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포기 심각하게 고려 중인 룰라 브라질 대통령**
"브라질 대통령의 연임은 항상 끝이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
역사상 최대의 뇌물파동으로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의 출마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숨은 의중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6일 남미공동시장위원회 차쵸 알바레스 위원장과의 대담에서 차기 재선 도전의사 포기를 은연중에 내비치며 브라질 정치파동이 노동당(PT)에 상당부분 그 책임이 있지만 언론권력과 보수우파 정치세력들이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과장되게 확대시켰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2002년 4월 차베스를 몰아내기 위해 언론재벌들과 부유층, 친미세력이 주축이 된 베네수엘라의 우파 쿠데타처럼 나도 똑같은 경험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은 차베스처럼 전세를 역전시킬 당과 국민 등의 지지세력이 없다는 씁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룰라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측근 가운데 한 주지사가 "역사적으로 재임은 항상 끝이 좋지 않았다"는 말을 한다면서 지금이 재선 불출마 선언의 적기임을 종용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기 전에 여기서 정치를 접었으면 하는 심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는 "만일 내가 재선 도전을 포기한다면 노동당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해 여운을 남겼다.
'브라질 노동당의 별'로 불리는 자신이 대권 재도전을 포기하면 노동당이 와해될 것을 우려해 아직까지 대선 출마와 포기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에 휩싸여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를 놓고 현지 정치평론가들은 "룰라가 불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낸 것 아니겠느냐" 는 논평을 내놓으며 "룰라가 재선 출마를 선언하게 될지 의심스럽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룰라의 고민은 무엇이며 재선포기의 속내를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룰라 정부는 지난해 역사상 최고의 무역수지 흑자로 인한 사상최대의 외환 보유고를 기록했으며 IMF 채무 조기상환, 300만 일자리 창출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룰라 역시 이를 자신의 치적으로 여기며 경제만 잘 돌아가면 정치권의 뇌물파동과는 상관없이 자신은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었다. 그러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날로 커져가고 자신의 측근들과 가족들의 비리가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면서 경제적인 성과는 빛이 바랬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청렴성과 도덕성이 치명상을 입기도 해 시간이 지날수록 재선 성공이 불투명한 상황으로 돌변했다.
***'빛 바랜 극빈노동자들의 전설'**
더욱이 집권 노동당과 룰라의 절대적인 지지기반인 극빈층은 월 300헤알(약 12만 원) 수준의 기본급을 받으며 근근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정치권은 월 2만5000헤알(약 1000만 원)을 세비로 수령하고 각종 수당과 특혜를 누리며 뇌물까지 받아 챙긴 사실에 분노하며 상대적 박탈감과 배신감으로 룰라로부터 등을 돌린 것이다.
이런 서민 유권자들의 이탈과 함께 지난 2002년 대선 때와 같은 믿을 만한 참모나 러닝메이트의 부재, 정치권내의 영향력 약화 등도 룰라가 재선출마 선언이나 포기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필자의 남미 리포트 1월9일자 '룰라와 브라질 노동당 생존할 수 있을까' 참조)
이와 함께 뇌물파동 이후 학생운동권 출신이자 브라질 엘리트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파울로 시장 조제 세하의 지지도가 줄곧 자신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도 룰라가 재선 도전에 자신없어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재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는 얘기다. (남미 리포트 2005년 8월16일 브라질에 '학생운동권 출신 대통령' 나오나. 참조)
룰라가 아르헨티나 부통령 출신 차쵸 알바레스 위원장에게 대권 재도전 포기의 뉘앙스가 강하게 풍기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 개인적인 고민인지 또는 브라질 내의 여론을 떠보려고 한 계산된 정치적인 발언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브라질의 전형적인 극빈노동자 출신으로 바닥인생을 살다 일약 남미 최대 국가의 대통령에 당선돼 세계를 놀하게 하고 브라질 빈민가의 영웅으로 부상했던 입지전적 인물 룰라가 높은 브라질 정계의 벽을 실감하고 자신의 주장대로 언론권력과 우파의 쿠데타로 4년만에 정치를 접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는 게 현지언론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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