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솔한 이혼을 방지하고, 상담을 통해 미성년 자녀의 친권·양육 사항을 합의할 수 있다."
"이미 이혼을 결심한 부부에게 3개월간의 숙려기간은 무의미하며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에 제출한 '이혼절차에 관한 특례법'의 '이혼 숙려제'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서울가정법원에서 시범 실시해 오다 이번에 법제화가 시도되는 '이혼 숙려 기간제'는 가정폭력이나 질병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부가 이혼절차 개시일로부터 3개월간 숙려기간을 거치며 상담을 받아야만 법원이 이혼 의사를 확인해주거나 조정·화해·결정 판결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법안을 제출하며 "이 법안은 부부가 일시적인 파국으로 인해 경솔하게 이혼하는 것을 막고, 재산분할과 위자료 등 이혼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친권 및 양육사항을 상담을 통해 합의해 무분별한 가족해체로 인한 사회·경제적 폐해를 막을 방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연합과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17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토론회를 열고 '숙려 제도의 의미와 효용'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문제 1. "무조건적인 '이혼 예방'이 최선인가?"**
발제를 맡은 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 선임연구위원은 "가족주의적 가치관이 강한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가문, 가족의 유지가 구성원 개인의 행복보다 우선시됐으나 부부갈등을 해결할 수 없을 땐 이혼도 하나의 해결방법이라는 쪽으로 인식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따라서 이혼은 가족의 해체라기보다는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는 새로이 형성되는 가족으로서 보아야 하고, 이 이혼 가족들이 경제적,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정책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혼 당사자들이 겪는 대표적 문제는 소득감소. 변 연구위원은 "이는 대부분 양육권을 가지지만 자기 명의의 재산을 갖지 않은 까닭에 이혼 이후 급격히 빈곤해지는 여성들이 주로 겪는 고통"이라며 "재산분할과 위자료 및 양육비 지급 또한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해, 법의 목적을 '무조건적인 이혼 예방'보다는 이혼 후 안정된 생활을 위한 '조정'에 무게중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정순 변호사 역시 "숙려 기간동안 이혼 관련 실질적인 정보와 국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면 숙려기간제는 당사자에게 '이혼에 대해 부정적 판단을 전제하는 국가에 의해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받는 것'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힘들다"며 용어에 대해서도 "이혼을 심사숙고하라는 의미의 '숙려'는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전제가 깔려 있어 냉각기간, 조정기간 등의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 2. "3개월 맞아?, 3시간 상담증명서 제출로 면제 가능"**
권 변호사는 또 "현행 이혼제도는 '재판상 이혼'은 지나치게 경직되고 요건이 엄격한 대신, '협의 이혼'은 지나치게 간단해 이혼 후 제반 문제에 대한 고려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따라서 협의이혼의 경우 숙려기간 도입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으나 재판상 이혼은 판결확정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법원이 조사와 조정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숙려기간의 추가적인 도입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의 쟁점으로 드러난 것은 '숙려기간의 상담 대체'다. 권 변호사는 "숙려기간이 3개월이지만, 법안에는 3시간의 상담을 받은 것을 증명하면 기간을 단축하거나 면제해주고 있다"며 '숙려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더군다나 이 상담이 유료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으며 이미 가정폭력상담소 등에서 상담을 받은 후에 다시 받아야 하는 것도 불합리한 점으로 지적됐다.
권 변호사는 "가정폭력 등의 문제가 있을 때 피해자 보호를 위한 '숙려기간 중 접근금지 가처분' 대책을 마련하고 '숙려기간 중 생활비, 양육비 관련 규정'도 추가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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