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우리 정부가 안고 있는 치명적 오류 4가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우리 정부가 안고 있는 치명적 오류 4가지

미래연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45〉'문제 해결순서 뒤바뀜의 오류'

정부의 정책을 포함하여 모든 문제해결의 순서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그러한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냉철한 인식을 기초로 하여 가장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해결의 순서는 너무나 상식적이어서 굳이 왜 그러한 순서를 밟아야 하는지를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많은 경우 사람들은 문제해결의 순서를 거꾸로 가져가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러한 실수가 주로 발생하는 경우는 △수단이 너무나 오랫동안 그 역할을 잘 해 왔기 때문에 수단 자체가 신성시되어 목적화되는 경우, △언제 어느 곳에서나 보편적으로 만병통치약 같이 적용되는 해결방법이 있다고 믿는 경우, 그리고 △자신의 해결방법이 반드시 맞는다고 종교적으로 과도한 자신감을 갖게 되어 객관적 현실인식을 외면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반응을 우선적으로 예상하여 그러한 반응을 유도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너무나 전략적인 사고를 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실수는 인간이기 때문에 종종 저지르게 되고, 또 이러한 실수는 보수와 진보, 좌와 우, 혹은 정부나 민간, 전문가나 아마추어에 상관없이 생긴다.
  
  현재 한국과 관련하여 위에서 분류한 4가지 문제해결의 순서 뒤바꾸기를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문제는 이러한 순서 뒤바꾸기의 오류들이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며, 현재의 참여정부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는 데에 있다.
  
  1. 문제해결 순서 뒤바꾸기 오류: 수단의 신성화 및 목적화
  
  이 경우에 해당하는 가장 전형적인 예가 한미동맹이라는 수단과 한국의 안보라는 목적간의 관계에서 발견된다. 많은 사람들이 한미동맹을 지키기 위하여 한국 정부의 정책을 그에 맞추어야 한다는 사고를 하게 되는데, 어찌 보면 목적과 수단이라는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그만큼 오랜 기간 한미동맹이 한국의 안보를 위하여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역으로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러한 순서의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비난하기는 어렵다. 인간으로서 그동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 봉사해 온 수단을 신성시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오류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돈은 우리가 필요한 것을 구입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만 너무나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돈 그 자체가 목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을 너무나도 자주 보지 않는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범하는 실수라고 할 수 있다.
  
  한미동맹과 관련한 순서 뒤바뀜의 오류는 주로 소위 말하는 보수 세력에 의해서 행해졌다면 권력이라는 수단에 대한 목적화는 모든 정부 및 정치인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은 어떠한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임에는 틀림 없다. 그리고 그러한 권력은 특정한 재원과 물리력, 제도와 여론의 장악, 정당성, 도덕성의 획득 등을 통해서 생겨나는데 일단 권력을 갖게 된 후에는 권력이 너무나도 많을 것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권력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 버린다. 그러다 보니 믿는 사람과 따르는 사람을 중심으로 소수의 닫힌 써클이 생겨나고, 인사도 그 나물에 그 밥인 식으로 회전문 인사가 된다.
  
  현 정부의 정치적 목적은 서민경제를 살리고, 양극화를 막고,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 환경을 만들고, 안정적인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의 해결을 도모하고, 막대한 사교육 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잡는 것 등인데,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인식이 먼저 오고, 그에 맞는 해결방안을 찾기보다는 현 정부의 권력에 도전하는 도전 세력으로부터 권력을 지켜내는 것이 먼저 오고, 거기에 맞추어 해결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보수 언론과 정치인, 엘리트, 강남의 아줌마, 그리고 미국 물을 먹은 영어 잘하는 사람들에 대한 권력의 견제가 목적이 되고, 수단이 이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문제인식 후에 해결방안이 나와야 하는 순서를 뒤집고 해결방안이 권력싸움을 위하여 이용되는 잘못된 경우에 해당된다. 현 정부가 이러한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지지도는 계속 떨어질 것이다.
  
  2. 문제해결 순서 뒤바꾸기 오류: 만병통치약 수단이 있다고 믿는 경우
  
  만병통치약과 같은 보편적 수단이 있다고 믿는 경우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과 파악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느 경우에나 같은 해법을 적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 문제해결의 순서는 바로 만병통치약을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순서 자체가 필요 없다.
  
  이 경우에 해당하는 가장 전형적인 예가 IMF가 가지고 다니는 금융 및 외환위기에 대한 해법이다.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동아시아에서 일어나든, 유럽에서 일어나든, 라틴아메리카, 러시아, 터키에서 어떠한 이유로 일어나든 상관없이 해법은 강한 긴축, 규제 완화, 민영화 등 이미 정해진 해법이 적용된다. 97년 한국의 금융위기는 라틴아메리카의 위기와 달리 정부의 막대한 재정 및 경상적자와 상관없이 생겨난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라틴아메리카와 똑같은 약을 복용케 한 결과 현재 한국은 상당한 경제적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청년실업, 양극화, 기업의 투자부진 등이 IMF가 신자유주의적으로 처방한 약과 무관하지 않음을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바다.
  
  이와 유사한 오류가 현재 한미 FTA를 추진하는 현 정부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한미 FTA의 논리는 개방이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인류보편적 해결책"에 기반하고 있는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 한국 시장이 선진시장과 통합되므로 그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에 대한 오류는 이미 많은 학자들이 다른 여러 지면을 통하여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자세하게 다룰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경제사를 보면 개방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약해지고 그래서 아예 특정 산업이 몰락하는 경우도 허다하며, 경쟁력이 어느 정도 큰 다음에 개방을 하는 경우, 그리고 미래의 성장동력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보호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예를 뒷받침하는 이론들은 이미 유치산업보호론, 후발국가론, 전략무역론, 신성장이론, 경제지리학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든다면 이 산업에 대해 국가의 보호와 지원 없이 바로 시장을 개방했으면 지금의 현대자동차가 있었을지 의문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제대로 된 자동차 산업 하나 못 갖는 이유가 이들 국가들이 개방을 안 했기 때문이라는 간단한 논리로 설명될 수 없다. 그리고 한국이 제대로 된 자동차 산업을 갖게 된 것이 한국 국민은 개방을 하더라도 해 낼 수 있는 근성을 가진 국민이라는 감상적인 설명으로 고개를 끄떡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해법은 한국의 농업은 개방하면 경쟁력이 더 좋아진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농업은 예외를 인정받으려고 하며 또 동시에 산업구조가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금융 서비스, 지식, 문화 산업을 더욱 경쟁력이 강한 미국의 산업에 개방하면 이들이 반드시 경쟁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어떻게 갖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산업들은 한국의 미래를 먹여 살릴 전략적 성장동력일진대 잘못하여 한국의 농업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면 한국의 미래에 대하여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인식이 있은 후에 한미 FTA라는 해법을 찾았어야 했는데, 무조건 FTA를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는 인류보편적 만병통치약 해법이 먼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황당한 순서의 뒤바뀜을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제 한번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뒤로 물러서면 권력에 힘이 빠진다는 위의 1번의 오류에 동시에 빠져서 국민을 더욱 힘들고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
  
  3. 문제해결 순서 뒤바꾸기 오류: 자신의 해결 방안에 대한 종교적 자신감
  
  무엇이든 자신감이 있어야 일을 잘 해낼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자신감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자신감은 노력과 여러 번 반복되는 경험, 그리고 정확한 상황판단을 통하여 서서히 생겨나야 부작용이 적어지지, 그렇지 않고 아무런 근거 없이 무작정 자신감을 갖게 되면 하지 말아야 할 때도 막 하게 되고, 할 수 없는데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게 된다.
  
  이러한 실수는 무리한 투자를 하다가 사업에서 실패하는 경우에 많이 발견된다. 내가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과도한 자신감 때문에 차분하고 냉정한 분석이 앞에 오지 않고 바로 자신의 해법을 가지고 실천하게 된다. 물론 차분하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너무나 많으면 자신감을 갖지 못하여 바로 실천을 못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자신감이 객관적인 분석과 상황인식에서 나와야 함은 상식이다. 특히나 국민 전체를 책임지는 국정운영자들은 이러한 냉철한 분석에서 자신감을 찾아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자신감이 냉철한 분석보다는 역사적 필연성, 운명적 필연성, 확률적 비연속성에 기인하는 경우에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해법이 과도한 자신감에 기인하여 제시되곤 한다. 미국의 네오콘과 부시 대통령의 경우 그들의 해법이 자유주의의 승리라는 역사적 필연성과 기독교적 계시의 필연성에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종종 나오고 있고, 독선적인 대부분의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의 경우 이러한 운명적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아마 황우석 박사의 경우에도 이에 해당하지 않나 싶다. 또한 야구 선수가 열 번 타석에 들어서서 세 번 안타를 때릴 경우 3할 대의 훌륭한 타자인데 지금 연속으로 세 번을 때렸다고 매 타석에서 앞으로 계속 안타를 때릴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나는 할 때마다 되니까 앞으로도 계속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고 생각할 경우 이는 일종의 종교적, 운명적 자신감으로 연결되고 어깨에 무리한 힘이 들어가 계속 헛스윙을 하게 된다.
  
  물론 현 정부가 이러한 종교적, 운명적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대통령이 말하는 "역발상"이 마음에 걸린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역발상"을 계속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역경을 이겨냈고, 그래서 지금도 역발성의 효험을 믿는다는 전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발상"이 항상 통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것이 몇 번 통했다고 나 홀로 역사와 대화하는 수준의 운명적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이러한 종교적 자신감이 생길 경우 문제해결의 순서가 역시 뒤바뀌게 된다. 역발상이 먼저 오고, 그 후에 현실 및 문제의 인식이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현 정부가 이렇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위에서 예시한 대로 계속 상황인식과 해법의 순서가 뒤바뀌는 것을 보면 이러한 "역발상 운명론"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만일 현 정부가 정말로 이에 해당된다면 이는 대단히 위험하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경우가 아니기를 강하게 바랄 뿐이다.
  
  4. 문제해결 순서 뒤바꾸기 오류: 반응 예상형 해결에 따른 순서의 뒤바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경우 나의 분석과 해법에 대해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미리 예단해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 인간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상당부분 상대방과 게임을 하면서 살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적 사고와 행위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상대방의 특정한 반응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사실과 현실인식 자체를 처음부터 왜곡해 전달하게 되어 자신의 신뢰도 자체를 떨어뜨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게임이라는 틀에서 선수로 인정받는 것조차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거짓말이 거짓말로 꼬리를 무는 경우가 이에 해당되는 하나의 예다. 내가 진실을 말할 경우 상대방이 화를 내거나 나를 저버리게 될 것을 예상하여 사실을 숨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앞뒤의 사실 관계가 맞지 않아 계속 거짓말이 꼬리를 물게 된다. 이러한 거짓말의 연속은 결국 자신의 신뢰를 떨어뜨려 상대방이 관계를 끊어 버리는 지경으로까지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의 반응을 예단하기 전에 현실인식을 정확하게 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냉정함이 신뢰의 회복과 장기적 관계의 지속이라는 면에서 보다 합리적인 해결 방법이다.
  
  현 정부 역시 이러한 반응 예상형 해결이라는 순서 뒤바뀜의 오류를 범했다. 바로 북한 미사일 문제가 그렇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 가능성에 대해 미사일이라기보다는 인공위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단해 입장을 발표했는데, 이는 다분히 미국과 일본의 강경대응을 예상해 정리한 입장일 것이다. 만일 미사일이라고 하게 되면 이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강경파가 위기를 고조시키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한국의 선택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충분히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인식과 문제파악을 먼저 정확하게 하고, 이에 따라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순서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한국 정부는 인공위성이 6발이나 중장거리로 발사된 것을 해명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결국 이는 국민과 우방국 정부로부터 정부의 상황판단에 대한 신뢰의 약화로 이어지게 되고, 이러한 반응 예상형 왜곡이 반복되면 게임에서 선수 자격을 박탈당하게 되는 위험한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북한 미사일의 경우 현실인식 및 상황판단을 보다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했더라도, 해법은 위기상황으로 가지 않는 대화를 중시하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응 예상형 문제해결 순서를 밟았기 때문에 이러한 오류를 범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5. 결론
  
  필자도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에 집중하다가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렇게 순서가 뒤바뀌는 문제해결이 지금 이 시점의 현 정부에서 많이 나오는 것 같아 남은 기간 동안 <권력방어>, <인류보편적 해결방안>, <역사적 운명론>, 그리고 <반응 예상형 해결>이라는 오류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필자의 분석이 틀렸기를 오히려 바랄 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