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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로버트슨의 베네수엘라 소환 추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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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로버트슨의 베네수엘라 소환 추진할 것"

미ㆍ베네수엘라 정면충돌…"그의 발언은 美 보수파의 본심"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자신을 암살하라고 공개 요구했던 미 보수파 정치거물 팻 로버트슨 목사에 대한 법적 대응은 물론 그의 베네수엘라 소환을 추구하겠다고 밝혀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대결 양상이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TV연설을 통해 "일국의 지도자를 암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곧 테러행위"라며 "베네수엘라는 미국에서 (로버트슨에 대한) 법적 대응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베네수엘라는 국제조약들에 의거해 로버트슨의 베네수엘라 소환을 추진할 수도 있다면서 만일 부시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정부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 문제를 유엔에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미국이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고 주장해 왔던 차베스 대통령은 로버트슨에 대해 '공적(public menace)'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98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출마하기도 했던 보수파 목사 로버트슨은 지난 22일 자신이 진행하는 TV프로그램에서 "만일 차베스가 미국이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는 실제로 실천에 옮겨 그를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초래한 바 있다.

로버트슨은 자신의 발언이 베네수엘라 정부의 거센 항의 등 국제적 물의를 빚자 24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미국 정부에 대해 차베스를 제거하라(take out)고 말한 뜻은 차베스를 죽이라는 게 아니라 납치하라는 의미였다고 변명했다. 그 후 당시 방송에서 그가 '암살'이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자 다시 성명을 통해 "테러리스트와 연대해 온" 차베스에 대한 '분노'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자신의 발언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차베스 대통령이 로버트슨의 발언을 정면으로 문제삼고 나섬에 따라 두 나라 간의 갈등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들어 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마약과의 전쟁, 볼리비아 농민봉기 등과 관련해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어 이번 사건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주목된다.

최근 부시 행정부가 콜롬비아로부터의 마약 수출을 단속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에 베네수엘라가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자 차베스 대통령은 미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이 베네수엘라에서 간첩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들과의 협조를 중단하는 것으로 맞섰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베네수엘라를 마약과의 전쟁 동맹국 명단에서 제외하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베네수엘라 군장교 3명의 미 입국비자를 거부했다. 동맹국 명단에서 제외될 경우 미주기구(OAS) 등 국제기구로부터의 차관을 얻지 못하게 된다.

또 지난 15-17일 파라과이와 페루를 방문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웃나라 볼리비아의 정정 불안과 관련해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볼리비아의 상황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확실할 증거가 있다"면서 카스트로와 차베스를 싸잡아 비난했다. 볼리비아는 자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국유화하라는 농민주도의 봉기에 의해 최근 2년 동안 친미 지도자 3명이 잇따라 실각해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차베스는 미국의 이같은 위협성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20일 쿠바를 방문해 카스트로와의 끈끈한 연대를 과시했다. 당시 차베스는 카스트로와 함께 TV에 출연해 "세계 최대의 파괴자, 세계 최대의 위협은 미 제국주의"라며 미국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차베스의 이번 쿠바 방문은 최근 9개월동안 4번째다.

한편 호주에서 발행되는 한 진보적 웹사이트(www.wsws.org)는 27일자 기사('What the Pat Robertson affair reveals')에서 대부분의 미 주류언론들이 로버트슨의 '차베스 암살' 발언을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하고 있으나 사실은 차베스에 대한 미 보수 정치지도자들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2년 봄 미국의 공개적 지지 속에 베네수엘라 친미 보수세력이 일으킨 반차베스 쿠데타가 실패한 것은 당시 쿠데타 세력이 차베스를 살해하지 않고 군기지에 연금한 때문이라는 '뼈아픈 반성'에 따른 상황인식이라는 것이다. 당시 미국의 은밀한 지원을 받은 베네수엘라 상공회의소와 노조, 보수언론 등의 쿠데타 세력은 차베스를 군기지에 연금한 채 권력장악을 선언했으나 친차베스 시민들의 대중봉기에 직면해 사흘만에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 뒤 권좌에 복귀한 차베스는 지난해 국민투표를 통해 2006년까지의 자신의 법적 임기를 다시 한번 보장받는 등 권력기반이 더욱 강화됐으며 지난 7월 쿠바,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남미의 좌파국가들과 함께 남미판 '알자지라' 방송인 '텔레수르' 개국을 주도하는 등 남미의 반미전선을 한층 확대, 강화하고 있다. 팻 로버트슨의 '차베스 암살' 발언이 남미의 반미자주 움직임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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