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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상들도 놀란 '차베스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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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상들도 놀란 '차베스 열풍'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57> EU-중남미 정상회담이 남긴것

신자유주의 vs 신사회주의

중남미와 유럽의 전략적 동맹과 통상관계 증진을 목표로 지난 12일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개최됐던 EU-라틴아메리카 정상회담이 서로간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폐막됐다.

중남미에서 자원확보를 노리는 유럽 정상들은 중남미를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 확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중남미 정상들은 유럽 국가들의 농업보조금 중지를 요구했지만 끝내 확실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 대신 이번 회담에서는 신자유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빈 회담을 현장 취재했던 남미 기자들은 "유럽에서 시몬 볼리바르를 통해 남미로 건너온 사회주의 사상이 21세기에 차베스를 통해 다시 유럽으로 건너간 형국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차베스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는 얘기다. 차베스의 달변과 인기에 눌려 영국의 블레어 총리를 비롯한 유럽 각국 정상들의 행보나 발언들이 크게 조명 받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빈 회담 현장을 취재했던 남미 기자들의 전언이다.
▲ 유럽을 휩쓴 차베스의 열기는 EU정상들뿐만 아니라 현장취재기자단까지 놀라게 했다.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베네수엘라.

EU 정상들과 남미공동시장(MERCOSUR), 안데스공동체(CAN), 카리브연합(CARICOM) 등 58개 국 정상들이 모인 회담장 내에서는 차베스와 모랄레스를 몰아세우는 비난 일색이었으나 회담장 밖 비공식 회합에서는 유럽의 좌파정치인들과 젊은이들이 차베스 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들어 그가 가는 곳마다 차베스의 열풍이 뜨겁게 몰아쳤다는 후문이다.

블레어 총리는 차베스를 향해 "넘치는 에너지자원을 세계인들을 위해 책임감 있게 사용하라"며 유럽 빈민들에게 난방용 석유를 값싸게 제공하겠다는 차베스의 제안에 일침을 가했으며, 평소 차베스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멕시코의 비센테 폭스 대통령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일고 있는 포퓰리즘은 이 지역의 성장과 발전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며 그를 향해 "빈곤퇴치라는 거짓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고 비난의 톤을 높였다.

유럽연합의 호세 바로소 의장도 "우리 유럽연합국가들은 포퓰리즘 정책을 반대한다"고 선을 긋고 볼리비아에 진출한 유럽 에너지기업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19세기엔 유럽이 남미에 사회주의 전파이젠 남미가 유럽에 신사회주의 전파

반격에 나선 차베스는 "신자유주의는 이제 종말을 향해 기울기 시작했다"며 "중남미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세계는 이제 신자유주의와 신사회주의라는 양대 이데올로기의 대립체제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 차베스는 "우리는 이제 세계를 파멸시키려는 워싱턴 프로젝트에 대항하는 신사회주의를 논해야 할 시점이며 심각하게 변화를 추구해야 된다"고 반박했다.

차베스는 이어 "세계인들은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를 묻고 "당연히 세계는 이제 신사회주의 체제로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차베스는 또 "우리는 무기를 들고 세계를 변화시키려는 게 아니라 평화를 앞세우고 인도주의를 향해 가고 있다"면서 "유럽국가들도 이 점을 유념하라"고 힘을 앞세운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겨냥하기도 했다.

빈에 간 남미 기자단이 차베스의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던 계기는 지난 13일 오후 오스트리아 좌파인 HOV가 주최한 차베스 초청 연설회였다. 정원이 800여 명인 빈 문화 센터 주변에는 5000여 명의 차베스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며 '차베스'를 연호했다. 이에 주최측과 유럽 정상들은 "외국원수를 향해 이렇게 열광하는 유럽인들의 모습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며 차베스의 열기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베스는 빈 문화센터 주변에 모인 젊은이들을 향해 "우리는 이제 빈곤퇴치와 불평등, 그리고 부정부패를 몰아내기 위해 불 같은 열정으로 굳게 뭉쳐 혁명을 이룩하자"고 외쳤다.

차베스에 대한 이런 열기는 14일 런던에까지 이어졌다. 영국 좌파 정치인들과 리빙스턴 런던시장의 초청으로 영국을 비공식 방문한 차베스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룰라와의 불화설을 의식한 듯 브라질 룰라 대통령과 아르헨 키르츠네르 대통령과 자신은 '동반자'"라고 강조하고 "우리 3인은 애국이라는 새로운 축을 형성했으며 어느 누구도 우리의 동맹을 와해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기자단은 보수적인 영국에서조차 차베스가 가는 곳마다 베네수엘라 국기의 물결이 넘쳐나고 '차베스'를 환호하는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것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영국을 포함한 유럽대륙에서 제국주의에 맞설 21세기 새로운 대안으로 신사회주의를 전파하는 전도사를 자처한 차베스의 이번 행보는 역사의 아이러니" 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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