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검찰 출두 당시 기습 시위를 벌인 민주노동당 당원을 제압했던 중앙일보 사진부 김모 기자의 행동과 관련해 해당부서 부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경호원 기자'라는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글을 남겨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글은 중앙일보 내부에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적 태도 보인 그들과 같은 직종이란 것이 부끄러워"**
주기중 중앙일보 사진부장은 17일 오후 조인스닷컴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나는 '경호원 기자'의 부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 기자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나간 사진기자로, 그 대상이 회사의 사주건 아니건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백 명의 취재진이 적어도 한 시간 전에 현장에 나와 출두하는 홍 전 대사를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서 민주노동당의 기습시위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깬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부장은 이 글에서 먼저, 88서울올림픽 당시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1500미터 육상경기 때의 기억 한 편을 소개했다.
주 부장은 "수십 명의 기자들이 렌즈를 결승점에 고정해 놓고 있는 순간 갑자기 앞쪽에 있던 브라질 기자가 자국 선수가 1등으로 들어오자 흥분해 벌떡 일어났고, 이에 바로 뒤에 있던 일본 사진기자가 해당 기자를 발로 차 거꾸러뜨린 뒤 쫓아낸 적이 있었다"며 "이는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세계 공통의 취재 현장 룰"이라고 밝혔다.
주 부장은 이어 "마찬가지로 홍 전 대사의 출두 때 기습 시위를 제지한 것을 두고 과잉충성, 심지어 '경호원 기자'라고 비판하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민주노동당의 기습시위는 현장의 질서를 일순간 쑥대밭으로 만든 파렴치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주 부장은 또 "사실 그 정도는 점잖은 제지이며, 아마도 사주가 관련돼 있으니 그 정도에 그쳤을 것"이라며 "이 점에 있어서 타사 사진기자들도 고마움을 표시했고, 오죽했으면 현장의 모든 기자들이 민주노동당 시위대의 기자회견 취재를 거부했겠는가"라고 부연했다.
주 부장은 그러나 "문제를 일으킨 민주노동당 측이 즉석에서 연방 사과했으면 그것으로 끝났어야 할 문제를 현장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며 항의했던 기자들이 나중에 회사로 돌아가 김 기자를 '경호원 기자' 운운하며 씹어댄 이중적인 태도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는가"라며 "그들과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기자라는 사실이 참 부끄러웠던 하루였다"고 덧붙였다.
***사진기자협 등 민노당 사과요구…언론계 논란 예고**
한편 한국사진기자협회(회장 최종욱)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곽재우)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동성명을 내고 "홍 전 대사의 검찰 출두과정에서 일부 민노당원들이 기습시위를 벌이며 포토라인을 침범하고 무력화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본 협회는 민노당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16일 저녁 성명을 통해 "우리는 검찰청에서 중앙일보 기자가 목을 조르고 내동댕이친 것은 단순한 한 사람의 몸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염원하는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 바로 그것이었다고 확신한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주 1인을 위해 존재하고 있음을 발가벗고 보여준 중앙일보는 이미 신문이 아니며, 중앙일보 기자들도 당장 기자 행세를 집어치워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또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도 14일 성명에서 "홍 씨의 수사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중앙일보가 홍씨의 '정치적 보디가드'를 자임하고 나서고, 내부의 기자들이 여기에 동조 내지는 침묵한다면 중앙일보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어 이번 사건을 둘러싼 언론계 내부의 논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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