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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진정 '선제공격'을 반대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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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무현 대통령이 진정 '선제공격'을 반대했다면

<기자의 눈> 언론과 일본에 대한 공박보다 급한 일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 방식을 두고 고조되던 한일간의 공방이 노무현 대통령의 11일 발언으로 정점으로 치닫는 인상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북한 미사일 기지) 선제공격 발언 등으로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사태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일본의 태도는 독도의 교과서 등재, 신사참배, 해저지명 등재 등에서 드러나듯 동북아 평화에서 심상치 않은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물러서려야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까지 말했다.
  
  미사일 발사 후 6일동안 침묵을 지키던 노 대통령이 처음으로 해야 할 말이 꼭 이것이어야만 했을까. 미사일 발사 자체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 상황 관리에 어려움이 생겼다"고만 지나가고,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대책은 단 하나도 언급하지 않은 채 정말로 이 말을 먼저 해야 했을까.
  
  1라운드 상대는 북한도 일본도 아닌 '보수언론'
  
  청와대가 미사일 대응에 미온적이었다는 보수언론의 추궁에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천천히 대응(9일 <청와대브리핑>)"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여 재빠르게 대응'할 때부터 이미 사태에 대한 건설적인 대응과는 거리가 멀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후 그 어느 나라보다 주도적이었던 김대중 정부의 대응을 회고하며 참여정부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대책'이란 '한미일 공조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보수언론의 그것을 말하는 건 물론 아니다. 미사일 문제를 대북 경제제재 해소 및 북미관계 정상화와 연결하는 '일괄타결안'을 제시하고, 북한의 금창리 핵의혹 해소를 위해 북미접촉을 중재하는 등 김대중 정부가 했던 '해결지향적 대책'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정부는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하고, 서울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맞으며 "긴밀한 협조와 대응"을 말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평이 자자하다. 역시 같은 맥락이다.
  
  또 한 가지. 청와대는 '국가안보의 첨병'인 양 하는 보수언론의 손가락질에 '냉정한 지략가'인 양 맞섰으나 정말 우리 정부의 행보가 냉정한 것이었는지는 돌이켜 생각해볼 점이 많다. 특히 비료 10만 톤과 쌀 50만 톤에 대한 대북 지원 유보 방침은 그 어떤 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것보다 더 위협적인 대북제재라는 점에서 사실상 보수언론들이 주문한 '강경 대응'과 그 본질이 맞닿아 있었다.
  
  요약하자면, 보수언론과 드잡이 하며 본질과 대책을 피해가더니 결국에는 같은 길을 걷는 모습. 참여정부 내내 국민들이 늘 보아 오던 그 장면이었다.
  
  페리 선제공격론에는 조용하더니…
  
  이렇듯 언론과의 공방으로 1라운드를 보낸 청와대가 2라운드 '스파링 파트너'로 삼은 상대는 '국내 지지세 결집'의 영원한 도우미 일본이다.
  
  '적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 운운하며 그간 학수고대하던 평화헌법의 개정까지 이 참에 해치우려는 일본의 태도가 묵과할 수 없는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현 사태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비판까지 받던 대통령이 제1성(聲)으로 그 문제를 거론하는 게 정책의 우선순위를 고려할 때 타당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막는 것을 그토록 중요하게 여겼다면 이미 20일 전에 입을 열었어야 했다. 발사 전에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쪽에서 터져나왔던 바로 그 날 말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이었던 윌리엄 페리와 국방부 차관보였던 애쉬톤 카터는 지난달 22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선제공격을 주장하면서 "남한 국민들은 미국 영토가 현재 위협받고 있으며, 따라서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때 청와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본의 선제공격론은 고위 당국자들에게서 나온 반면 미국의 그것은 전직 관리에게서 나온 것으로 경우가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페리가 현직에 있지 않기 때문에 부담없이 반대 의사를 표명해 혹여 있을지 모르는 부시 행정부의 공격 움직임에 쐐기를 박을 수 있었다. 미 의회와 행정부의 많은 고위급 인사들이 논평을 냈고, 국내에서도 선제공격의 현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었다. 페리 전 장관이 아직까지도 군부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뉴욕타임스>가 본 일본, 한국의 '거울'인가
  
  <뉴욕타임스>는 11일 아베 신조 관방장관을 비롯한 일본 핵심각료들이 내놓고 있는 선제공격론의 목표는 북한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국내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한 '국내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차기 총리를 노리고 있는 아베 장관은 북한에 부정적인 여론에 편승, 대북 강경발언을 통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뒤를 이를 강력한 지도자란 이미지 구축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 일부 분석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페리 전 장관의 선제공격론에는 아무 소리 못하다가 일본의 선제공격론에는 '물러설 수 없다'고 나오는 말을 들으면 <뉴욕타임스>가 쓴 기사의 주어를 '아베 장관'에서 '노 대통령'으로 바꿔도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노 대통령의 강경발언에 대해 보수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에는 왜 아무 말 못하다가 일본에만 저러나'며 공격을 재개했다. 하지만 그같은 공세 역시 대북 강경론을 토대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해결지향적 대책'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싸움을 그만둬야 한다. 대신 쌀·비료 등 인도주의적인 대북 지원은 말 그대로 '인도주의 정신'으로 돌아가 유보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또 북한을 향해 6자회담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미국을 향해서도 금융제재를 풀든지, 못 풀겠으면 북한의 불법행위를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대라고 촉구해야 한다. 침묵을 지키던 노 대통령의 일성은 그것이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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