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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를 암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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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를 암살하라"

미 보수파 거물 팻 로버트슨, TV에서 공개 주장

미 부시 행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보수파 목사 팻 로버트슨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암살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서 국제적인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로버트슨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자신이 진행하는 TV쇼 '700클럽(The 700 Club)'에 나와 "차베스는 미국이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대로) 우리가 그를 제거해야 한다. 그 편이 전쟁을 하는 것보다 돈이 덜 든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 프로그램은 ABC, 종교방송 등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약 100만 명이 시청한다.

이날 로버트슨은 프로그램 서두에 차베스가 이끄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중대 위협이라는 뉴스를 약 10분간 내보낸 후 차베스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경제를 망가뜨렸다. 나아가 차베스는 베네수엘라를 공산주의 및 극단적 이슬람을 남미 전역에 전파하기 위한 기지로 만들어가고 있다."

"암살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활용되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만일 차베스가 미국이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는 실제로 암살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편이 전쟁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돈이 덜 든다...그렇다고 해서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이 멈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자는 아주 위험한 인물이다. 더욱이 남미는 미국 영향권 안에 있는 지역 아닌가."

"의문의 여지도 없이 베네수엘라는 우리의 남쪽 지역에서 아주 위험한 적대세력이다. 거대한 석유자원을 갖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우리에게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를 제거할 능력이 있으며, 이제 그 능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독재자를 제거하기 위해 또다시 2000억 달러를 들여 전쟁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비밀요원을 시켜 차베스를 제거하는 편이 훨씬 쉽다."

목사 겸 TV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는 로버트슨은 단순한 보수파 종교인이 아니다. 지난 1988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서 현 부시대통령의 아버지와 겨룰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이기도 하다. 당시 그가 조직했던 기독교동맹(Christian Coalition)은 그 뒤 대선에서 공화당의 주요한 득표기반으로 활약했으며 이에 따라 공화당 정책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처럼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그가 공개적으로 국가지도자의 암살을 촉구한 데 대해 베네수엘라측은 로버트슨이야말로 '테러리스트'라며 강력 반발했다. 호세 빈센테 랑엘 부통령은 수도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테러와의 전쟁을 끊임없이 얘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나라 한복판에서 타국의 지도자를 암살하라는 테러리스트적 발언이 나오는 것이야말로 위선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베네수엘라 정부가 차베스 대통령의 안위에 노심초사했던 이유를 이번 발언이 잘 말해준다. 부시 대통령은 어제 미국은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종교인이라는 자의 이번 발언에 미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통해 미국이 자신의 말을 얼마나 실천에 옮기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쿠바에서 카스트로와 회담하고 아바나 공항을 떠나려던 차베스 대통령은 "나는 로버트슨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의 말에도 관심이 없다. 나는 생명에 관해, 그리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관해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와 동행했던 카스트로는 "이런 엄청난 죄악은 신만이 징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버트슨을 비판했다.

미국 정부도 일단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외국요인 암살은 위법이며 국방부는 그런 종류의 일을 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민간인은 온갖 종류의 발언을 할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무부는 대변인을 통해 "부적절하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워싱턴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 베르나르도 알바레즈는 "로버트슨 씨는 부시대통령의 강력한 동맹세력 중 하나다. 백악관은 이번 발언에 대해 가장 강력한 비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남미에서 가장 선명한 반미노선을 걷고 있는 차베스는 지난 봄부터 미국이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제 미국 보수세력의 거물이 그의 암살을 요구할 만큼 차베스에 대한 미국의 증오는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2년 베네수엘라 내 보수친미 세력을 부추겨 반차베스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차베스에 대한 증오는 대단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타국의 지도자에 대한 암살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정도로 미국의 오만과 도덕적 타락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 남미의 자주와 반미를 둘러싼 차베스와 부시행정부의 대결이 어떤 결과를 몰고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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