직 공개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멕시코와 남미공동시장 간에 모종의 통합 합의가 이루어져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차베스는 공개적으로 멕시코의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미국에 대한 멕시코 민중들의 판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에 하나 멕시코대선의 결과가 뒤바뀐다면 차베스의 멕시코 포용 구상은 의외로 빨리 성과를 이룰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다.

'미국 에너지기업들 베네수엘라 현지투자 줄이어'

이와 함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미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차베스는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개막된 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장에서 미 제국주의가 금세기 내에 무너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미국의 힘을 과대평가해도 안 되지만 너무 과소평가해도 안 된다고 주장하고 이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서서히 '종이호랑이'로 변모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미국이 최근 이라크를 비롯해 레바논, 이란, 북한, 쿠바의 내정에 너무 깊이 간여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오히려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극도로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차베스가 미국과의 대결구도에 숨을 고르고 중남미통합에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안데스공동체(CAN)를 염두에 두고 남미공동시장의 힘을 키우면서 서서히 이 두 시장을 압박한다는 장기적인 포석으로 보인다. 또한 중남미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가스관공사가 남미 각국의 내부문제들로 인해 처음 계획대로 일사천리로 추진되지 못한 것도 속도조절에 나선 또 한가지 이유다.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의 가장 중요한 자금원인 원유와 관련해서도 지금으로선 미국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대규모 시장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세계시장에서는 원유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지만 미국을 제외하면 일일 300만 배럴이 넘게 생산되는 원유를 팔 시장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 멕시코를 남미공동시장으로 합류시키는 게 다음목표임을 밝히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아르헨 정상회담 공동취재단

미국은 현재 베네수엘라 전체 교역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차베스는 이를 대체할 대규모 시장을 확보할 때까지 대미 공격수위를 조절하면서 미국의 에너지기업들의 숨통을 터주자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미언론들과의 간담회자리에서 차베스는 현재 쉐브론(Chevron)을 비롯해서 미국기업들의 대 베네수엘라 대규모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고 밝히고 자신은 미국 기업들의 투자와 베네수엘라 현지진출을 규제할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법을 준수한다면 미국을 포함한 세계 어느 나라기업들도 자유롭게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예전과는 다르게 베네수엘라의 모든 에너지자원은 정부소유임을 분명히 하고 영업권도 50% 이상을 정부소유로 하며 모든 수익에 합당한 세금을 충실히 내라는 조건을 붙여서다.

차베스는 또한 경제규모와 문화가 비슷한 남미국가들에 대해서는 과감한 시장 개방을 추진하겠지만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에 한해서는 제한적으로 풀어줄 건 풀어주고 규제할 건 과감하게 규제하는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경제적인 여유자금을 디딤돌로 삼아 남미의 우루과이를 포함해 파라과이 등에 대한 금융·경제지원과 의료교육 등 사회보장제도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차베스는 러시아와 아시아지역 국가들과도 정치·경제 협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차베스와 대화를 나눈 남미언론사 기자들은 이제 남미가 더 이상 강대국들의 의도대로 이끌려 다니는 정치적인 종속과 경제 착취의 시대는 그 종말을 고하고 자주적인 주권을 회복하겠다는 것을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실속 없는 대결구도보다는 '실속을 챙기는 반미'로 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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