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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와 차베스, 대결구도로 가나?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56> 볼리비아 에너지국유화의 파장

최근 브라질 보수언론들과 우익정치인들이 중남미 맹주를 자처하는 차베스의 독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자 룰라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이에 맞장구를 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룰라 정부가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부쩍 차베스에 대한 비난의 목청을 높이면서 탈 라틴아메리카를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방세계의 관점에선 브라질 정부가 좌에서 다시 우향우 하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중남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차베스와 룰라의 갈등설, 그 내막을 알아본다.

브라질 언론과 야당, '차베스 때리기'에 총출동

우선 차베스는 브라질 정부와 언론, 정치인들이 자신을 향해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는 최근 브라질 정부의 발표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할 가치조차 없다면서 룰라 정부가 우익 정치인들과 언론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정부 당국자들에게 "룰라 정부를 향해 일체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 "우리관계를 쉽게 판단하지 말라" 아르헨,브라질,베네수엘라 정상들이 우의를 다지고 있다.ⓒ까사로사다. 아르헨티나 대통령궁.

룰라 정부가 볼리비아의 에너지국유화 조치에 필요 이상의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차베스와 모랄레스를 싸잡아 비난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차베스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브라질 정치상황에 정통한 현지평론가들도 "룰라 정부가 보수언론들의 비난과 야당 정치인들의 문제제기에 맞장구를 치면서 차베스와 모랄레스 때리기에 열중하는 건 정치적인 계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룰라 정부가 차베스 때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최근 룰라 정부와 노동당의 성급한 정치적인 실적홍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룰라 정부는 지난 4월21일 석유 에너지자원의 자급자족을 서둘러 발표했다. 이 발표는 브라질 국영에너지기업(페트로브라스)의 성공 사례로 꼽히면서 브라질 전역을 축제 분위기로 들끓게 했다. 브라질 국영 페트로브라스는 한 순간의 이 축제를 위한 이벤트 비용으로 1800만 달러를 퍼부었다.

페트로브라스와 브라질 정부가 공동으로 연출한 대대적인 이 축제로 인해 단순한 브라질 국민들은 중동이나 베네수엘라처럼 브라질도 당장 오일달러의 위력을 맛보면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 것이라는 착각을 갖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산유국의 꿈에 부푼 브라질 국민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을 했다. 바로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의 가스국유화 선언이었다.

브라질 최대의 산업도시인 상파울루는 볼리비아산 가스에 의해 굴러가는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산유국의 꿈에 부푼 브라질 국민들이 한 순간에 에너지자원 수입국이라는 사실과 가스 값 인상이라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룰라 정부와 노동당이 발표한 브라질의 에너지자급 발표가 너무 성급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이에 보수언론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룰라는 이미 아르헨-베네수엘라-볼리비아 정상들과의 채널을 통해 볼리비아산 가스 국유화와 중남미 가스관 공사에 대한 합의를 끝낸 상황이라 군소리 없이 받아들이는 입장이었으나 브라질 국내 상황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브라질 언론들은 볼리비아 정부가 브라질 정부자산을 강탈하려고 한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면서 차베스가 모랄레스를 부추겼다고 목청을 높였다. 룰라 행정부로서는 에너지관련 비난여론이 자신들을 피해가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며 급한 김에 면피를 할 수 있는 방안은 차베스와 모랄레스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것뿐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상당수 브라질 언론들은 차베스가 최근 중남미 4개국 정상회담에 참석한 것을 두고도 딴지를 걸었다. 월권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호스트인 회담이어서 브라질이 관여할 문제가 아닐 뿐더러 이는 4개국 정상들 간에 미리 합의된 아젠다였다. 브라질 언론들이 차베스의 참석을 놓고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었다는 것이 아르헨과 베네수엘라 현지 전문가들의 견해다.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 국영'? 사실은 미국 에너지기업 소유

브라질 정부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최근 브라질의 반차베스 여론몰이 뒤에는 브라질 국영에너지기업인 페트로브라스가 있다고 밝혔다. 페트로브라스가 브라질 언론과 정치권을 움직여 룰라와 차베스 간의 대결구도를 부추기며 충동질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가최고통치권지인 룰라가 인정한 볼리비아 정부의 가스국유화 조치에 필요 이상으로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페트로브라스의 운영권 실태를 살펴보면 브라질 정부소유 주식은 37%뿐이며 미국기업들이 49%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이름없는 주주들이 나머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름만 브라질 국영석유회사이지 실제는 서방세계 에너지 기업들의 소유라는 얘기다.

페트로브라스가 반차베스와 반모랄레스에 발벗고 나서서 비난의 톤을 높이고 있는 이유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페트로브라스의 이런 운영체제가 차베스가 주도하고 있는 중남미를 관통하는 가스관 건설공사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기도 한다.

결국 룰라는 볼리비아산 가스가격 인상이 브라질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경미하다는 판단 아래 이 문제는 정부가 나설 문제가 아니라 페트로브라스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폈던 것이다.

따라서 룰라와 차베스의 갈등설은 페트로브라스의 의도대로 언론과 정치권이 차베스 때리기에 나서면서 불거진 하나의 일시적인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차베스 역시 룰라가 처한 이런 입장을 이해하고 룰라 정부가 자신을 밟고서라도 무사히 재선에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와 관련, 아르헨 대통령궁의 한 고위관리는 최근 필자에게 "룰라와 차베스, 키르츠네르 간의 관계는 최측근들도 이해하지 못할 면이 많다"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건네기도 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대통령들의 정치적인 협력관계가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쉽게 금이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미래를 속단할 수 없는 것이 국가간 정치관계의 속성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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