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나라당의 '천막 정신'은 '이벤트 정신'인가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나라당의 '천막 정신'은 '이벤트 정신'인가요?

[기자의 눈] '천막 정신 실천주간'이 씁쓸한 이유

한나라당이 오는 20일부터 한 주간을 '천막정신 실천주간'으로 선포했다. '천막정신'이란 박근혜 대표가 처음 선출된 후 '차떼기 정당'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2004년 3월 24일부터 84일간 천막당사 생활을 했던 그때의 정신을 말한다.

한나라당이 서울 여의도의 버젓한 당사를 버리고 황량한 천막으로 들어갔던 뼈아픈 경험에 구태여 '주년'의 문패까지 붙여가며 기념하려는 이유는, '헝그리 정신'일 수도 있고 '낮은 자세'일 수도 있는 그 초심을 되찾자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이 천막정신을 실천하겠노라며 늘어놓은 행사들의 면목을 보자면 쓴웃음이 난다.

천막당사에서 회의하던 컨테이너로 다시 들어가서 지도부 회의를 연다거나, 모 방송국 오락프로그램마냥 국민들의 소리를 메모지에 적어 당사 벽에 붙이고 한 장 한 장 읽겠다는 등 그 행사들은 거의 '쇼' 일색이었다.

좋은 소리 나오지 않을 게 뻔한 전라북도 전주를 찾아 토론회를 하겠다는 데에선 '행사용'의 낌새가, 천막당사에서 약속한 내용들의 실천 상황을 확인하겠다는 데에선 '과시용'의 냄새마저 났다.

이런 행사들로만 미뤄보자면 한나라당이 되새기겠다는 '천막정신'은 화끈한 '이벤트 정신'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당 대표가 '공약 선거', '정책 선거'를 강조하며 '매니페스토 운동' 선두에 서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눈요기성, 일과성 이벤트에 골몰하는 '천막정신'이 한나라당이 말하는 초심이라면, 차라리 초심으로는 돌아가지 않는 편이 나을 것도 같다.

하긴, 박 대표가 "그동안 쓰던 당사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며 천막행을 고집했던 2년 전에도 '이벤트 정치의 절정'이란 평가를 받았으니, 그 방면의 '천막정신'을 되새기겠다면야 본질을 제대로 살린 행사라 박수를 보내야 하겠지만 말이다.

마침, 이날 당내모임 세미나에 참석한 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장은 한나라당의 현실을 두고 "머리로는 시대정신의 흐름을 인식하면서도 가슴으로는 여전히 전시대적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기혼돈에 놓여 있다"며 "갈등구조에서도, 도전의 사회 상황에서도 우군을 갖지 못했으며 고립무원의 존재처럼 밀려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 내에서 조차 "시대정신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엄연한 위기 상황에 처한 한나라당이 출구를 찾으려는 진지한 노력은 않고 지금처럼 가벼운 고민만 거듭하다가는 조만간 또다른 천막을 구하러 나서게 되는 것 아닌지,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걱정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