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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안데스공동체를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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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안데스공동체를 해체하라"

김영길의 '남미리포트'〈151〉 미국과 FTA놓고 요동치는 중남미국가들 (상)

미국정부가 자신의 뒷마당이라는 중남미국가들과의 자유무역지대(FTAA) 창설이 사실상 물 건너가자 친미성향의 국가들을 상대로 개별적인 FTA를 추진하고 있어 중남미국가들이 상호 극한 반목과 대립양상을 보이며 요동치고 있다.

중미를 축으로 하는 안데스국가공동체(CAN)와 남미를 중심으로 한 남미공동시장 (MERCOSUR)이 국가간 상호이익을 좇아 분열되고 있는 가운데 심각한 내분으로 양대 시장이 와해될 위기에 직면했다. 이 분열의 중심축에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차베스의 첨예한 대립구도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FTA를 놓고 친미와 반미구도로 갈라서고 있는 중남미 국가들의 서로 다른 목소리와 대립구도, 그리고 존폐위기를 맞고 있는 양대 시장의 미래를 진단해본다.

'안데스국가공동체(CAN) 존속될까'
▲ "안데스 공동체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고. 내가 볼리비아 제품전부를 구입해줄 테니까"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베네수엘라.

미국과 FTA를 놓고 안데스국가공동체(Comunidad Andina de Naciones.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베네수엘라)가 공중 분해될 위기를 맞고 있다.

안데스국가공동체(CAN)는 지난 1969년 칠레를 포함하여 중남미 6개국이 지역 통합을 목표로 발족됐다. 그 후 칠레가 지난 78년 볼리비아와 외교적인 마찰로 탈퇴를 선언, 현재 중미5개국이 상호 자유무역형태의 교역을 해 왔었다.

경제규모가 서로 그만그만한 나라끼리 원자재와 식량 등의 교역으로 별문제 없이 지내오던 이들 5개국이 지난 12일 페루에 이어 콜롬비아, 에콰도르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자 베네수엘라가 안데스공동체 협약을 어겼다며 발끈하고 나서서 공동체 탈퇴를 선언하면서부터 이들 국가들간의 관계가 꼬이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페루와 콜롬비아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백지화시키지 않는다면 안데스공동체 탈퇴 선언을 번복하지 않겠다며 볼리비아의 동참을 부추기고 쿠바를 비롯한 카리브연안 국가들의 결속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볼리비아 정부는 베네수엘라와 공동보조를 취하기가 곤란한 상황이다. "베네수엘라는 안데스공동체에서 탈퇴를 해도 잃을 게 하나도 없지만 우리는 다르다"는 게 볼리비아 정부의 입장이다. 당장 연간 4억6600만 달러 정도의 수출 시장을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조건 베네수엘라의 뒤를 따라 안데스공동체 탈퇴를 선언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현재 볼리비아는 콜롬비아에 1억8000만 달러, 페루에 1억2400만 달러, 베네수엘라에 1억5900만 달러, 에콰도르에 300만 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페루와 콜롬비아가 볼리비아 수출품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모랄레스가 차베스 편에 서서 쉽게 안데스공동체를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콜롬비아와 페루 역시 지역 내 최대시장인 베네수엘라가 빠져버리면 사실상 안데스공동체는 '유명무실'해진다는 명분을 내세워 차베스를 설득하고 있지만 차베스는 "페루와 콜롬비아가 먼저 미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을 백지화시키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차베스는 한발 더 나아가 친미성향을 보이고 있는 페루와 콜롬비아, 에콰도르를 차제에 고립시키고 카리브 연안의 일부 국가들과 남미공동시장을 하나로 묶는 확고한 반미전선을 구축할 심산이다.

콜롬비아는 브라질과 아르헨 정상들이 차베스를 설득하여 안데스공동체 살리기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오일달러를 앞세운 차베스가 중남미 전체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라 이마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정계의 반응은 차베스처럼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미국정부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창설이 무산되자 중미국가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미국에 호응하고 있는 페루와 콜롬비아, 에콰도르 정부를 곱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페루의 알레한드로 똘레도 대통령은 다음달 치러지는 결선투표 승자에게 대권을 이양하고 이임을 해야 하는 상황이며 콜롬비아의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도 5월 대선을 앞두고 재선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미국과 FTA 체결이 정당하다는 이들의 주장이 남미 지도자들에게 전혀 먹혀 들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차베스는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가 콜롬비아의 눈치를 보며 안데스공동체 탈퇴를 망설이자 안데스공동체 국가들과의 교역물량 전체를 베네수엘라가 일괄 구입해 주겠다며 쿠바와 베네수엘라, 볼리비아간 새로운 블록을 구축하자고 제안해 놓고 있다. 이른바 인민자유무역협정(Tratado de Libre Comercio de los Pueblos) 의 탄생 배경이다.
▲ "우리 저 아우를 확실하게 도웁시다." 지난달 28일 쿠바 아바나 공항에 회동한 3국 정상들. ⓒ일간 그란마. 쿠바.

쿠바와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3국 정상들과 당정 고위관리, 기업인들로 구성된 3국 자유무역협정 대표단은 지난29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모여 이 지역의 자주 독립과 라틴아메리카의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상호 협력과 결속을 강화하고 3국이 힘을 모아 정치와 경제, 사회, 교역 등 전분야에 걸쳐 실질적인 발전의 계기로 삼자는 데 합의했다.

이들 3개국정상들은 이 협의가 중남미와 미국의 자유무역과 미주지역자유무역 (FTAA)에 대항하기 위한 결속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아메리카를 위한 볼리바리안 대안(ALBA)'의 실행을 위해 볼리비아에 600여개의 무료의료진료소 개설과 4만 여명의 의사확보, 5천 여명의 의료기술진 파견 등을 확정했다. 또한 베네수엘라 정부는 5천 여명의 볼리비아 학생들을 장학생으로 선발하여 무료교육을 시켜주겠 다고 발표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콜롬비아 주도의 안데스공동체 에 미련을 버리도록 확실하게 쐐기를 박은 조치인 것이다.

쿠바에서 분에 넘치는 선물보따리를 챙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차베스 노선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쿠바와 베네수엘라로부터 극빈자들을 위한 의료, 식량, 교육 등의 지원을 받고 콜롬비아 등 안데스공동체로부터도 경제적인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발전을 위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차베스와 카스트로는 볼리비아에 이어 엘살바도르에도 ALBA 혜택을 부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빈곤층을 위한 ALBA지원계획을 카리브해 연안국가들로 확대하여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보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현지전문가들은 "중미지역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차베스에 맞서고 있는 페루와 콜롬비아가 농민들과 좌파정치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과의 FTA 를 발효시키기도 어렵겠지만 이번 파동으로 안데스공동체 자체도 유명무실하게 남아있거나 공중 분해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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