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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허리케인'에 부시의 '중동 야망' 흔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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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허리케인'에 부시의 '중동 야망' 흔들려

미 국민 66% "미군 이라크에서 즉각 철수해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수행에 중대한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다. 피해 복구를 위한 천문학적 비용에 대한 우려로 이라크전쟁에 대한 미 국민들의 지지가 격감한 것은 물론 맹방 이스라엘에 대한 원조도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고위 측근은 21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정착민 철수와 관련된 미국의 대규모 원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이스라엘 대표단의 방미를 당분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안 코언 총리 비서실장은 이날 국내 TV에 나와 "원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적절한 시점을 택하기 위해 9월 안으로 예정됐던 대표단의 방미를 당분간 연기할 것이며 원조 금액도 당초 요청보다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2일 완료된 가자지구 등의 정착촌 철거로 살 곳을 잃어버린 유태인 정착민들에게 새로운 주거를 마련해 주기 위한 20억~22억 달러의 특별원조를 미국에 요청했으며 이 달 안에 대표단을 워싱턴에 파견해 원조 문제를 마무리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카트리나 피해 복구에 최대 20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미국내 여론을 감안해 방미를 연기한 것이다. 미 의회는 이미 카트리나 피해 복구를 위한 623억 달러의 지출을 승인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매년 28억 달러의 원조를 받는 최대 수원국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철수가 원만하게 마무리돼야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특별원조를 추진해 왔다. 한사코 철수를 거부했던 유태인 정착민 9000여 명의 사후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평화협상에 대한 이스라엘의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트리나 피해로 미국의 특별지원이 늦어지거나 감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스라엘측은 내심 초조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지난 19일, 미 국민의 66%가 미군의 즉각적인 이라크 철수를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주일 전, 그 비율은 55%였다. 카트리나 내습 이후 무려 10% 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이라크전쟁과 관련한 부시의 업무 지지도도 40%에서 32%로 떨어졌다.

이처럼 이라크전쟁에 대한 미 국민의 지지도가 격감한 것은 무엇보다도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이라크에 2000억 달러의 전쟁비용을 쏟아부었다. 심각한 재정적자 상황에서 이라크 점령이 장기화되고 게다가 카트리나 피해까지 겹치면서 이같은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분석가들은 이같은 국내 여론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쟁에서 발을 빼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걸려 있는 이라크 점령에서 승리의 모양새를 갖추지 않고는 손을 떼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반면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갈수록 초조해지고 있다. 이라크 점령을 위한 경제적 부담에 카트리나 피해까지 겹치면서 자신들의 재선 전망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첵 헤이글 상원의원 등 일부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카트리나 이전부터 부시행정부에 대해 이라크 탈출을 요구해 왔다. 그는 지난 달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라크에서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으로 비쳐지고 있다. 우리는 공격 대상이다. 우리는 탈출해야만 한다. 현재의 이라크정책이 지속될 것 같지도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에는 공화당 의원 1명을 포함해 29명의 하원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라크 탈출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또 오는 24~26일에는 워싱턴에서 대규모 반전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 조지타운대학의 스티븐 웨인 교수는 "미 국민들은 이제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 제 나라 국민들을 돌보기를 원한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고집을 꺾으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의 정치적 유산은 대부분 이라크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부시 대통령은 국내 문제를 돌보라는 국민들의 요구와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욕망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카트리나보다도 더 강력하다는 리타가 미국을 강타한 이후 과연 부시는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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