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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자의 기만"

김민웅의 세상읽기 〈194〉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끌었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 PLO가 이스라엘의 협상대상이 되기까지는 치열한 투쟁과정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은 PLO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했지만, 팔레스타인으로서는 그 테러라는 것이 무장 독립투쟁이었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던 땅에서 축출당하고 나라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유랑하는 민족이 자신의 나라를 되찾겠다는 것은 보편적 정당성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그곳에 살고 있던 주민들을 내쫓았으며 이에 저항하는 이들을 살해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영토를 확보해나갔습니다.

그러나 PLO의 투쟁은 결국 팔레스타인에 자치정부를 세우는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됩니다. 망명정부로 떠돌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는 독립국가의 정부는 아니지만, 팔레스타인 지역에 자신의 정부를 제한적으로나마 꾸려나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사태는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재정은 이스라엘이 움켜쥐고 있었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자신의 군대를 가질 수 없었고,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활동을 펼쳐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세금은 이스라엘이 거둬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돈줄을 좌지우지 했으며 팔레스타인은 다른 나라와 경제협력이나 무역, 기타 정상적인 주권국가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것입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이른바 '정착촌'이라는 이름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인들의 식민지를 야금야금 넓혀나갔습니다.

일단 정착촌 건설이 완료되면, 이 지역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스라엘 군대가 주둔하게 되고 그 만큼 이스라엘의 영토는 확대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분노와 좌절감, 그리고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키워갔습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현실에 대해 똑 부러진 대응을 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어느새 주어진 기득권에 안주한 채 부패해 갔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의 독립 열망을 구체화시켜나가지 못했던 것입니다.

자치정부의 부패는 이스라엘로서는 환영할 일이었습니다. 그 만큼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의 식민지로 관리하기 좋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움직이는 힘은 달리 있었습니다. 독립투쟁의 열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의 점령 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온갖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독립투쟁기구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기대를 모아갔던 것입니다.

그 결과가 이번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총선거의 하마스 승리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에게 무장투쟁을 포기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적 점령 상태를 끝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폭력은 거부되어야 하지만,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먼저여야 하는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원인제공자의 원인제거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정복자의 폭력은 은폐한 상태에서 이에 저항하는 이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도리어 이들을 지탄하는 것은 식민주의에 대한 엄호에 불과합니다. 누구도 자신을 정복하고 점령한 권력을 인정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하마스의 무장은 이스라엘의 국가폭력이 낳은 결과입니다. 게다가 이미 지난 2003년,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국가적 실체를 인정했음에도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 또한 악의적입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서구 편향적 외신의 주장에서 분명 독립적일 필요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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