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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재선, 독일 월드컵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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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재선, 독일 월드컵에 달렸다"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143〉

독일 월드컵이 오는 10월 치러지는 브라질 대선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화제다.

브라질의 정치평론가들은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아직은 수면 아래서 여론의 추이를 저울질하면서 월드컵이 끝나는 7월 이후에나 대선출마를 공식화하고 본격적인 선거유세를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월드컵의 향배가 룰라의 재선가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브라질은 오는 6월 시작되는 독일 월드컵에서 대망의 6번째 우승을 바라보는 유일한 국가다. 따라서 브라질대표팀이 독일월드컵에서 승승장구, 황금빛 찬란한 월드컵에 입맞춤한다면 브라질 전역이 월드컵 우승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대선 분위기는 일순간에 룰라 편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남미언론들은 또한 "전통적으로 월드컵기간 중 전자, 의류, 식ㆍ음료 등 부문에서 호황을 누리는 일시적인 거품현상이 조성되는 것도 룰라에게는 자신의 정치적인 치적을 내세울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룰라가 재선 도전 의사를 미루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브라질의 국립유통구조검증학회(IVC)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1억8600만의 브라질 전체인구 가운데 매일 일간지를 구독해 보는 독자는 340만 명뿐이며 70%의 브라질 국민이 실질적인 문맹자다. 그만큼 축구 외에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이는 만일 브라질 축구팀이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다면 단순한 브라질 국민들이 월드컵 6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에 도취되어 룰라의 실정이나 노동당의 뇌물파동 등 정치적인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날 거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자료인 셈이다. 또한 룰라 진영의 희망대로 브라질이 독일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월드컵 우승 축제분위기가 오는10월 대선 때까지 그대로 이어져 룰라의 재선이 확실하게 보장될 것이라는 전망이기도 하다.

***'룰라에게 유리한 야당의 대선주자 선택'**

반면 브라질 대표팀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16강 혹은 4강 문턱에서 주저앉는다면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브라질이 우승을 못할 경우 그동안 정치권에 쌓였던 모든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자칫 룰라의 출마 자체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야당인 사회민주당(PSDB)이 줄곧 야권의 대선 주자로서 여론을 이끌어 오던 조제 세하 상파울루 시장을 제쳐두고 제랄드 알키민 상파울루 주지사를 대권 후보로 선택한 것도 룰라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브라질 시회민주당 대선후보인 제랄드 알키민 상파울루 주지사는 40대 기수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상파울루 주를 제외하면 전국적인 인지도가 약하다는 것과 상당 부문 자신의 부인 인기에 의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델 뺨치는 미인인 부인 루시아 알키민의 화려한 미소가 언론에 각광을 받으면서 브라질 정계에서 급부상한 알키민 주지사는 브라질판 케네디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그는 보수 우파를 지향하고 있으며 아직은 대선주자가 되기에는 모든 면에서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시중 여론을 무시하고 사회민주당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룰라의 대항마로 평가 받던 조제 세하 상파울루 시장 대신 알키민을 대선 후보로 선택해 의혹을 사기도 했다. 정치평론가들 역시 "7개 주의 주지사, 875개 시의 시장, 15명의 상원의원과 64명의 하원의원을 거느린 거대야당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선후보 선택"이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엔리케 카르두조 전 대통령과 사회민주당(PSDB) 지도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조제 세하 상파울루 시장은 브라질 엘리트그룹과 중산층,그리고 서민층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차기 대선의 유력인물로 평가받았었다. 그러나 그는 중남미 최대도시 수장으로서 임기 중반에 대선 출마를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당으로부터 차차기 대권후보를 약속받고 이번 대선 출마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선심정책과 산유국의 꿈, 대선 분위기 반전시켜'**

그러나 최근 아르헨티나의 로베르또 라바냐 전 경제장관이 주최한 비공식 행사장에서 만난, 상파울루 시정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필자에게 "세하 시장이 차기 대선도전보다는 차라리 상파울루 주지사 자리가 현 상황에선 정치적인 타격을 받지 않는 최선책이라는 판단을 했으며 차기 대선에서 누가 당선돼도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브라질의 정치 기류가 한몫을 했다"고 세하 시장이 대권도전을 포기한 숨겨진 속사정을 설명했다.

차기에선 룰라나 알키민 중의 누가 대권을 잡아도 브라질 최대의 뇌물파동으로 정치권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정상적인 임무수행이 사실상 어려울 거라는 얘기다. 세하 시장의 대권포기는 '소나기는 잠시 피하고 보자'는 작전인 셈이다.

이와 함께 세하 진영은 룰라-알키민 대결구도로 시나리오를 작성, 대선투표 시뮬레이션을 벌인 결과 1차 투표에선 누구도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지만 2차 결선 투표에서 룰라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알키민은 38% 수준의 득표를 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고 귀띔해주었다. 물론 이것은 시중에 공개되지 않은 비공식자료다.

또한 이 인사는 브라질 노동당이 장밋빛 경제전망을 국민들에게 내세우며 최근 극빈층 생활보조금(월 45달러 정도) 수혜자를 대폭 늘리고 룰라의 치적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이미 시작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룰라가 공식적으로는 재집권 결정을 미루고 있지만 집권당의 선거운동은 사실상 시작됐다는 얘기다.

여당인 노동당은 최근 브라질 최대의 경제파트너로 등장한 중국에 이어 인도가 브라질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영화 등 문화 부문에 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노동당의 정책홍보 중 눈에 띄는 건 브라질 국영석유(Petrobras)의 약진이다. Petrobras는 하루 230만 배럴의 원유생산을 목표로 석유자급은 물론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미국의 원유처리시설 구입과 걸프만 해저 석유개발참여 등을 통해 브라질 국민들에게 산유국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산유국의 꿈에 이어 최근 문제가 됐던 아마존 개발을 통해 얻어지는 고무진을 통해 가공된 식물성 가죽은 브라질의 새로운 상품으로 유럽과 미국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명 가방 메이커들이 아마존 현지투자를 서두르고 있는 것도 룰라와 노동당에는 호재다.

집권당의 이런 룰라의 치적 홍보전략과 함께 룰라에 비판적인 언론들과 야당, 우익 엘리트그룹들의 집요한 공격을 월드컵 6회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낭보 한방에 깨끗하게 잠재우려는 계산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에 남미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과 '대선 승리'. 현재 룰라가 구상하고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꿈이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는 게 금년 들어 변화되고 있는, 브라질 정가와 남미언론들이 보는 브라질 대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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