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평의 '실명제 시대'를 열었던 논객 강준만 교수가 최근 최장집 고대 교수를 실명 비판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에 대해 "문제의식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표적'을 잘 못 잡은 것 같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강 교수는 17일자 <한국일보> 칼럼에서 백 교수의 실명 비판이 "반갑고도 고마운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최 교수의 참여정부 비판은 (백 교수가 비판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분단체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게 더 많았을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건드려 왔다고 보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최근 발간한 책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에서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최 교수가 "분단체제와 그 상위체제인 세계체제에 물어야 할 책임마저 집권 세력에 돌리고 있다"며 이는 "'민주화 세력의 집권으로 망가진 대한민국'이라는 보수세력의 결론과도 맞닿는다"고 비판했었다.
"백 교수식 이분법은 내부 비판 입지 없애"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칼럼에서 지금 참여정부가 선거 이슈로 들고 나온 양극화 문제는 이미 2년 전 최 교수가 지적한 것이라며 "참여정부의 낮은 지지율이 분단체제 때문은 아니며, 최 교수의 참여정부 비판이야말로 '보약'과 같은 게 아니었을까?"라고 물었다.
강 교수는 특히 "'민주화 세력의 집권으로 망가진 대한민국'이라는 보수세력의 결론과도 맞닿는다"는 대목이 '가장 아쉽다'며 "이 논법은 여야를 막론하고 과잉 정치화된 네티즌들의 단골메뉴"라고 지적하고 "그런 식으로 '적과 아군'의 이분법으로 몰아가면 사실상 '내부 비판'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또 최 교수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백 교수의 지적에 대해 "최 교수는 실천 가능한 대안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 교수 스스로 내놓은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반론도 가능하겠지만 그건 역할 분담 차원"이라며 "한 지식인이 '거시'에서 '미시'에 이르기까지 다 다루지 않는다고 '무책임'하다는 말을 듣는다면 지식인은 다 정책기획가 노릇을 해야 한단 말일까?"라고 또한번 물었다.
한편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최 교수 측에서는 아직까지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향후 논의의 전개가 주목된다.
강 교수의 칼럼 전문은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605/h2006051620220324390.htm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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