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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꾼 임진택의 명강 〈판소리…살아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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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판소리꾼 임진택의 명강 〈판소리…살아 숨쉰다〉

〈알림〉 문화문 '미래의 문화' 특강서 '판소리의 미래' 짚는다

'미래의 문화'를 주제로 한 특강이 3월 6일(월)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서울 강남구 스텝스빌딩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이번 강의(제7강)는 판소리꾼 임진택 씨(연출가. 가야문화세계축전 집행위원장)가 〈판소리…살아 숨쉰다〉로 판소리의 미래를 그려본다.

'미래의 문화' 특강은 지난해 6월 창립한 '미래문화 가꾸기 모임'인 문화문(이사장 이근성)의 창립기념행사의 하나다.

임진택 씨는 이날 강의에서 판소리의 기본이해는 물론 판소리의 미래모습으로 떠오른 창작판소리, 창극, 퓨전판소리 등의 얘기를 실연과 재담을 곁들여 흥미롭게 끌어갈 예정이다.

그가 마련한 강의록 중 '문답식 판소리의 이해' 부분을 잠시 소개한다.

-판소리란 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이고 무슨 뜻인가요?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놀이판, 씨름판, 싸움판 등의 단어가 있지요. 이때의 판은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를 뜻하면서 동시에 거기 벌어지고 있는 구경거리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씨름판이다 하면 씨름이 벌어지고 있는 모래판, 즉 씨름 경기장을 가리키는 말이면서 동시에 그 경기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씨름경기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때 '판'이란 말에서 우리는 어딘가 왁자지껄하고 흥청거리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소리판'이라고 할 때는 놀이판, 씨름판, 싸움판 등과 마찬가지로 소리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를 뜻하면서 곧 그 구경거리를 가리키는 말이 되고, 따라서 '판소리'란 그러한 소리판에서 소리꾼과 구경꾼이 한데 모여 왁자지껄하고 흥청거리는 분위기 속에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짜서 펼쳐보이는 한바탕의 소리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그럼 판소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판소리는 한 사람의 광대가 부채를 들고 나와 서서 아니리와 창을 해 나가면 한 사람의 고수(鼓手)가 북을 놓고 앉아서 장단을 맞춰주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연희 방식은 동서고금에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양식이지요. 판소리 광대는 춘향가나 심청가 등 긴 이야기를 혼자서 말과 소리와 몸짓으로써 그려내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필요한 여러가지 표현 원리들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그 결과 1인 다역의 놀라운 연기술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서양연극에서도 간혹 한 배우가 여러 역할을 맡는 경우가 있지만, 판소리처럼 혼자서 등장인물 모두의 역할을 맡아서 표현해 내는 수준에는 결코 이르지 못합니다.

광대는 처음 판에 나설 때 제 3자적인 서술자로서 즉 광대 자신으로서 등장합니다. 하지만 소리판이 전개되면서 광대는 점차 제3자적 입장을 벗어나 극중 등장인물의 세계로 몰입하게 됩니다. 춘향가 같으면 광대는 이몽룡이가 되었다가 방자도 되고 춘향이가 되었다가 향단이도 되고 또 월매가 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광대는 극중 등장인물의 역할로 자신을 동화(同化)시켰다가 이화(異化)시키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판을 전개해 나가는 거죠. 광대가 극중 역할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과정이 자유자재롭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이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않게 되지요.

-판소리에는 광대 말고 고수가 또 나오지요? 고수의 역할에 대해 설명을 좀 해 주시죠.

판소리는 고수 한 사람의 북장단에 맞춰 진행되는 만큼 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큽니다. 고수는 일차적으로 창의 변화에 따라 장단을 바꿔 맞추어가며 반주를 해 주는 역할을 맡은 것이지만, 단순히 반주자로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닙니다. 북가락을 유심히 들어보면 어떤 장면에서는 극적 표현을 돕는 음향효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몽룡이 말을 타고 광한루로 나갈 때 북소리는 마치 말발굽 소리와 같은 효과를 냅니다. 춘향이가 매를 맞을 때는 북채로 딱 딱 두드려서 곤장맞는 소리 효과를 냅니다. 반주자이면서 아울러 음향효과의 역을 담당하는 거지요.

그뿐만 아니라 고수는 광대와 함께 출연하는 협연자이면서 동시에 관중의 한 사람으로서 관중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판소리 공연을 보면 고수가 북을 치면서 광대를 향해 추임새를 넣곤 하는데, 바로 이 추임새를 통해 고수는 관중의 대변자로서의 구실을 하게 되지요. 이렇듯 협연자이면서 관중의 대변자가 되는 고수의 양면적 기능에 의해 광대와 관중이 하나로 합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장단을 소리에 맞춰준다고 했는데, 판소리에 쓰이는 북장단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판소리에 쓰이는 장단에는 진양, 중머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몰이, 엇모리, 엇중모리 등등이 있습니다. 판소리 사설에 나타나는 한가하거나 긴박한 상황설정에 따라 이 장단들을 선택해서 각기 느리고 빠른 속도로 소리를 엮어 나가게끔 하는 것이지요.

'진양'은 가장 느린 장단입니다. 진양이라는 말이 어디로부터 나왔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아마 '길게 늘인 가락'이라는 뜻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3분박 6박자를 1각으로 해서 대개 4각을 주기로 하여 밀고 달고 맺고 풀면서 반복되어 나갑니다. 진양 장단은 주로 슬픈 대목에서 많이 쓰이지요.

'중머리'는 판소리에 가장 기본이 되는 장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말 뜻은 중간빠르기로 몰아가는 장단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보통빠르기 12박자를 1각으로 해서 역시 밀고 달고 맺고 푸는 형식으로 나아갑니다. 판소리에 있어 서술적인 대목은 대개 중머리 장단으로 짜입니다. 서술적인 대목에는 두 가지 성격이 있는바, 하나는 광대가 서사적인 이야기 줄거리를 강독조로 읽어 나가는 대목이요 또하나는 극중 등장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자기 생각을 길게 말하는 대목입니다. 그런가하면 중머리 장단은 다소 슬픔을 머금고 있는 서정적인 장면의 묘사에도 많이 쓰이고 있지요.

'중중모리'는 중머리 장단과 구조가 거의 비슷하나 중머리보다 2배 정도 빠른 장단입니다. 약간 빠른 12박자인데, 박을 듬성하게 짚어나가다 보면 3분박 조금 느린 4박자의 느낌을 주기도 하지요. 중중모리 장단이 많이 쓰이는 대목은 주로 흥겹게 춤추고 노는 장면입니다. 이와 반대로 오히려 슬픔이 아주 격할 때 중중모리 장단이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나 기가 막힌 나머지 차라리 허겁지겁한 느낌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한편 기세 등등하게 이리저리 싸돌아 다니는 장면이 중중모리 장단으로 짜인 것이 있습니다. 유명한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이 바로 그런 대목인데요, 이른바 설렁제라고도 하고 호걸제라고도 하는 이 특이한 창법은 씩씩하고 호탕하면서도 거들먹거리는 느낌을 주지요.

'자진모리'는 말 그대로 잦게 소리를 몰아가는 장단으로서 3분박 빠른 4박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진모리 장단은 어떤 사건이나 물건을 주욱 늘어놓는 대목에서 흔히 쓰이지요. 그리고 어떤 일이 약간 긴박하게 차례로 벌어지는 장면에서 대부분이 자진모리 장단으로 엮어집니다.

'휘몰이'는 판소리에서 가장 빠른 장단입니다. 말 그대로 휘몰아가는 장단이지요. 2분박 매우 빠른 4박자로 반복 진행되는데, 어떤 일이 매우 바쁘게 벌어지는 대목에서 쓰입니다.

'엇모리'는 매우 빠른 3박과 2박이 섞인 특이한 장단으로 어떤 신비한 인물이 나타나는 대목에서 많이 쓰입니다. 수궁가에서 도사가 내려오는 대목, 흥보가에서 중 올라가는 대목 등이 그러하지요. 좀 특별한 경우로는 심청가에서 배가 임당수에 다다라 풍랑 가운데 기우뚱거릴 때가 그렇고, 적벽가에서 장수가 사납게 창칼을 휘두르며 좌충우돌 하는 모습을 그릴 때도 이 장단이 쓰이고 있습니다.

'엇중모리'는 중머리의 절반 길이로 판소리에서 매우 드물게 사용되고 있지요. 판소리의 맨끝 대목은 거의 다 엇중모리 장단으로 끝맺고 있는 바, 이는 대체로 주인공들이 부귀 영화를 누리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내용의 사설들이지요. 말하자면 엇중모리는 지체 높고 고귀한 신분의 사람과 관련될 때 사용되는 장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전해 오는 판소리 작품들 외에 예전에는 다른 판소리들이 더 있었다고 하던데요, 어떤 작품들이 있었는지요?

오늘날까지 판소리로서 온전하게 전승되어 온 작품은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적벽가, 수궁가, 이렇게 다섯 마당이지만, 옛 문헌에 의하면 원래 판소리는 열두 마당이었다고 전해 옵니다. 판소리 열두 마당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는 19세기 초엽 송만재라는 선비가 쓴 '관우희'라는 글이 있고, 그 다음으로는 일제 시대에 정노식이라는 분이 쓴 조선창극사가 있는데, 이 두 책에 기록된 열두 마당의 이름이 똑같지는 않으나 거의 같습니다.

이와는 달리 19세기 후반에 전라도 고창에 살면서 판소리 광대를 후원하고 육성한 것으로 알려진 신재효라는 이는 현재까지 전해 오는 다섯 마당에 변강쇠가를 포함해서 여섯 마당만을 나름대로 개작해서 그 사설들을 후세에 남겼습니다. 변강쇠가 역시 오늘날 소리의 맥은 끊어진 상태이지요. 그 외에 없어진 판소리로는 배비장타령, 강릉매화전, 옹고집타령, 장끼타령, 왈자타령(무숙이타령과 동일한 작품), 그리고 가짜신선타령(숙영낭자전을 꼽기도 함) 등이 있습니다.

-각 마당의 제목을 보면 춘향가 심청가처럼 '…歌'로 된 것이 있는가 하면 배비장타령, 장끼타령처럼 '…타령'으로 된 것도 있고 또 강릉매화전 숙영낭자전처럼 '…傳'으로 된 것이 있는데,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요?

지금 남아 있는 다섯마당을 보면 모두 '…歌'로 정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이는 곧 판소리를 음악적으로 완성된 하나의 작품으로 간주한다는 의미죠. 그것에 비해 '…타령'은 판소리가 음악적으로 발전을 보이기 이전 초기 단계에 붙은 소박한 호칭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타령이라는 단어를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타악 장단에 맞추어 길게 엮어나가는 노래'라는 뜻이 되겠는데요, 옛 노래 가락에는 무슨무슨 타령이라고 이름 붙은 민요나 잡가들이 매우 많았지요. 그러한 타령조의 민요 잡가들은 양반의 눈으로 볼 때 음악적으로 저급한 단계로 여겨졌던 듯하고, 그들 눈에 초창기 판소리는 다소 저급한 수준으로 비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것이 점차 음악적으로 발전되면서 '…歌'로 다듬어져 왔던 것이지요. 송만재의 기록을 보면 판소리를 타령이라고 불렀다 하니, 추측컨대 당시 흥보가와 수궁가는 아마 '박타령' '토끼타령'이라고 불리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점은 이러한 '…타령'을 고집한 평민적 작품들은 후대로 가면서 점차 쇠퇴 소멸해 왔고, 양반들의 인정을 받아 '…歌'로 승격한 작품들만 계속 전승되었다는 사실입니다.

'…傳'이라고 부르는 것은 모두 소설 작품을 일컫는 명칭이지요. 따라서 판소리 강릉매화전이나 숙영낭자전은 같은 이름의 소설과 어떠한 관련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판소리는 처음에 어떤 형태로 나타났을까요? 판소리의 기원이랄까 판소리가 생겨난 유래를 좀 알고 싶습니다.

판소리가 어떻게 생겨났느냐 하는 문제는 학자들 간에도 서로 견해가 다르더군요. 어떤 사람은 무당들이 굿 할 때 부르던 서사무가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하고, 어떤 사람은 광대들이 판놀음에서 놀던 우스개 재담인 소학지희가 발전해 판소리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또 어떤 사람은 조선시대 이야기꾼의 한 형태로서 소설책 따위를 읽어주던 강독사(講讀師)가 강창사(講唱師)로 발전해 판소리꾼이 되었으리라고 추측하지만 어느 쪽이 옳은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각각의 기원설이 일리가 있고 타당하긴 하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판소리의 기원을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보다는 차라리 이러한 여러 양식들이 어느 때 우연치 않게 화학반응을 일으켜 새롭게 생겨난 독창적인 연희양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일 듯 싶군요.

-서편제라는 영화를 보면서 궁굼했던 점인데요, 동편제와 서편제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판소리의 유파 및 법제는 전승된 지역적 특성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뉘고 있습니다. 하나는 섬진강을 경계로 하여 그 동쪽인 운봉 구례 순창 같은 곳에서 전승되어 온 동편제요, 또하나는 서쪽의 광주 나주 보성과 같은 곳에서 전승되어 온 서편제입니다. 동편제는 송흥록 명창을 시조로 삼고 산세의 영향을 받아 씩씩하고 웅장한 것이 특징이며, 서편제는 박유전 명창을 시조로 삼고 들판의 기질을 닮아 애잔하고 섬세한 것이 특징입니다. 한편 경기 충청 지역에서 많이 쓰인 창제로 책을 읽는듯한 느낌을 주는 중고제가 남아 오나 큰 세를 갖고 있지는 못합니다. 한편 서편제에 다시 동편제를 가미한 강산제가 보성 지방을 중심으로 전승되어 왔는데요, 오늘날 동편 서편에 못지 않게 하나의 세를 형성하고 있는 유파지요.

-판소리의 창법이랄까 독특한 음악성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판소리의 음악성이라고 하면 먼저 장단이 어떻게 구성되었는가 하는 문제이고, 다음은 조(調)를 무엇을 택하는가 하는 문제이며, 그 다음은 성음을 어떻게 내는가 하는 문제가 되겠습니다.

판소리에 쓰이는 조에 대표적인 것으로 우조, 평조, 계면조가 있고 좀 특이한 것으로는 설렁제, 경드름, 추천목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우조는 웅장하고 엄숙한 느낌을 주는 조이며, 평조는 화창하고 평화스러운 느낌을 주는 조이며, 계면조는 슬프고 처절한 느낌을 주는 조입니다. 그와는 달리 설렁제는 거드럭거리는 느낌을 주는 창법이며, 경드름은 경쾌한 느낌의 서울지방 민요조에 가깝고, 추천목은 그네 뛰듯 오락가락 흔들흔들하는 느낌으로 내는 창법을 가리킵니다.

성음을 어떻게 내는가 하는 문제, 즉 발성의 문제는 판소리에 있어 가장 오묘한 비밀을 간직한 영역입니다. 알다시피 서양음악에서의 발성법과 우리 전통음악인 판소리나 가곡 범패의 발성법은 사뭇 다릅니다. 서양음악에서의 발성법에서는 이른바 벨칸토 창법이라 하여 목을 둥글게 열고 머리와 가슴을 울리게 하며 맑은 소리를 으뜸으로 칩니다. 판소리의 발성법은 통성이라 하여 배 아래쪽에서부터 숨을 올려 내지르는데, 목을 다스려서 약간 거칠고 탑탑한 소리를 내게 되지요. 판소리에서 좋게 평가하는 음질은 껄껄한 수리성, 단단한 철성, 튀어나오는 천구성 등이지요. 그러한 목 성음을 얻음으로써 상성 하성을 마음대로 오고가며 폭포성 쇠옥성 애원성 귀곡성 등 어떤 성음이든 자유자재로 낼 수 있어야 가히 명창이라 할 수 있는 거지요. 사설의 극적 상황에 따라 장단과 조와 성음을 제대로 선택하는 데에 판소리 음악성의 성패가 달려 있는 것입니다.

-판소리 하는 사람들 중에는 목이 쉰 사람들이 많던데요,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판소리를 하자면 반드시 목이 쉬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앞서 얘기했듯 판소리에서 최고로 치는 수리성은 목이 쉬었다 풀렸다 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함으로써 얻어낸 성음이지요. 서양음악의 기준에서는 목이 쉰다는 것은 절대 금기 사항이지만, 판소리에서는 목을 제대로 갈고 닦아야만 뱃속에서부터 끌어낸 소리가 거침없이 목을 통과하게 되고 깊은 호소력을 발휘할 수가 있는 겁니다. 옛날 명창들은 산중에 들어가 폭포 밑에서 혹은 땅굴 속에서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수련을 했다지 않습니까? 소리를 오래 내지르면 몸에 열이 나고 들뜨게 되니까 습기가 있는 곳에서 몸을 식히면서 폭포 소리를 뚫는 공력을 쌓았던 거지요.

나는 목이 쉰다는 것을 대자연의 기(氣)를 먹는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자연의 기를 체득하고 인간이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경지! 이를 일컬어 '득음'이라고 말합니다. 득음! 이야말로 소리의 완성이며 소리꾼들의 최종 목표인 거죠.

이 강의의 자세한 참가 안내와 신청은 www.toursapiens.com/munhwamun.htm에서 받고 있다.

'미래의 문화' 특강은 우리 미래문화의 꿈과 설계도를 가진 대표학자와 활동가 30여 명이 펼치는 '미래문화 짓기' 작업으로 1년여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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