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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계 新삼국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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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계 新삼국 시대

[이슈 인 시네마]23+1 = (1+1)+1, 시네마서비스와 CJ 그리고 쇼박스

(전문) 영화판은 정치판과 비슷하다. 아니 똑같다. 사람들의 이합집산하는 모양새도 그렇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라는 듯 이해관계가 끊임없이 달라지는 모습도 대동소이하다. 가장 중요한 건 늘 변화한다는 것이다. 정치계를 두고 살아있는 물고기 같다고 하지만 영화계야말로 늘 싱싱한 생명을 느끼게 한다. 항상 변화가 이루어지는 만큼 국내 영화계의 지형도를 일필휘지로 그려내기란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2006년 한국영화계는 누구의 손에 의해서 주도될 것인가. 영화계 패권의 향배는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요즘 영화계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마치 이미 기정사실화한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 것이 몇 가지가 있다. 국내 영화판이 4강 내지 5강 구도로 움직일 것이라는 점 하나와 지난 해 초까지 근 10년 가까이 메이저 최상위에 랭크돼 있던 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의 영향력이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는 점 등이다. 영화계가 4강 내지 5강 구도로 운행될 것이라는 분석에는 지난 해 경쟁적으로 영화사업에 진출한 SKT와 KTF 등 이동통신사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두 이통사와 함께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시네마 등 3개 대기업 배급사들로 구성된, 이른바 新메이저 그룹이 영화계를 이끈다는 것이다. 시네마서비스의 약세에 대해서는 이 회사의 현재 지분 구성을 고려한 해석이 뒷받침되고 있다. 시네마서비스는 현재 전체 지분의 60%를 강우석 감독이, 40%는 CJ엔터테인먼트가 소유하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양사간 파트너십이 구축돼 있으며 영화계에서는 상당수가 이를 두고 시네마서비스가 사실상 CJ의 지배체제로 편입됐다고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CJ는 지난 해 당시 자금난을 겪고 있던 시네마서비스에 150억원을 단숨에 투입시킴으로써 막강한 자금력을 선보인 바 있다.

***오해는 파도를 넘어 망상해수욕장으로?**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영화사업이라고 하는 것을 지나치게 자본력의 크기만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거 일종의 자금만능주의적 해석의 오류일 수 있다. 쉽게 얘기해서 영화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돈만 많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동원할 수 있는 자금규모가 크면 클수록 자연스럽게 영화계 내 파워 1인자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건 근본적으로 영화사업의 핵심적인 특징을 간과하는 데서 나타나는 판단착오다. 영화사업은 돈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과거의 경험이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쨌든 이 같은 '판단 미스'의 대표적인 예가 시네마서비스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추락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시네마서비스의 최근 일련의 배급현황과 향후 1년 동안의 배급 라인업을 통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시네마서비스가 지난 1년간 여러 방면에서 '죽을 쒀온 것'은 사실이다. 〈실미도〉의 천만 관객 동원, 〈공공의 적2〉의 300만 관객 동원 등 주목할 만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시네마서비스는 이후 배급작품들이 줄줄이 흥행에서 참패,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실제로 그 기간에는 시네마서비스가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실질적인 소유주였던 강우석 감독이 자진해서 경영권을 내놓고 2선으로 물러나고 현 경영주인 김인수 사장 – 장윤현, 김상진 부사장 체제가 구축된 것도 그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네마서비스는 시장에서 급격하게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첫 배급작품 격에 해당하는 〈왕의 남자〉가 돌풍을 일으키며 대규모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 상징적인 예에 속한다. 시네마서비스는 〈왕의 남자〉 이후에도 〈사랑을 놓치다〉를 비롯, 〈도마뱀〉 〈한반도〉 〈황진이〉 등 무려 16편에 가까운 배급라인업을 구축한 상태다. 결국 메이저 배급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16편의 영화를 투자배급하기 위해서는 400억에서 5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16편의 작품배급 계획을 이미 세웠다는 것은 그만한 자금을 동원하거나 충당할 수 있는 계획이 이미 서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시네마서비스는 메이저배급사로서의 영향력이 결코 줄어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여전히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게 된다는 얘기다.

***2+1 혹은 (1+1)+1**

따라서 올 한해 영화계는 새로운 3강 구도를 다시 한번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 3자로는 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쇼박스가 거론될 것이다. 롯데시네마는 전국적으로 '깔아 놓은' 대단위의 멀티플렉스 체인망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빅 히트작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準메이저급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롯데시네마는 메이저 등극이 확실시 되는 시점에서 늘 주춤거리는 인상을 보여 왔다. 지난 해말 투자배급을 맡았던 〈나의 결혼원정기〉가 대표적인 작품. 이 영화의 실패는 롯데시네마에게는 뼈아픈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시네마의 이 같은 더딘 행보는 국내 영화계가 표면적으로 CJ와 쇼박스의 양강구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시네마서비스의 돌파력이 올 한해동안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시네마서비스와 CJ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하면 영화계는 '2+1'의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기서 '2'는 양자간의 삼투압이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1+1'에 해당하는, 그러니까 CJ와 시네마서비스가 각자의 개체성을 유지하는 상태인 것을 의미하게 된다.

결국 국내 영화계는 'CJ 대 쇼박스'보다는 '(CJ + 시네마서비스) 대 쇼박스'의 형태로 운행되며 CJ와 시네마서비스는 CJ와 시네마서비스대로 경쟁과 협력관계를 반복해서 왔다갔다 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추세로 보면 협력관계보다는 경쟁관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데 시네마서비스의 〈왕의 남자〉의 배급과정에서 CJ의 〈태풍〉과 극장 스크린을 놓고 접전이 벌어졌던 것으로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결국 양측의 관계는, 일부 분석가들의 예단대로, 누가 누구의 지배체제로 편입되는 식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통사, 메이저 등극 위해선 청문회 절차 남아**

그렇다면 SKT와 KTF 등 이통사의 영향력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이 갖고 있는 가공한 자본력에 대해 공포의 시선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실제의 파워를 발휘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향후 국내의 영화계가 '큰 자본(대기업)과 더 큰 자본(이통사 자본)의 싸움'의 양상으로만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기준으로 영화계 지형도를 그려내기에는 색깔이 많이 부족하다. 그보다는 조금 더 큰 틀의 사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영화계는 향후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의 싸움으로 움직여질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그 대립각을 중심으로 우군과 아군이 급격하게 갈리는 양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걸 좀더 쉽게 설명하면 영화의 실제 컨텐츠를 만드는 제작자 혹은 투자자들과 멀티플렉스나 부가판권의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극장주나 유통업체간에 수익자금을 놓고 벌이는 갈등이 노골화된다는 얘긴데, 이는 곧 국내 영화사업을 사이에 둔 주도권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영화계 파워는 막강한 자금력을 유지하는 이통사 혹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에 따라 형성되는 전선에 의해서 세력판도가 복잡하게 얽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된다.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상징적인 예가 바로 최근 대다수의 제작자와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결성한 '한국영화산업 구조 합리화 추진위원회'다. 추진위는 현재 국내 3대 멀티플렉스와 극장 부율(입장료 수익 배분비율)을 놓고 일대 접전을 벌이면서 멀티플렉스를 소유한 CJ,쇼박스, 롯데 등을 상대할 수 있는 자파세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점들을 고려하면 현재 제대로 된 컨텐츠를 만드는 축에도 들지 못하고, 멀티플렉스 등 하드웨어를 소유한 것도 아닌 상태에 있는 이통사들이 향후 영화사업에 있어 주도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앞서가도 한참을 앞서간 얘기일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이통사가 낀 4강 혹은 5강 구도는 아직은 현실성이 부족한 얘기로 보인다.

영화판은 정치판과 같다. CJ 대 쇼박스의 표면적 양강구도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라는 양당구도와 흡사해 보인다. 새로운 부흥을 꿈꾸는 신당, 곧 국민중심당의 잠재력은 역시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시네마서비스의 노력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나 민노당 같은 군소정당처럼 영화계 한 켠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려는 싸이더스FNH나 MK픽쳐스 같은 회사들도 있다. 정치적 정당들은 보궐선거나 지방선거 등등 중간의 점검과정을 통해 새롭게 판을 짠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중간중간 발표하는 영화들의 성공 여부가 영화계로 하여금 새 판을 짜게 하는 기준으로 삼게 할 것이다. 국내 영화계는 당분간 시네마서비스를 포함한 3강 구도로 움직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3강 구도가 영원할 것이라 내다보는 사람 역시 그리 많지 않다. 영화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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