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6일 오전 10시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됐던 홍석현 전 주미대사를 상대로 13시간 동안 조사를 벌인 뒤 이날 밤 11시께 귀가조치 했다.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홍 전 대사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대기 중이던 승용차에 올라타 귀가했다.
검찰은 13시간 동안의 조사에서 지난 97년 삼성그룹의 불법 대선자금을 정치권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는지를 집중 추궁했으며, 이에 대해 홍 전 대사는 주요 사안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밖에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정치자금을 전달하도록 지시했는지, 이른바 'X파일'의 내용대로 전·현직 검사 7명에게 동생 홍석조 현 광주고검장을 통해 '명절 떡값'을 돌렸는지에 대해서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X파일' 수사는 홍 전 대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실시됨에 따라 이제 참여연대에 의해 함께 고발된 이 회장의 소환 여부가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검찰이 지난 3개월 동안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비롯한 자금담당 실무자들을 소환 조사한 결과 97년 여야 대선 후보들에게 제공된 100억 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이 삼성의 비자금으로 조성됐고, 이 과정에 이 회장이 직접 간여한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했다"며 "따라서 검찰은 미국에 체류 중인 이 회장이 끝내 귀국을 거부하더라도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는 횡령 혐의로 기소한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신학림)는 홍 전 대사의 검찰 출두과정에서 중앙일보 김모 사진기자가 기습시위를 벌인 민주노동당 당원을 제지한 것과 관련해 16일 저녁 성명을 내고 "우리는 검찰청에서 중앙일보 기자가 목을 조르고 내동댕이친 것은 단순한 한 사람의 몸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염원하는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 바로 그것이었다고 확신한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주 1인을 위해 존재하고 있음을 발가벗고 보여준 중앙일보는 이미 신문이 아니며, 중앙일보 기자들도 당장 기자 행세를 집어치워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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