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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반도'와 실제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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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반도'와 실제 한반도

김민웅의 세상읽기 〈249〉

"고종 황제가 봉인한 진짜 국새(國璽)를 찾아라."
  
  강우석 감독의 영화 <한반도>는 이 국새를 둘러싸고 동북아 정세가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영화는 분단된 현실에서 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로막고 있는 국제정세를 날카롭게 직시하고 있었습니다.
  
  남북 경의선 철도 개통과 관련해서 일본이 과거 고종황제가 날인한 계약서를 내밀고 경의선 철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사건은 벌어집니다. 주변 정세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당장의 현실에서 강대국들과 맞서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우리의 권리를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여기서 영화 속의 대통령은 고민합니다. 역사 속의 지도자와 대통령 자신이 마주한 위기가 끊임없이 대비되면서, 관객들은 우리 자신이 놓여 있는 현실의 좌표를 직시하게 됩니다.
  
  지금의 시점과 대한제국 말의 근세사를 겹쳐 보여주면서 역사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한반도 내부에서의 논란은 격렬합니다. 자칫하면 나락에 떨어질 수 있는 위기를 막기 위해 강대국과 손을 잡는 현실주의적 처세를 하는 총리, 그러나 이와는 달리 민족적 자존감과 긴 역사의 미래를 내다보는 선택으로 기우는 대통령. 영화는, "그런 상황에서 지금의 우리라면?" 하고 묻습니다.
  
  이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은 우리의 지금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 <한반도>를 보고 있는 관객들은 숨소리 하나 없이, 다름 아닌 영화 속의 자신을 주시합니다. 일본이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긴박한 국제현실과 우리 자신의 힘의 한계, 약소국의 비애는 다시 되풀이 되려는가?
  
  돌아보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동북아시아 정세는 일본의 주도권 행사로 굳어지게 됩니다. 이 뒤에는 미국의 지원이 강력하게 존재합니다.
  
  지금은 그 일본의 주도권 복구가 미국에 의해 완성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한반도는 이러한 정세 속에서 희생제물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강대국들은 서로 전쟁하기도 하지만, 약소국의 운명을 놓고 담합하기도 합니다. 역사가 보여주는 진실입니다. 이번에 일본은 앞장서고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뒤에서 적당히 타협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 강국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입니다. 결국 자신은 자기가 지켜나가는 최대의 노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만약의 경우, 무력해집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통과가 과연 한반도 정세 안정에 기여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입니다. 게다가 이 결의안의 핵심은 일본이 주도해서 만든 것입니다.
  
  북한이 빌미를 제공해주었다는 것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서,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의 질문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이 이끌어가는 대로 동북아 정세의 변화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고민과 함께 대안의 제시를 절박하게 해야 하는 것인지 기로에 서 있는 셈입니다.
  
  영화 <한반도> 속의 실제 한반도가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즈음입니다. 지금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봉인된 "역사 의식과 의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이 글은 프레시안의 편집위원인 김민웅 박사가 교육방송 EBS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김민웅의 월드센타'(오후 4-6시/FM 104.5, www.ebs.co.kr)의 5분 칼럼을 프레시안과 동시에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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