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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의 밤이 깊어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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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의 밤이 깊어가는가?"

김민웅의 세상읽기 〈243〉

1905년, 아시아는 청일전쟁이 일어난 지 10년 만에 또다시 전쟁의 불길에 휩싸이게 됩니다. 러일 전쟁이 발발한 것입니다.
  
  중국은 이미 청일 전쟁에서 패배하여 조선반도의 주도권을 일본에게 상당부분 넘겨주게 되었지만 여전히 러시아의 존재는 일본에게는 극복해야 할 장애였습니다.
  
  러시아는 청이 조선반도에서 일본에게 쫓겨나가자 그 자리를 치고 들어와 새로운 패자(覇者) 노릇을 하려 했습니다. 청일 전쟁이 러시아가 주도하고 프랑스와 독일이 개입하면서 일본의 승리에 재갈이 물리게 되자 일본은 와신상담, 러시아를 언제이건 무찌르겠다는 격분에 사로잡힙니다.
  
  적지 않은 일본역사가들은 청일 전쟁이 명치유신 이후 일본의 근대국가 전략이 성공한 경우라면, 러일 전쟁은 아시아가 서양지배세력을 꺾고 세계사의 지도적 위치에 오른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치켜세웁니다.
  
  그러나 러일 전쟁은 동북아시아의 중국과 조선에게 말할 수 없는 재앙의 시작이었습니다.
  
  중국은 분할되고 조선은 일본에게 식민지가 되었던 것입니다. 일본이 1894년 청을 치기 전, 오노아즈사(小野梓)라는 일본의 지식인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 서로 힘을 합쳐 서구 제국주의 세력과 맞서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단결을 이루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던 것입니다.
  
  일본은 말로는 아시아의 결속과 힘을 과시하겠다고 했지만 그 속셈은 분명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모두 물리치고 조선반도를 발판으로 삼아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하고, 서구 제국주의 세력과 어깨를 겨누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러일 전쟁은 그렇게 해서 일본에게 승전국의 지위를 가져다줍니다.
  
  마쯔모토 겐이치(松本健一)이라는 일본의 지식인은 이러한 일련의 일본 역사가 결국 태평양전쟁으로 치닫게 했고 마침내 일본을 패망으로 이끌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의 실패"를 꾸짖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고 일본이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러일 전쟁이 일어난 지도 이제 100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역사의 교훈을 얻지 못하고, 이루지 못했던 야망을 다시 채우려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있습니다. 교육기본법 개정을 통해 일본의 팽창주의적 국가주의를 재건하고 자위대 해외파견 항구법으로 동북아시아의 맹주를 꿈꿉니다.
  
  한때 대동아 공영권을 내세우면서 아시아의 부흥을 외쳤던 배경에는 일견 진지했던 국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지배하는 위치에서 해보겠다는 것이 되면서 침략주의로 변질되게 되어 있었습니다. 당시의 영-일 동맹은 이제 미-일 동맹으로 변했습니다.
  
  일본은 점차 거리낄 것이 없어지고 있으며 더군다나 북한을 빌미 삼아 장기적인 군사대국의 방책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쌓아가고 있습니다. 분단된 나라는 이렇게 외세의 지배전략에 계속해서 휘둘리게 됩니다. 아시아의 평화를 지향하는 통일과 외교정책이 절실한 오늘날입니다.
  
  아시아 전체를 사고하며 평화의 길로 나아가려는 우리 정부의 의지와 전략은 얼마나 있는 것일까요? FTA에 임하는, 저 치밀함과는 한참 동떨어진 허술한 모습을 보면서 식민지의 밤이 깊어가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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