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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히로시마, 혹은 제2의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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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히로시마, 혹은 제2의 9.11?"

<해외 시각> 미국에 대한 핵테러 피할 수 있을까?

올해 초 미국에서는 <아메리칸 히로시마(American Hiroshima)>라는 책이 출간돼 적지 않은 파문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미 육군 정보장교 출신으로서 기업가로 변신해 <포춘> 선정 500대 경영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저자 데이비드 디오니시는 이 책에서 미국의 강압적 외교정책 때문에 미국은 핵테러를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제2의 9.11테러는 '미국의 히로시마'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디오니시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클린턴 행정부 때 국방장관을 역임한 윌리엄 페리는 2010년 이전에 미국에 대한 핵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저명한 투자가 워런 버핏도 "(미국에 대한) 핵공격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의 강력한 맹방 호주에서는 최근 시드니 근교의 원자로에 대한 테러 공격을 모의했던 일당 8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서방측에 대한 핵테러 우려가 분명한 근거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또 북한도 만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일본과 한국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미사일로 공격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원전이 미사일 공격을 받을 경우 히로시마 원폭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피해가 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같은 핵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증오와 복수심만을 키우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게 <아메리칸 히로시마>의 저자 디오니시의 주장이다. 디오니시는 또 이 책에서 80년대 아프간전쟁 이후 중동지역에서 미국이 어떻게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키웠으며,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지원한 과정들도 밝히고 있다.

다음은 중동의 위성방송 알 자지라와 디오니시의 인터뷰 전문이다. 디오니시는 현재 아프리카 등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알 자지라는 지난 11월 25일 영국 런던에서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원문은
http://english.aljazeera.net/NR/exeres/D99265B2-4402-46FE-A905-1F086F513A3D.htm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아메리칸 히로시마, 혹은 제2의 9.11?**

알 자지라: 당신은 한때 보수적 공화당원이었다. 무엇이 당신을 변화시켰는가?

디오니시: 일련의 발견의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변화시켰다. 처음 군에 들어갔을 때, 나는 미국이 세계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지식밖에 없었다. 그러나 군 정보장교로서, 그리고 후에는 기업을 경영하고 국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나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때로는 사람을 다치게 하고, 세계를 더욱 위험한 곳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과정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것은 중미 지역에서 미 대외정책을 수행하는 팀에 내가 배속돼 있을 때였다. 당시 나는 온두라스,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지에서 사회적 정의를 위해 일하는 세력들을 억압하는 임무를 지닌 미 기동타격대의 일원이었다.

알 자지라: 당신은 미 국민들이 실상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왜 그런가?

디오니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한줌밖에 안 되는 대기업 소유인데, 이들은 광고 수입과 친정부적 보도 외에는 관심이 없다. 기존 권력구조에 도전하는 기사가 보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극단적인 예로 공화당의 선전도구라 해야 할 폭스 TV를 꼽을 수 있다.

자신의 조국이 전쟁을 하고 있다면, 국민들은 마땅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은 국민들은 불의의 심부름꾼이 될 수 있다. 야구나 축구 경기 등등을 볼 시간이 있다면, 책을 읽거나 여행을 하거나 대화를 통해, 정부가 유포하는 공포의 메시지를 맹신하는 대신, 자기 나라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미 국민들은 또한 자기 나라의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62년 미 합참은 '노스우드 작전(Operation Northwood)'이란 작전계획을 제출했었는데 그 내용이 최근 기밀해제 됐다. 그 내용은 (미군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공격작전을 펼치고 그 책임을 쿠바에 떠넘김으로써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전쟁을 미국인들이 지지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 작전은 케네디 대통령의 반대로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앞으로 미국에 대한 공격이 있을 때 무조건 알 카에다 소행이라고 조건반사적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알 자지라: 당신의 책 <아메리칸 히로시마>에서 당신은 미국이 억압적 정권과 동맹을 맺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 동맹이 보다 큰 목표를 이룬다면 정당화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디오니시: 불의를 위해 동맹을 맺는 자는 미래에 반드시 그 업보를 받는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준다. 선의는 선의를 낳고 불의는 불의를 부르게 마련이다.

미국은 1980년대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역사상 최대의 비밀전쟁을 치렀다. 그 전쟁에 투입된 자금만도 60억 달러가 넘는다. 그 결과, 미국이 어떻게 해서 알 카에다란 조직을 만들어냈고 이 조직과 어떤 협력관계를 가졌는지 그 정확한 실상은 미국의 대외관계에 정통하다는 사람들도 놀라자빠질 정도다.

지금 쿠바 관타나모의 미군 수용소에 40개 국에서 잡혀온 500명의 수감자가 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이라크에서 잡혀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또한 중앙정보국(CIA)은 이라크전쟁을 위해 40개 국에서 수천 명의 요원들을 차출했는데 이 중에도 이라크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이같은 사실을 고려해 보면 미국이 탈레반과 알 카에다의 형성에 얼마나 직접적인 역할을 했는가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알 자지라: 부시 지지자들은 사담 후세인과 탈레반의 제거는 이라크 및 아프간 국민들에게 좋은 일이 아니었느냐며 미국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고 있는데….

디오니시: 그것은 잘못된 가정에 바탕을 둔 주장이다. 부시 행정부는 "자, 후세인이 제거됐으니 좋은 일 아니냐"라고 말하면서도 부시의 아버지와 레이건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을 키워준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애써 감추고 있다.

1979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살펴보면 사태의 전모를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다. 레이건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테헤란 대사관에 444일간 억류돼 있던 미국 인질들이 풀려났다. 이것이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미국인들은 모르고 있다. 당시 미국은 (인질 석방의 대가로) 이란을 침공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이란 측에 써주었고, 또한 80억 달러를 지불했다. 레이건의 대통령 취임식에 정확히 맞춰 인질이 석방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알 자지라: 어떻게 그같은 사실을 알게 됐는가?

디오니시: 이런 사실들은 이미 출판된 책들에 수록돼 있다. 현 부시 행정부도 이란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면서 79년 당시 이란에 써준 불가침각서가 구속력 있는 약속인지를 검토한 바 있다.

부시 행정부의 법률전문가들은 이 각서가 강압적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므로 구속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이 사실을 부시 행정부의 전직 고위간부로부터 들었다. 그의 이름은 레이 플린(Ray Flynn)으로 CIA 고위간부였다.

79년 당시 이란에 말할 수 없는 수모를 당했던 미국은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이 각서 때문에 직접 손을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후세인을 대리인으로 활용한 것이다. 후세인은 결국 이란을 침공했고, 1980년부터 88년까지의 야만적 전쟁으로 1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알 자지라: 이란-이라크전쟁에서 미국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디오니시: 1982년이 되면서 이란은 빼앗겼던 영토를 되찾았고, 다급해진 후세인은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자 레이건 대통령은 국가안보명령 114호(NSDD 114)를 발동, 후세인에 대한 모든 지원을 명령했다. 당시 도날드 럼스펠드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후세인을 방문해 인공위성 정보 등을 비롯해 대량살상무기 개발 지원도 약속했다.

현 정부가 후세인의 생화학 무기 보유를 그토록 확신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1980년대에 미국이 이라크에 생화학무기 재료들을 제공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미국이 이란에도 무기를 팔았다는 (이란-콘트라) 사실이 드러나면서 후세인은 미국과 손을 끊었다. 이같은 배경을 알고 나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후세인은 미국으로부터 쿠웨이트를 침공해도 괜찮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란문제로 미국이 자신을 배반한 만큼 자신은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부채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전쟁들은 한마디로 불의의 연속이었다. 1990년대 내내 미국과 영국이 강행한 대이라크 금수조치를 보자. 이 조치로 이라크 어린이 50만 명을 비롯해 1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것이다.

알 자지라: 당신은 미국에 대한 공격을 초래한, (미국의) 수많은 '불의의' 행동을 거론했다. 그렇다면 테러리즘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말인가?

디오니시: 나는 CIA '빈 라덴 색출팀' 팀장인 마이클 슈어(Michael Scheuer)와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는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했다. 이슬람권 사람들이 미국과 싸우고자 하는 것은 미국의 자유나 민주주의를 시기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대외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이 점을 언제나 왜곡시키고 있다.

기본적 원칙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누군가를 해친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당신에게 복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 9.11이 일어났는가? 빈 라덴은 자신이 왜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과 싸우려는지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분명한 이유를 갖고 있다. 미국 사람이 읽어도 미군이 아랍 땅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아주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아랍이나 이슬람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이같은 사실을 남한에서 알게 됐는데 미국은 그곳에 1950년 이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그토록 오랫동안 남의 나라 땅에 외국군이 주둔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 군대가 그 나라를 해방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점령하기 위해서 주둔하고 있다는 아주 강력한 메시지나 다름없다.

알 자지라: 당신은 대량살상무기 확산의 최대 주범은 미국이라고 말했다. 왜 그런가?

디오니시: 미국은 1945년 이래 약 7만 기의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5조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는 다른 모든 나라의 핵개발 비용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액수다. 1999년의 한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핵탄두 설계도가-아직 개발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여- 도난 당해 중국의 손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스라엘도 미국으로부터 핵개발 프로그램을 입수했다.

그런데도 보통의 미국사람들은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걱정하기보다는) 부시 행정부의 거짓말을, 즉 이라크 등의 과장된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훨씬 두려워하고 있다.

알 자지라: 이란이 정말로 미국에 위협이 될까? 시아파가 지배하는 이란과 수니파 주도의 알 카에다 간의 연대는 있을 법하지 않은데….

디오니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 한, 이란은 미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커트 웰든 하원의원 같은 사람은 이란이 미국 공격을 획책하고 있다면서 이란 공격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주장은 세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 뿐이다. 내가 이란의 입장에 있다 하더라도 핵무기를 개발하려 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라도 그러하다.

이란과 알 카에다의 종교적 차이, 그건 당신 말이 맞다. 그러나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은 각 종파들을 단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보에 따르면 빈 라덴의 아들 사드(Saad)는 현재 이란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양자가 협력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어찌됐건 중요한 사실은 부시 행정부는 이란과의 평화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알 자지라: 당신은 '상대를 선하게 대하면 선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증거가 있는가?

디오니시: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베르사이유 강화조약에서 연합국은 독일을 아주 가혹하게 다뤘다. 그 결과 독일 국민들이 당한 곤경과 증오감을 이용해 나치가 권력을 잡았다. 반면 2차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마샬플랜으로 독일과 일본의 재건을 도왔고, 그 결과 미국은 두 나라의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세계를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고통과 증오의 원인들을 적극적으로 공격해야 한다. 9.11테러 이후 부시가 이렇게 말했다고 상상해 보자.

"테러리스트들은 중동에서 우리가 저지른 실수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이슬람 세계에서 굶주림을 없애고, 모두가 깨끗한 물을 공급받으며,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합시다."

그랬다면 아마 미국에는 더 많은 친구가 생겼을 것이고, 미국의 적들에 대한 지지는 약화됐을 것이다.

알 자지라: 미국의 대외정책이 금세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아메리칸 히로시마'를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것 아닌가?

디오니시: 당신의 지적이 현실적이긴 하지만 너무 늦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는 아직도 미국의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만일 미국이 지혜롭다면 이 세계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미국의 국방예산은 4200억 달러가 넘는다. 이 예산을 셋으로 나눠, 3분의 1은 이라크 등 중동의 경제개발에, 3분의 1은 전 국민 건강보험 등 미 국내의 복지 증진에 쓴다고 치자. 그래도 미국의 국방예산은 세계 최대다.

국민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베트남 반전운동이 좋은 사례이다. 하지만 당시 운동은 정부의 책임을 묻는 데 실패했다. 당시 우리가 맥나마라 국방장관을 법정에 세웠다면, 키신저 국무장관의 캄보디아 비밀폭격을 단죄했다면 그 뒤의 정치지도자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됐을 것이며 부시 행정부도 오늘날처럼 무모한 행동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미 국민들이 정부의 책임을 제대로 추궁하지 못한다면 더 많은 미국인들이 죽을 것이고, 미국은 점점 더 살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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