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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아이언 맨 vs 정의로운 스파이더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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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아이언 맨 vs 정의로운 스파이더 맨

[이근 칼럼]<24>

김종인 프레임의 함정

8월 7일자 프레시안 남재희 칼럼에서 대통령 선거와 프레임(frame)의 중요성을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그에 따르면 현재 대선 프레임은 새누리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인 김종인 박사가 주도하고 있고 그 프레임은 "경제민주화"와 "제3의 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야권에서는 마땅한 프레임을 선점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프레임이라는 것은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에 가장 강렬하게 와 닿는 문제의식의 개념화이고 사고를 지배하는 틀이다. 민주화, 산업화라는 프레임이 그러한 예이고 정의구현, 사람답게 사는 세상 등도 그러한 프레임이다. 프레임을 잘 만들려면 광고카피같이 감각적인 테크닉을 발휘하여 만들 수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시대의 과제가 무엇이고 미래의 흐름이 무엇인지를 깊게 고민하여 그 통찰을 개념화하는 일이다.

이 글의 전편에 해당하는 필자의 8월 7일자 프레시안 칼럼의 요지는 바로 김종인 박사가 주장하는 경제민주화나 제3의 길, 혹은 복지와 같은 이번 대선 프레임이 깊이 있는 통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보수가 진보의 프레임을 빌려서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선제공격한(preemptive strike) 정치공학적인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민주화라는 용어와 복지라는 용어는 대한민국에서는 매우 진보적인 용어이지만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 그리고 중원으로의 확장을 고려한 매우 테크니컬한 프레임이다. 국민적인 프레임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위한 공학적인 프레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프레임에 국민들은 다시 속아서는 안 된다. 재벌개혁이 핵심인 경제민주화는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줄곧 외쳐왔지만 번번이 실패한 의제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전편에서 말했듯이 재벌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대한민국의 1% 네트워크가 개혁을 추진하는 세력을 순식간에 접수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특권네트워크를 그대로 두고 아무리 경제민주화나 제3의 길을 외쳐보아도 이들은 개혁을 항상 제자리로 돌려놓는 수퍼 히어로의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진정한 대한민국의 개혁과제, 시대정신은 2차적 과제인 경제민주화나 복지가 아니라 1차적 과제인 "인적 네트워크 개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1% 슈퍼 히어로들을 민주화시키고 무력화시키는 길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과 함께하면 돈과 권력과 명예가 보장되는데 누가 감히 이들에게 도전하고 이들의 달콤한 유혹을 거부하겠는가? 그리고 막강한 부와 권력을 자선사업 하듯이 1%의 슈퍼 히어로들이 순순히 내어줄 일은 없을 것이다. 초능력을 가진 X-Men이 이들을 인간으로 만들려는 정부의 해독제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반면 이들과 대항하여 양심적으로 살고자 하면 본인은 자긍심이 생길지 모르지만 그들은 항상 비주류이다.

그렇다면 슈퍼 히어로를 무력화시키는, 아니면 맞설 수 있는 효과적인 해독제나 방법은 없을까? 있다. 그건 바로 새로운 슈퍼 히어로를 만드는 것이다. 배트맨이 타락하면 슈퍼맨을 만들고, 아이언 맨이 타락하면 스파이더 맨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제압하여야 한다. 1% 슈퍼 히어로를 자체 정화하는 것은 아무리 대형교회가 복음을 외치고 다녀도 요원하다.


안철수 현상과 시대정신: 새로운 주류세력 만들기

하늘에서 신 혹은 신들이 지구를 내려다보면 부와 권력이라는 자석에 힘없이 끌려가는 쇳가루와 같은 인간의 군상이 보일 것이다. 물리적 자연현상과 인간의 사회적 현상이 별로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끌려가지 않는 인간들은 욕망을 다스릴 줄 아는 비금속 물질일게다. 욕망이 강하게 자리 잡은 대부분의 인간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부와 권력과 명예가 따라오는 주류사회에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그러다 보니 개혁적인 정권이 들어서도 그 정권의 상당수가 주류사회와 타협하고 주류사회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이들은 부와 권력과 명예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국민의 이익보다는 주류사회의 이익을 보장하는데 충성하는 대리인으로 변질되어 간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가 발전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혁이 종착하는 비극이다.

그래서 새로운 개혁세력은, 비주류 의식과 비주류 상태를 벗어나서 이제는 타락한 아이언 맨에 맞설 수 있는 정의로운 스파이던 맨, 즉 새로운 주류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주류사회로 들어가려는 시류영합론과 이기주의를 버리고 새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에서 야권의 프레임과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새로운 주류 만들기"로 세팅되어야 한다. 타락한 배트맨과 아이언 맨을 상대할 수 있는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주류사회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바로 안철수 현상을 통하여 나타나고 있다.

안철수 교수는 주류사회적 자격을 풍부히 가지고 있는 엘리트이다. 과거에는 브이 소사이어티라는 매우 주류사회적인 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하였다. 학맥이나 출신지역, 현재의 직장 모두 주류사회를 표상하는 위치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주류세력에 대해서 단호하게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그를 지지하는 국민의 숫자 역시 장난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착목해야 할 점은 안철수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비주류로 전향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기존의 주류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교수의 과제, 그리고 안철수 교수가 원하는 것은 분명 새로운 주류세력, 상식이 통하는 주류세력을 대한민국에 만드는 일이다. 그 신주류 세력은 미래의 산업을 대표하는 IT산업, 문화산업, 환경산업, 지식산업, 그리고 비판적 지식인, 양심적인 관료, 개혁적인 정치인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큰 흐름을 만들고 99%의 대한민국 국민을 대변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이라는 운영체계 (K-OS)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지금까지 PC가 대세였다면 이제는 Apple로 경쟁하고 흐름을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제 안철수 교수는 개인이 아니다. 시대의 큰 흐름을 만들고 새로운 주류 세력을 구축해야하는 사명감을 가진 공인이 되었다. 이러한 일은 그가 책 쓰고 방송하고 대변인을 통하여 의사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치세력, 실천세력과 연합하여야 한다. 안철수 교수가 흐름을 만들면 그것을 정치적으로 구현해 내는 일을 개혁적인 정치인이 해 내어야 한다.

과연 어떤 정치인이 안철수 교수와 힘을 합하여 이러한 시대정신을 구현해 낼까? 최소한의 자격은 기존의 주류 네트워크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 그리고 기존 슈퍼 히어로에 대적할 배짱과 의식이 있는 사람이다. 안철수 교수와 이러한 정치 리더가 연합한다면 대한민국은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큰 도약을 하게 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새로운 주류는 어떠한 국가목표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쓰고자 한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문명으로 먹고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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