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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파라과이에 간 까닭은?

<해외 시각> 중남미 좌익운동 잠재우고 석유ㆍ가스 확보하려

다음은 미국의 진보적 언론인인 벤자민 당글(Benjamin Dangl)의 글 '미군의 파라과이 진주: 중남미 좌익을 교란시키며 이 지역의 석유ㆍ가스를 노리다(US Military in Paraguay: Threatening the Left and Eyeing Gas and Oil in Latin America)'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당글은 중남미 전문 웹사이트 www.UpsideDownWorld.org를 창설, 운영하고 있다. 원문은 http://mrzine.monthlyreview.org/dangl131005.html에 실려 있다. <편집자>

***미군이 파라과이에 간 까닭은?**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개입을 위한 준비들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중남미에서의 헤게모니와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은 테러 위협을 명분으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진정한 목적은 좌익 정권과 좌익 사회운동을 교란시키고, 석유와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동안 중남미의 새로운 지도자들은 토지개혁, 교육ㆍ보건과 같은 사회프로그램을 진전시키며 다국적기업들의 요구보다는 민중의 요구를 앞세웠다. 이 지역에서 좌익의 봉기는 투자가들을 비롯한 자유시장 신봉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이같은 좌익의 봉기를 잠재우기 위한 극단적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일 수백 명의 미군이 파라과이에 도착했다. 이들의 임무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현재 볼리비아와의 국경에서 200km 가량 떨어진 한 군사기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지역의 정치분석가들은 미군의 파라과이 주둔이 볼리비아의 민중봉기를 진압하고 이 나라의 막대한 천연가스를 접수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라고 보고 있다. 볼리비아는 현재 대통령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 두 선거 모두에서 좌익측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부시행정부 관리들은 중남미, 특히 볼리비아의 좌익 편향적 '불안정'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및 피델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의 자금 등 지원에 의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최근 수년간 파란만장한 정치격변을 겪어왔다. 이 나라의 천연가스 자원을 민영화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맞선 대규모 군중시위로 지난 2년간 대통령 2명이 권좌에서 밀려난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석유자원이 풍부한 자신의 나라가 미국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차베스가 중남미의 반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미국 측의 최근 주장은 베네수엘라 개입을 위한 전주곡일 가능성이 크다.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지난 8월 16일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파라과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볼리비아 정정 불안의 배후에는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볼리비아의 안전과 관련된 이슈들을 접할 때마다 사람들은 문제가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볼리비아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가 분명히 있다."

럼스펠드를 수행한 고위 측근 한 명은 기자들에게 쿠바가 "중남미, 특히 볼리비아에 있는 지하조직을 재가동했다"고 주장하면서 쿠바는 "볼리비아의 민주적 제도를 무력화하기 위한 정치적 지침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아직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하면 미국의 비밀 정보원들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볼리비아의 대중봉기가 외부 좌익정권의 자금과 지원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증언해줄 사람을 꼽으라면 아마도 대중봉기에 의해 권좌에서 밀려난 볼리비아 대통령이 가장 적절한 인물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지난 5월 권좌에서 축출된 카를로스 메사 전 볼리비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일간지 <클래린>과의 인터뷰에서 볼리비아의 저항조직과 차베스 간에 공감대가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자신도 "베네수엘라가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쿠바의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 역시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중남미의 불안정 요인"이라는 비난을 거부했다. 쿠바 일간지 <피리오디코 26>에 따르면, 카스트로는 중남미에서의 변화의 바람은 절망적인 경제상황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료하게 인식하고 있다. 가난, 실업, 그리고 의료혜택의 결핍 등이 불만의 주요 요인들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우리에게 있지 않다. 저들의 신자유주의적, 개입주의적 정책들이 근본 원인이다"

볼리비아의 최근 사태는 광범위한 빈곤, 그리고 가난한 토착 민중들의 정치적 발언권 증대가 정치적 불안의 요인임을 보여준다. 지난 5년간 볼리비아에서는 워싱턴에서 이 나라로 수출된 정책들에 대한 수많은 시민봉기가 있었다. 2000년 4월 코차밤바의 주민들은 세계은행(세계은행 총재는 미 백악관이 선임한다)이 입안하고 미 벡텔사가 집행한 수도민영화에 반대했다. 2003년 2월에는 국제통화기금이 강요한 소득세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의 와중에서 볼리비아인 34명이 살해당했다(미국은 IMF 정책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같은 해 10월에는 볼리비아의 천연가스를 민영화해 캘리포니아에 수출하려는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로 60명 이상의 볼리비아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 계획은 볼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관이 적극 지원한 사업이었다.

***테러와 자원전쟁**

"미국은 무엇을 찾고 있는가? ... 그들은 석유를 찾고 있다. 이는 점차 현실화돼 가고 있는 에너지위기의 일부이다."

최근 차베스 대통령은 <데모크라시 나우(Democracy Now)>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면서 위와 같이 말했다. 다가오는 에너지위기야말로 부시행정부 중남미정책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테러 위협"은 천연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편리한 명분일 뿐이다.

미국의 대다수 주류 언론들은 서반구에서의 차베스의 영향력이 지닌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반테러"라는 수사를 즐겨 쓴다. ABC방송 <나이트라인>의 앵커인 테드 카플은 지난 9월 차베스와 인터뷰하면서 "미 정보기관에 따르면 귀하는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베네수엘라 내에서 활동하도록 허용했다는데, 사실이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물론 차베스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워싱턴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뿐이다. 미디어를 통해, 차베스가 뭐라고 대답하든, 테러리즘과의 연계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것이다.

미국은 브라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의 국경이 만나는 곳에서 - 이 곳은 서반구 최대의 수자원 보유지역이기도 한데 -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암약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군의 파라과이 주둔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지난 3월, 미 국무부 반테러 담당 부책임자인 윌리엄 포프는 9.11 테러의 배후조종인물 칼리드 세이크 모하메드가 1995년 수주간 이 지역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파라과이 군기지는 볼리비아의 천연가스 매장지로부터 약 200km 떨어진 곳에 있다. 이 가스전은 미주대륙 전체에서 2번째로 큰 규모다. 미국의 군사작전이 다가올 볼리비아 대선과 시기가 일치한다다는 사실도 이 지역 활동가들에게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볼리비아노동자연맹'의 지도자 하이메 솔라레스(Jaime Solares)와 '사회주의를 향한 운동'의 안토니오 페레도 의원은 미국이 볼리비아 대선을 무산시키기 위한 쿠데타를 획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솔라레스는 볼리비아 주재 미 대사관이 우익 정치인이자 전 대통령인 호르헤 퀴로가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그의 당선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대선레이스에서는 좌파 후보 이보 모랄레스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평소와 다름없이**

미국의 중남미 개입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많은 경우 미국은 쿠데타 계획에 자금을 대고 지원했으며, 때때로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지도자들에 대해서는 전쟁도 불사했다.

기밀해제된 미국정부의 문서들에 따르면 1973년 미국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칠레의 사회주의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를 축출하기 위한 쿠데타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으며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그 자리에 앉혔다. 또한 1980년대 내내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반군에 대한 피어린 전쟁을 이끌었다. 최근의 개입 사례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에바 골링거는 2002년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을 실각시키기 위한 단명의 쿠데타에서 미국이 핵심적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미 정부의 기밀해제 문서들을 추적해 왔다. 그녀에 따르면 "미국은 2001년부터 매우 복잡한 자금경로를 통해 (차베스의) 반대진영에 2천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지원했다. (특히) 국립민주주의재단(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은 2001년말부터 반대진영에 3백만달러 이상을 지원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2002년 4월 쿠데타의 핵심멤버들이었다."

미국 개입의 또다른 사례는 2004년 아이티 대통령 버트램 아리스티드의 국외망명이다. 2004년 3월 아리스티드는 <데모크라시 나우>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쿠데타" 와중에 미군에 의해 "납치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미국으로부터 수백만달러의 자금이 쿠데타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반대진영에 제공됐다고 말했다.

미군은 현재 파라과이에서 작전 중이며, 이에 대해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이 조만간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것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과거 미국경제와 미국기업의 이익에 봉사해 왔던 중남미가 좌익으로 기울어지면서 천연자원이 풍부한 이 지역에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부시행정부로서는 (이라크에 이어) "중남미자유작전"을 결행하려 할지 모른다.

내년말까지 이 지역에서는 브라질, 멕시코, 니카라과, 콜럼비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의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다. 많은 경우 중도좌파 정치인의 당선이 예상되고 있다. 만일 미국의 최근의 중남미 사태에서 교훈을 얻었다면 이제 중남미에서 물러서야 할 것이다. 계속적인 (미국의) 압력 행사는 이미 거세지고 있는 (중남미 민중의) 반작용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번역: 박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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