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회사 대표이사를 사규위반으로 고발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지방노동청 "29일까지 지켜본 뒤 형사입건 결정"**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위원장 이호정)는 26일 오전 이 회사 대표이사인 채수삼 사장을 사규와 단체협약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노조는 고발장에서 "채 사장은 지노위가 지난 8월 11일 부장급 기자 2명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복직결정을, 또 1명의 국장급 간부가 제기한 부당징계 구제신청에 대해 부당정직 결정을 내렸음에도 명령이행 시한이 지나도록 후속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렇듯 회사 대표가 지노위의 결정문과 지방노동청의 명령서 등을 뚜렷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고 있고, 더군다나 서울신문 사규 25조(구제명령시 즉시조처)와 단체협약 17조(재심·행정소송 제기하더라도 초심결정 즉각 이행)를 위반하고 있어 부득이 고발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오는 30일까지 회사측이 복직·징계수위 재조정 등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표이사인 채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혐의로 형사입건하는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사주가 지노위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에 앞서 서울신문은 올해 3월 구조조정 차원에서 부장급 이상 간부 14명을 정리해고 했으나 김인철·박해옥 전 기자 등 2명은 이에 불복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었다.
서울신문은 또 올해 1월 채 사장에 대한 비판 글을 사내 게시판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강석진 당시 부산지사장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가 6월에 다시 면직조치를 내려 '이중징계' 논란을 빚기도 했다. 강 전 지사장은 이에 불복해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내고 그동안 평사원 신분으로 부산지사에서 근무해 왔다.
서울지노위는 지난 8월 11일 결정문에서 "아무리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노조의 동의 아래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하더라도 그 기준이 불합리하고 투명하지 못했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히는 한편, 강 전 지사장 건에 대해서도 "사내게시판을 통해 임원의 행위를 비판한 점은 방법에 있어 부적절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나 사실에 근거한 것이고, 이에 비해 징계양정이 너무 높다"며 징계수위를 재조정하라고 결정했다.
***노조 "사장과 더불어 노조에도 책임" 성명**
한편 서울신문 지부는 24일 성명에서 "회사는 걸핏하면 노조가 구조조정에 동의해 집행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당시 노조는 최소한의, 그리고 투명하고 객관적 근거로 이행한다는 점을 전제로 이에 동의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노조 또한 신중하지 못한 점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조만간 노조 집행위원회를 열어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회사측은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음에도 '회사가 내린 경영행위다' '승복할 수 없으니 사원투표라도 해보자'는 의견을 노조에 전달해 왔다"며 "이번 사건은 사규를 위반해 사내질서를 무너뜨린 자, 신문사 간판을 내걸고 법 정신을 무시하는 자, 투명하지 못한 일처리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자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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