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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 과실 사고 10건 중 'CCTV 필요' 언급 보고서는 1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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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 과실 사고 10건 중 'CCTV 필요' 언급 보고서는 1건뿐이었다

[철도기관사 감시카메라] ③ CCTV의 나라와 철도안전

한국에는 1만 명에 달하는 철도 승무노동자가 시민들과 함께 움직이는 열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노동조건에 큰 영향을 미칠 운전실 내 감시카메라(CCTV) 설치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안전과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당사자와 전문가의 관점에서 하나씩 짚어보는 세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2026년 한국의 도시에는 어딜 가나 CCTV가 있다. 건물 없는 공터라고 해도 길거리에 주차된 차만 있다면 그 차에 달린 블랙박스 렌즈는 당신을 바라볼 테니. 어린이집, 수술실과 같은 전문 노동 현장에도 CCTV가 달리고 있다. 심지어는 자기 차, 자기 집 내부에도 CCTV를 다는 것이 유행이다. 현 대통령도 시장 시절에 CCTV를 자기 집무실에 달았다고 하니, CCTV는 시대 정신인 모양이다.

CCTV가 이렇게까지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 많은 시민이, 감시의 눈 없이는 감수하고 싶지 않은 위험과 부당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감시의 눈이 있다면, 위험을 줄이고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저 많은 CCTV를 정당화한다는 말이다. 건물 현관의 CCTV로 침입자를 감시하고, 차량 블랙박스 CCTV로 주변의 돌발 상황을 감시하며, 말 못하는 영유아나 대리 수술로 인한 위험을 감시하고, 차량 오작동으로 인한 급발진 가능성을 감시하며, 나아가 정치인이 시민의 이익과 반하는 뇌물을 받아먹을 가능성을 감시하려면, CCTV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CCTV는 시선의 기계다. 이 시선이 누구의 것이며 또 누구를 바라보는지가 문제다. 길거리를 찍는 CCTV는 관리 주체의 것이고 불특정 다수를 바라본다. 이들 불특정 다수가 무슨 돌발 행동을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기 차, 집 내부에 달린 CCTV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달린다. 가령 페달 앞에 달린 CCTV는 차량 급발진이 없다고 주장하는 차량 제조사를 믿지 못해 설치된 것이다. 시장 집무실에 달린 CCTV는 정치인이란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세간의 시선에 항변하고자 달리는 것이다.

문제는 전문 노동 현장에 달리는 CCTV다. 결국 이들은 노동자의 인적 오류 때문에 달리는 것이다. 다른 현장 노동자들처럼, 기관사 역시 실수할 수 있다. 이 실수를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두겠다는 게 기관실 CCTV에 기대하는 기능의 핵심이다.

국토부는 기차 기관실 CCTV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적 오류의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면 사고 조사가 미궁에 빠진다. 특히 기관사의 주의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영상 없이는 알아내기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의 시선이다. 기관사들은 기차 기관실 CCTV에 반대한다. 지금도 무슨 문제만 생기면 기관사 개인을 악마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수가 눈으로 보이는 생생한 영상으로 남는다면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기관사들의 항변이다.

이들은 대립한다. 사고의 원인을 밝히느냐, 아니면 기관사 개인에 대한 악마화를 막느냐. 그런데 사고의 원인은 늘 다층적이다. 간단한 신호 모진으로 인한 탈선이라도 순전히 사고 기관사의 잘못만 있는 경우는 드물다. 철도의 각 요소는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작년 2월에 있었던 신도림역 4번선 탈선사고는 전날 밤 뚝섬역에서 있었던 객실 내 토사물 처리부터 시작된다. 토사물 처리중이던 청소원을 열차가 태우고 출발한 데 대해 청소원이 사과를 요구하는 사건이 전날 밤에 있었고, 이 사건에 대해 그 다음날 아침 열차의 기관사가 운전실 통화장치로 차장(같은 열차 후미 기관실에 근무한다)과 통화하다가 그만 지금 열차가 있는 역을 직전 역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마침 관제실은 사고 시점 당시 식사 교대 시간이라 사고 관제사가 2호선 전체 열차를 혼자 관제 중이었으며, 표시 반에 현시된 열차 위치 또한 신도림역에서 도림천역 중간 지점까지 걸쳐 있어 기관사의 보고를 정확히 정정하지 못했다. 착각한 역과 실제 역은 모두 지하역인데다 분기기도 있는 역이다. 늘 다니는 기관사도 혼동이 될 정도로 역의 모습이 유사하다는 점도 기여 원인이었을 것이다.

이들 여러 인과 사슬 가운데 무엇을 결정적인 것으로 볼 것인가? 그런데 이 인과 사슬을 식별하는 것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 궁극적으로는 사고로 이어지는 경로를 차단하는 걸 목적으로 할 것이다. 그런데 사슬 가운데 하나인 기관사 개인에게 비난과 책임을 집중시키면, 정말로 사고가 예방될 것인가? 노동조합의 질문은 이것이다.

▲철도사고 요인 분류.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

이 질문을 검토하기 위해 나는 항공철도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철도사고조사보고서 최근 10년치(2015~2024, 25년 사고는 아직 조사중인 경우 다수)를 모두 검토, 사고에 이르게 된 원인의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위 그림은 기관사를 포함하는 인적 요인이 사고 원인이 된 것은 분석된 사고 61건 가운데 30%인 18건임을 보여준다. 특히 차축 발열이나 베어링, 레일, 차륜 파단처럼 차량이나 설비의 노후화 결함에 기인하는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었으며, 2020년대 들어 늘어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아예 폭우로 주변 사면이 무너지는 사고까지 있었다(2023년 맥포터널). 그에 비하여 인적 오류로 인한 사고는 2021~23 사이에 발생하지 않는 등 비교적 관리되고 있는 추세였다.

물론 기관사 과실이 원인으로 지목된 사고들도 있었다. 보고서 전체를 검토한 결과, 최근 10년 간 다음 표에 실린 10개 사고가 기관사 과실로 일어난 사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 사고의 원인은 비교적 명확하였다. 즉, 신호를 오인하였거나, 선로 또는 열차 조건과 맞지 않는 과속이 확인되었거나, 전도주시소홀이 확인된 경우였다(방금 살펴본 25년 사고는 마지막에 있다). 이런 착오의 원인을 포착하는 데 기관실 CCTV가 필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령 신도림역 사고는 업무상 대화로 인한 주의 분산을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만 한데, 이는 CCTV 없이도 쉽게 확인된 사실이었다.

▲최근 10년 기관사 과실 사고.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

이들 10개 사고 보고서 가운데, 기관사가 사고 직전에 어떤 상태였는지 파악이 어려우므로 기관실 CCTV를 달아야 한다는 언급이 있는 보고서는 2024년 서울역 사고 보고 정도였다. 해당 기관사가 졸았는지, 휴대전화로 인해 실념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분명 휴대전화 문제는 심각하다. 중독이라는 평가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현재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이미 승무 중에는 개인 휴대전화를 기계적으로 차단하고 부득이한 음성 통화를 위해서는 기능이 제한된 업무용 전화를 사용하자는 입장이다. 이것은 CCTV보다도 오히려 더 원천적으로 주의 분산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다. 노동조합이 자발적으로 휴대전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라면, CCTV 설치 법안을 밀어붙이기에 앞서,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노동자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합리적인 대응일 것이다.

게다가 최근 10년 간 한국철도에서 지배적인 철도 사고의 요인이 기계적 요인인 것도 사실이다. 영업거리의 증대, 노후 선로와 차량의 증대 등 기계적 요인으로 인한 철도사고가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그럼 철도 안전을 위한 사회적 논의의 초점은 기관사의 과실 가능성에 맞추기보다는, 더 나은 정비, 더 촘촘한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철도의 구조는 유럽식이다. 즉 건설재정과 운영재정간의 회계분리, 시설 사업자와 운영 사업자 사이의 상하분리와 같은 철도산업의 기본 구조는 유럽에서 배워 온 것이다. 하지만 철도 안전 분야에서는 이런 유럽의 상황을 상대적으로 덜 참조하는 것 같다. 특히 기관실 CCTV 문제에서는, 아직 기관실에 CCTV를 달지 않은 유럽의 상황은 거의 참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기관실 CCTV를 달지 않은 이유는 결국 노동조합의 반대 때문이었다.

(다른 구조개편과는 달리) 이러한 반대 의견을 묵살하지 않은 이유가 중요할 것이다. 유럽 철도에서 노동조합은 철도 정책의 주요 파트너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 목표가 있더라도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현될 수 없다. 안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를 안전한 현장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자율적 주체로 보고, 왜 이런 안전 정책이 이뤄지는지에 대해 납득하는 한에 있어서만 안전 정책 역시 현장에 정착될 수 있다. 철도노동자가 기관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것은 결국 정부 당국이 철도노동자의 자율성을 증진시키기는커녕, 감시하고 통제하면 충분한 아랫것들 정도로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이 의심을 풀 열쇠는 결국 정부의 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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