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1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순차적으로 다른 야당에게도 대표회담을 제안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야당에 연정을 제안한 데 이어, 야당과의 협상에도 직접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밝힘에 따라 야당의 꾸준한 '무시전략'에도 불구하고 연정은 정치권의 공식의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청와대 "우리경제 선순환 구도 진입…정치적 이상 말할 적기" **
이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도자는 현실에 안주할 수 없고 이상을 얘기해야 할 때에는 이상을 얘기해야 한다"며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이 이상을 말할 적기"라고 연정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비판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정치게임 하지 말고 경제를 먼저 챙기라'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문에는 "수출이 20% 가까이 증가했고 소비지수도 5년 만에 가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일반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채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나 우리 경제는 선순환 구도에 진입했고 더 이상의 위기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 실장은 "정통성을 가진 지도자가 국민들이 하루 세끼 먹는 문제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이 경제는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 실장은 정치제도 개편과 관련한 '대통령의 구상'을 묻는 질문에는 "대통령도 나름대로 복안을 갖고 계실 것"이라면서도 "지금 대통령은 우리 정치문화와 관행에 있어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고 이후 어떤 방향으로, 어떤 제도로 고쳐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연정에 대한 국민 지지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표상 그런 부분이 있고, 분명히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추락세를 면치 못하는 국정 지지도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만들려면 한 달만 기회를 줘도 가능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에 대한 문화가 달라졌다"며 "후반기에는 상생의 정치를 해나가겠다는 뜻에서 한나라당 박 대표와 만나서 기탄없는 대화를 나누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노대통령, 지난달 27일 박 대표와의 회담 뜻 밝혀"**
이 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일정후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박근혜 대표에게 회담을 제안한 배경에 대해 밝혔다.
이 실장은 "비서실장 임명장을 받은 다음날인 8월 27일 대통령과 차 마실 기회가 있는데 향후 야당대표 예방 일정을 얘기하니까 그때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를 예방하게 되면 절차나 방법, 형식에 구애됨 없이 만나서 국정 전반에 대해 기탄없이 의견을 나누고 싶다. 박 대표가 그동안 국정에 대해 걱정의 말씀도 많이 했고 우려도 많이 하셔서 그런 부분에 대해 기탄없이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좀더 일찍 만나서 대통령 뜻을 전하고 싶었는데 박 대표 일정상 오늘 뵙고 말씀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노 대통령과 박 대표 회담 일정에 대해 "빠르면 대통령이 해외순방 떠나기 전에 잡히지 않겠냐"고 전망한 뒤, "다른 당 대표와의 회동은 해외 순방(8일-17일) 일정을 감안해 상의해서 추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끝난 연정 얘기 가서 또 할 필요 있냐" 한나라 내 반대도 **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실장의 예방 직후 긴급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를 열어 5일 의원총회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 영수회담의 의제와 형식을 결정키로 해 청와대 측의 전망보다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여옥 대변인은 "노 대통령 쪽에서 의제, 시기, 방법에 대해 한나라당 결정에 따른다고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이같이 전했다.
전 대변인은 이어 "원칙적으로 박 대표는 대통령의 제의를 거부할 의사가 없다"며 의총에서 영수회담이 거부될 가능성은 부인해다.
전 대변인은 그러나 "회의에서는 노 대통령이 스스로 '구태'라고 하던 영수회담을 갑자기 제안하고 나온 의도는 누가봐도 연정을 얘기하기 위한 것이니 만큼 끝난 얘기를 가서 또 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해 영수회담 자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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