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으로 관심을 모았던 좌파 출신 미첼레 바첼레트 후보가 과반수 득표에 실패해 오는 2006년 1월 15일 실시되는 결선투표에서 우파인 국민혁신당 소속 세바스띠안 삐녜라 후보와 맞붙게 됐다.
지난 11일(현지시간) 689만3538명의 유권자가 참여한 가운데 실시된 칠레 대통령선거에서 집권연합당의 바첼레트 후보가 314만3077표(45.95%)를 획득, 최고득표자가 됐으나 과반수 득표에는 실패해 169만1129표(25.41%)를 얻은 세바스띠안 삐녜라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최고득표자가 된 미첼레 바첼레트 후보는 "개표결과를 보고 나도 놀랐다"며 "칠레 국민들이 나를 이렇게 많은 표로 지지해줄 줄은 미처 몰랐다"고 밝히고 결선투표에서 승리를 장담했다.
그러나 우파 출신인 호아낀 라빈(154만3233표, 23.22%)이 2위로 결선에 진출한 세바스띠안 삐녜라 후보를 전폭 지지한다고 발표하고 삐녜라는 자신을 지지해준 라빈을 자신의 선거 정책자문위원장에 전격 임명했다. 따라서 2,3위를 차지한 우파후보들이 동맹을 맺음에 따라 여성후보인 바첼레트가 결선투표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칠레 현지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현지언론들은 내년 1월 실시되는 결선투표에서 좌파인 또마스 이르츠 후보의 표(5.4%)가 어느 쪽으로 더 몰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칠레언론들은 이르츠 후보의 지지층은 좌우라는 개념보다는 이르츠 후보 개인 표가 대다수여서 이들이 결선에서 확실히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을 곁들이기도 했다.
한편 대선현장을 취재한 남미언론사 기자들은 칠레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 '친피노체트'와 '반피노체트'를 놓고 둘로 갈린 양상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친피노체트계인 보수우파와 반피노체트계인 좌파 간의 표 대결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언론인들은 결선투표 전망에 대해 "이번 상ㆍ하원 총선에서는 바첼레트가 속한 집권 연합여당이 상ㆍ하원 모두 과반수를 넘어 섰지만 이 표가 대선 결선투표까지 이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며 "좌파와 노동자, 서민층은 바첼레트를, 중산층 이상과 보수우익은 삐녜라를 지지하고 있어 혼전 양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력한 대권주자인 바첼레트 후보는 피노체트 집권 당시 칠레군 고위장성을 지내다 체포되어 살해된 아버지를 둔 군정피해자 중의 한 사람이다. 바첼레트는 그 후 동독으로 망명, 그곳에서 교육을 받은 후 칠레민주화와 함께 귀국해 반피노체트계 좌파 정계의 실력자로 부상했다.
이에 반해 칠레의 보수우익을 표방하는 삐녜라 후보는 거부에다 언론과 각종 기업들을 소유한 정치인으로 친피노체트계 인사다.
칠레 국민들이 이번 대선을 통해 좌파이자 반피노체트계인 바첼레트 후보에게 몰표를 준 것은 반피노체트 정서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서 과거 군정에 대한 청산 의지를 표로 집결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절반에 가까운 칠레국민들이 반피노체트 정서와 함께 과거 혹독했던 군정에 대한 청산 의지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한 달 정도 남은 결선투표에서 칠레국민들이 좌우 가운데 어느 편을 선택할지가 관심사다. 반피노체트계이자 좌파인 바첼레트를 밀어 군정의 과거를 청산하고 독재자 피노체트를 법정에 세우게 될지 아니면 우파인 삐녜라 후보를 밀어 노령의 피노체트의 남은 여생을 보호해줄 것인지의 결정은 이제 전적으로 칠레국민들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사진은
칠레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 물망에 오른 미첼레 바첼레트 후보. @엘 메르쿠리오 칠레.
보수우익을 대표하는 친피노체트계 세바스띠안 삐녜라 후보(오른쪽)가 3위 득표를 한 호아낀 라빈 후보의 지지 선언 후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엘 메르쿠리오 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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