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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를 무기로 쓰는 권력의 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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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를 무기로 쓰는 권력의 수명"

김민웅의 세상읽기 〈171〉

모순(矛盾)이라는 말은 서로 대립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대립은 도대체가 논리적 타당성이 전혀 없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물론 이 말은 중국의 한 고사(古事)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창을 파는 사람이 "이 창은 어떤 방패라도 뚫을 수 있다"고 선전한 후, 방패를 팔면서 "이 방패는 어떤 창도 뚫지 못한다"고 했으니 분명 이 말들은 거짓입니다.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신"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이렇게 논리적 유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지전능이란 모든 것을 다 알고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뜻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명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신은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다. 신에게는 불가능이란 없다. 신은 자신이 들 수 없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없을까?"

세모난 축구공이나 동그란 사각형처럼 앞에 설명한 모순이나 신에 대한 명제는 모두 그 안에 펼쳐진 내용들이 논리적으로 공존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어떤 방패도 뚫어낼 수 있는 창과 어떤 창도 뚫어낼 수 없는 방패는 서로 동시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세모와 공은 함께 같은 형태로 있을 수 없고, 동그라미와 사각형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과 "할 수없다"는 동일한 속성으로 공존하지 않습니다.

위대함과 비열함은 같은 존재 속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 위대함은 허상에 불과해집니다. 심오한 통찰력을 가진 구도자와 경박함은 서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모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개념상으로는 그러해도 실제 인간은 모순 덩어리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서로 논리적 공존이 불가능한 대립이 한 인간 속에 들어 있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두 얼굴을 가진 "지킬 박사와 하이드" 또는 "야누스"는 모두 그러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순된 요소가 동시에 공존할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살고 싶기도 하고 죽고 싶기도 하는 순간이 동시에 발생하기도 하는 것은 그런 인간 내면의 모순을 일깨워줍니다. 하지만 사실은 이는 모순의 측면과 함께 드러난 것과 감추어진 것의 차이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 속을 몰랐던 것뿐이고, 진상이 은폐된 채 허위가 진상처럼 행세했던 것입니다. 그건 모순인 동시에 이중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새 성역화 되어버렸던 한 과학자가 지금 처하게 된 참담한 상황은 모순과 이중성의 압축이 아닌가, 라고들 생각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만일 참여를 선전하면서도 실제로는 봉쇄작전을 편다면, 이는 모순이면서 또한 이중성이 됩니다. 모순과 이중성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방패는 막으라고 있는 것인데 그것이 가격하는 무기가 되면 이미 그때 방패는 방패가 아니라 창이 됩니다. 본래 축구공은 세모났고, 사각형은 동그랗다고 우기는 격입니다. 농민들의 시위과정에서 경찰이 휘두른 방패는 결국 죽음을 불러왔습니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없는 모순이 발생했습니다.

마땅히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는데, 사죄는 하지만 책임은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권력을 쥔 사람들의 모순과 이중성이라는 지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허위로 지켜내려는 권력과 명예는 결국 죄와 치욕으로 끝나기 십상입니다. 모순은 진실 앞에서 수명을 다하기 마련입니다. 이 모순을 인정하지 않고 뻣뻣한 자세로 있는 권력의 수명도 그리 든든해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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