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과 유럽의회가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관타나모 수용소는 '변칙'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1일 의회 연설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히고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오락가락' 발언**
미국이 벌인 대테러전의 최고 파트너였던 블레어 총리가 이슬람 테러 용의자들을 불법 구금해 국제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것은 더이상 국제적인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블레어 총리는 그러나 수용소가 지어지게 된 맥락을 상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여 미국과 국제여론에 '양다리 걸치기'를 시도했다.
그는 연설에서 관타나모 수용소가 9.11 테러 이후 알려진 "최악의 테러리스트"를 구금하기 위해 지어진 것이라며 "아프간에서 붙잡힌 테러리스트들은 미군과 영국군에 대한 반동적인 폭력을 도운 것과 연루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수용소가 변칙이라는 데 동의하며 그것이 수용소를 없애야 하는 이유"라면서도 "그러나 나는 수용소가 만들어지게 된 상황에 언제나 주목할 것이다"고 말해 '오락가락 논법'을 반복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2002년 이후 아프간, 이라크 등에서 체포된 500여 명이 수용됐으나 대부분의 구금자들이 적법한 재판을 받지 못하고 있고, 현재까지 테러리스트로 공식 판명된 사람은 10명에 불과하다.
〈AFP〉 통신은 블레어 총리의 '변칙' 발언은 과거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주 의회에서도 "법적 절차가 실행될 수 있다. 관타나모 기지가 폐쇄될 수 있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셰리 블레어, '관타나모' 거명 안 하면서도 비난 수위 높여**
그러나 인권 변호사이자 그의 부인인 셰리 블레어 여사는 같은날 "고문은 또하나의 테러"라며 미국의 정책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남편보다 한층 진전된 입장을 보였다.
블레어 여사는 영국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채덤하우스 연설에서 "고문은 국가의 테러로서, 테러범들이 폭력을 사용하는 것과 항상 같은 이유로 행해진다. 합법적 수단으로는 설득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의지를 꺾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고문도 일정 효력은 있지만 우리가 의도한대로의 효력은 아니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이든 고문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셰리 블레어 역시 이날 연설에서 '관타나모'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아 남편이 난처한 입장에 빠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신 블레어 여사는 국제협약이 고문을 "예외없이" 금지하고 있다는 말로 자신이 미국을 비난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이것을 손상해서는 안된다. 전시에도 마찬가지다. 전쟁 상태이든 전쟁의 위협이든 비상 상태이든 아니면 다른 공공의 긴급상황이든 예외없이 적용된다는 것을 협약은 아주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협약은 보병이나 지휘관, 행정관, 국가원수이든 고문을 허용한 사람은 누구든지 기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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