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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맞은 비

팔레스타인과의 대화 <2>

다음은 25일자 <프레시안>에 실린 '팔레스타인과의 대화' 제1회 분이었던 키파 파니의 에세이 '우산에 대한 다른 생각'을 읽은 시인 김정환의 답시(答詩)다. <편집자>

내가 맞은 비

계단을 오를수록
아니 내려갈수록 나는 노인이지만
비움과 채움의
불균형을 아는 것은 걸음을 덜
후둘거리게 한다. 처음 만난 팔레스타인 시인
샬라쉬, 판니와, 그들 일행과, 익명의 딸들과
집에서 새벽까지 대취하면서
이슬람문명의 노회가 애당초 운명에 대한
전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젊은 날
맥락이 생략되었다는 것을
훗날에 발견하는
그리고 하릴없는
운명을 우리는 벗을 수 없지만
생략의 결과는 엄혹하고 치명적이지만
다행히도 나는 그들을 배웅하며
후둘거리는 발걸음으로 숙취를 씻고 잇다
노년이 불구를 넘쳐나는 그 무엇임을
더 늙기 전에 깨닫고 있다
세계사는 물론 우리들 청춘의 학습에서도
이슬람은 태생적으로 노회하다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thebridgetopalestine@gmail.com)' 기획ㆍ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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