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왜 짧을까?

2004년 생활시간…미혼 여성도 집안일 안 해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평균 46분으로, 2시간 이상인 독일과 미국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에 비해 3분의 1 내지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 한국의 가정 내 성별분업이 더 뚜렷한 데도 기인하지만, 이와 동시에 한국 남성의 일하는 시간이 훨씬 더 긴 데에도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여성이 일하는 시간도 독일, 미국보다 길어"**

27일 통계청, 여성가족부, 한국여성개발원의 공동 주최로 한국여성개발원에서 열린 '2004년도 생활시간 조사'에 관한 학술세미나에서 발표된 '성인의 생활시간 국제비교'를 보면, 한국 사람들의 노동시간이 선진국 사람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길고 가정 내 성별분업도 여전히 강고하다.

《한국, 미국, 독일 성인의 생활시간구조 표》

김외숙 한국방송통신대 가정학과 교수는 "한국, 미국, 독일의 20~74세 성인 생활시간을 비교해본 결과,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독일, 미국 남성의 3분의 1 내지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며 "한국 여성의 일하는 시간이 미국과 독일보다 많은데도 불구하고 일하는 시간의 남녀 격차가 한국에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남성의 일하는 시간이 나머지 2개 국가에 비해 현저히 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개국 다 남성의 여가시간, 여성보다 30분 많아"**

〈여성의 무급가사노동 실태(미혼ㆍ기혼 및 취업 여부에 따른 비교)〉

이번 조사에서 미혼 취업여성의 가사노동 시간 역시 평일 20분, 토요일 36분, 일요일 45분으로 성인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보다 결코 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혼 취업여성 역시 남성과 마찬가지로 어머니 등 다른 가족구성원에게 가사노동 부담을 넘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외숙 교수는 "수면, 식사 등 필수생활 시간은 세 나라 모두에서 하루의 44~45%로 비슷하지만 일, 가사노동, 학습 등 의무생활 시간은 한국에서 가장 길고, 여가생활 시간은 독일에서 가장 긴 것으로 조사됐다"며 "그러나 세 나라 모두에서 성인 여성의 경우 가사노동 시간이 일하는 시간보다 길고, 남성이 여성보다 30분 이상 더 긴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업주부 가사노동의 가치는 월 111만 원"**

이날 세미나에서는 가사노동의 가치에 대한 평가도 이뤄졌다. 가사노동의 가치 측정은 전업주부의 법적지위와 경제적 보상 문제 등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이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에 전업주부들은 교통사고시 피해보상, 이혼시 재산분할 청구액 산정, 부부간 상속 및 증여와 관련된 과세, 각종 보험료 산정 기준 등에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 왔기 때문이다.

김종숙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시장에서 가사노동 수행인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기준으로 하는 '시장대체비용법'과 무급 가사노동 대신 유급 취업시 얻는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기회비용법'이 있다"며 "이런 평가방법에 따라 계산해본 결과 가사노동의 가치는 최소 29만 원에서 최대 135만 원으로 나왔고, 이를 가중평균한 결과 2004년에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월 1인당 약 69만 원, 전업주부의 경우는 월 1인당 약 111만 원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무보수 노동으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경제적으로 평가하여 국내총생산(GDP)에 체계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연구가 지금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가사노동이 사회화될 경우 추정해본 시장규모는 42조6587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