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식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서양이론의 무비판적 수용'에 있으며, 향후 과제는 '주체적 이론 및 담론의 개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력·자본, 지식사회 자율·독립성 위협"**
이같은 사실은 KBS의 광복 60주년팀(팀장 남성우)이 각 분야별 학자 1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학자들은 '현 지식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물음에 '서양이론의 무비판적 수용'(37%)을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 '당파성 및 폐쇄성'(11%), '권력비판 소홀 및 종속'(10%)을 들었다. '지나친 미국 편향성'(9%)과 '학문의 질적 발전 미숙'(8%)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향후 지식사회의 과제'에 대한 물음에서는 '주체적 이론 및 담론 개발'(38%)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현실과 이론괴리 극복'(13%), '학문의 질적 발전'(9%), '자생적 재생산 체계 회복'(6%), '권력비판'(6%) 등이 제시됐다.
지식인의 덕목으로는 도덕성(34.5%)과 전문성(31.3%)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고, 이외에 비판성(12%), 실천성(11.3%), 자율성(10.2%) 등이 꼽혔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협하는 요소'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정치권력과 자본'(50.9%)을 들었다. 이밖에 '전통사회의 규범'(20%), '지성의 자기검열'(14.2%), '이론의 대외의존성'(12.7%) 등도 지식사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응답이 나왔다.
***"주요 대학 교수진 80% 이상 미국박사"**
60주년팀은 지성사에 큰 영향을 미친 저술과 사건에 대해서도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저술에 있어서는 1953년 창간된 잡지 <사상계>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자본론> 등 마르크스의 저술, <창작과 비판>(1966년), <전환시대의 논리>(리영희, 1974년), <민족경제론>(박현채, 1980년), <해방전후사의 인식>(송건회 외, 1979년), <말과 글>, 푸코의 저술 등이 뒤를 이었다.
사건으로는 △광주 민주화운동 △해방과 건국, 한국전쟁 △유신 및 긴급조치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두와 확산 △4.19 및 관련 선언문 △학술단체협의회 탄생 △사회구성체 논쟁 △5.16 군사쿠데타 △6월 민주항쟁 △8.15 남북정상회담 등의 순서로 꼽혔다.
한편 60주년팀은 설문조사와 별도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서울 소재 5개 주요 대학의 정치·경제·사회학과 교수진의 박사학위 취득과정을 추적한 결과, 절대 다수가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한 사실도 밝혀냈다.
서울대의 경우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는 전체의 84.5%였고, 국내박사는 8.6%, 기타 6.9%였다. 또 △연세대 85.6% △고려대 80.5% △서강대 85.4% △성균관대 82.0% 등 교수진 대부분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진행하는 <한국 지성사-시대를 움직인 생각들>(연출 김형석) 4부작을 26일과 27일, 11월 2일과 3일 저녁 10시 KBS-1TV를 통해 방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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