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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인대회]"오세요 이제. 님이 없이는 알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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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인대회]"오세요 이제. 님이 없이는 알 수 없어요"

금강산서 12-13일 개최...달라이 라마 등에 만해대상 수여

언어는 달라도 평화를 노래하는 마음만은 만국 공통이었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평화 통일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세계평화시인대회'에는 국내외 시인 1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2, 13일 이틀간 금강산에서 열렸다. 폴란드, 쿠바,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프랑스, 타이, 인도, 일본, 프랑스, 호주,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 터키, 멕시코, 러시아, 스리랑카, 미얀마, 칠레 등 그야말로 세계 각지에서 시인들이 날아왔다.

12일 저녁 금강산에 도착한 그들은 평화를 염원하는 시들을 낭송했고, 그 나지막한 울림은 한반도의 남과 북 모두에 잔잔히 울려퍼졌다.

<사진 1><사진 2>

주최측인 재단법인 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당초 북축 시인들도 초청했으나 이들은 참석하지 못했다. 참가자들은 북측의 불참을 아쉬워하면서도 "금강산에서 낭송된 '평화를 노래하는 시'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한국인들의 마음을 위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비로소 보게 되리라...절망의 끝에서 불끈 솟는 높고 큰 힘을"**

시 낭송회의 첫 문을 열어젖힌 시인은 폴란드의 아그네슈카 주압스카-우메다(Agnieszka Zulawska-Umeda). 한시를 번역하기도 했던 그녀는 '한용운을 추억하며'라는 부제를 단 '테페약 언덕에서 나눈 대화'라는 시에서 "오세요 이제. 지금 바로. 이제는 나에게 머무르세요.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립니다. 님이 없이는 알 수가 없습니다..."라며 평화를 희구했다.

신경림 시인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쓴 시 '빛'을 소개하며 '세계평화시인대회에 이 시를 가져온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쓰러질 것은 쓰러져야 한다
무너질 것은 것은 무너지고 뽑힐 것은 뽑혀야 한다
그리하여 빈 들판을 어둠만이 덮을 때
몇 날이고 몇 밤이고 죽음만이 머무를 때
비로소 보게 되리라 들판 끝을 붉게 물들이는 빛을
절망의 끝에서 불끈 솟는 높고 큰 힘을

<사진 3><사진 4>

***"내 마지막 숨결을 드리겠어요. 당신이 잠에서 깨어나 거짓을 벗어던지도록"**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다이애나 패러스(Diana Ferrus)는 런던에서 성적인 구경거리로 전락한 뒤 상심한 채 1815년 파리에서 세상을 떠난 남아프리카 원주민을 애도하는 시로 유명하다. 프랑스 상원이 그녀의 시에 감동받아 이 원주민 유해의 고향행을 만장일치로 찬성했을 정도다.

그녀는 '거짓없는 시...평화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내가 총알로, 폭탄으로, 파편으로 죽을지라도 당신과 눈을 맞추며 숨을 거두렵니다. 평화 속에서 평화를 위해, 평화를 주며, 평화를 사랑하며 숨을 거두렵니다...나의 마지막 숨결을 당신께 드리겠어요. 그것이 당신을 가득채워 당신이 잠에서 깨어날 때 거짓을 이내 벗어던지도록"이라고 노래했다.

<사진 5><사진 6>

2004년 새로 건축한 '금강산 호텔' 2층 만찬장에서 열린 시인들의 낭송회는 총 3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시인들의 시 낭독 사이사이 곁들여진 가야금 산조 연주와 <춘향가> 판소리 공연은 흥을 돋웠으며, 타이 출신의 나오바랏 퐁파이분 시인은 직접 타이 전통악기를 연주했고, 박시교 시인은 징을 울리며 시를 읊기도 했다.

***만해대상 평화부문 달라이 라마, 문학부문 윌레 소잉카, 실천부문 함세웅 신부**

이에 앞서 12일 오전에는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한 만해 한용운(1879-1944)의 얼을 기리기 위한 '2005 만해축전' 개막식과 만해대상 시상식이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열렸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진선 강원도지사를 비롯해 노벨문학상 수상시인 월레 소잉카, 미국 계관시인 로버트 핀스키, 원로시인 고은, 소설가 조정래씨 등이 참석했다.

<사진 7><사진 8>

이날 만해대상 시상식에서는 달라이라마 티베트 망명정부 수반에게 평화부문상이 주어졌는데, 티베트 망명정부 초펠라 동북아대사가 대신 수상했다. 문학부문은 월레 소잉카, 학술부문은 이지관 가산불교연구원장, 실천부문은 함세웅 신부가 각각 수상했다.

상을 받은 월레 소잉카는 "이 자리에는 세계 곳곳에서 온 '광부'들이 있다. 이 광부들은 어둡고 깊은 산속에서 험한 작업을 하며 조그만 금덩이라도 캐내 세상에 더 많은 빛을 주려는 시인들"이라며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왜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배우지 못하고 전쟁과 폭력이 계속되는지 시인이 답해줄 수는 없지만, 대신 사람들에게 위안은 줄 수 있다"는 말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달라이라마는 초펠라 동북아 대사가 대독한 수상소감에서 "티베트의 평범한 승려인 저에게 이런 평화상을 준 것은 저뿐 아니라 저희 나라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며 "폭력은 반드시 더 큰 폭력을 부르며 진정한 평화란 상호 신뢰와 이해를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함세웅 신부는 "만해 스님의 실천성과 초지일관하는 변치않는 마음인 만해정신을 되새겨 남북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9>

이날 행사에서는 국내외 시인들의 '평화의 시' 육필원고를 액자에 담아 보관하는 행사도 가졌으며, 만해마을 측은 이를 동판으로 뜬 뒤 만해 박물관에 보존 전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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